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마을 카페에서 만난, 흔들리지만 무너지지 않는 마음
여행을 오래 하면 시선이 달라진다. 풍경보다 사람의 손길, 언어보다 표정, 동행보다 우연이 먼저 보인다.
슬로베니아의 작은 마을 카페에서 나는 내 책 한 권을 마주했다. 낯설 만큼 먼 곳에서, 내 문장이 누군가의 하루에 닿아 있었다. 책을 읽던 젊은 남성은 한 문장을 짚으며 미소 지었다.
“Courage… this word feels like hope.”
우린 서로의 말을 깊이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미소 하나면 충분했다. 용기는 파도처럼 설명보다 먼저 마음에 스며들었다.
슬로베니아의 바람은 조용했고, 그들의 시간은 느렸다. 그 느림 속에서 나는 ‘흔들리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인간’의 모습을 배웠다. 용기는 드라마틱한 순간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의 균열을 견디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며칠 뒤, 나는 그에게 편지를 썼다. 짧고 서툴렀지만, 진심만은 정확했다. “당신의 하루가 누군가에게도 용기가 되길 바랍니다.”
그 편지는 지금도 내 여행 노트에 붙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종이는 바래겠지만, 마음은 바래지 않는다.
여행은 결국 인간의 흔적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책 한 권, 편지 한 장, 눈빛 하나가 마음과 마음을 잇는다. 그날 슬로베니아의 오후가 내게 가르쳐준 것은, 세계는 언어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었다.
2025년 11월 27일
- 신점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