400개의 무우와 하나의 약속

'한 사람을 소중히'라는 온도를 수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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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이 텃밭을 감싸 안던 오늘 아침(2025년 11월 15일). 서늘한 이슬을 머금은 무와 배추는 지난 계절의 시련을 이겨낸 단단한 빛을 내고 있었다. 올해는 유난히 길었던 장마와 잦은 태풍으로 많은 것이 무너졌지만, 우리 텃밭 만큼은 기적처럼 그 자리를 지켜주었다.


상반기의 감자, 후반기의 무


우리의 텃밭 활동은 단순한 농사가 아니다. '한 사람을 소중히!'라는 우리의 핵심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이다. 단 한 사람도 소외되는 이가 없는 사회를 구현하자는 염원을 담아, 상반기에는 감자를 심어 나누었고, 결실의 계절인 가을에는 김장 채소를 준비했다. 밭고랑마다 이웃을 향한 마음이 뿌리내린 셈이다.


400여 개의 무와 100여 포기의 배추를 뽑아 올리는 작업은 경건함마저 느껴졌다. 흙의 묵직함 속에서 느껴지는 생명의 힘, 그리고 함께한 봉사자들의 온기. 이 모든 것이 뒤섞여 오늘은 단순한 수확이 아닌, '마음을 거두는 날'이 되었다.


마음의 온도, 나눔의 가치


노란 조끼를 입은 봉사자들의 손길은 분주했지만 표정은 한결같이 환했다. 서툰 손길들이 모여 하나의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우리가 지향하는 '함께하는 사회'의 축소판 같았다.


우리가 오늘 수확한 것은 단지 겨울을 대비한 채소가 아니다. 그것은 추운 계절을 앞둔 이웃에게 전달될 온기이며, '함께한다'는 연대의 마음이었다.


흙 묻은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깨닫는다. 이렇게 서로의 손을 잡고 계절을 지나가는 일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우리가 정성 들여 가꾼 이 작은 결실들이 누군가의 밥상에 오를 때, '한 사람의 소중함'이라는 따뜻한 온기가 고스란히 전해지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사람을 소중히! <<----지난여름 감자와 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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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5일

- 신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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