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멈춰 서는 저녁, 나는 잠시
고요로 향하는 케이블카, 장크트길겐에서 찾은 내 안의 악보
케이블카는 천천히 떠올랐다. 마을의 작은 집들이 아래에서 점처럼 작아지고, 볼프강호는 물빛 하나로 거대한 악보를 펼쳐 놓았다. 그 위를 지나가는 작은 요트들이 마치 음표처럼 번져가고 있었다.
장크트길겐은 소리가 낮은 마을이다. 사람들의 대화는 조용하고, 발걸음은 가볍고, 호수는 자신의 숨결조차 크게 내지 않는다. 모차르트의 어머니가 이곳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이 이 고요함을 설명해 주는 듯했다. 선율은 악기에서만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공간 전체에 스며드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한다.
정상에 다다랐을 때, 호수는 완전히 다른 형상이었다. 평지에서는 ‘차분한 물결’이었던 호수가 산 정상에서는 푸른 심장처럼 뛰고 있었다. 바람은 산맥을 넘어오며 잔잔한 떨림을 남기고, 구름은 능선을 따라 서서히 자리를 옮겼다. 그 움직임 하나하나가 음악의 박자처럼 느껴졌다.
나는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조용히 한 문장을 떠올렸다. “고요란, 외부가 멈출 때가 아니라 내 안의 물결이 멎을 때 온다.”
호수 위를 스치는 새의 그림자, 유람선이 남긴 잔파문, 삶에서 스쳐간 수많은 말과 감정들. 그것들은 모두 잠시 흔들리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다. 호수처럼, 결국 고요로.
해가 기울며 호수는 금빛을 띠었다. 멀리서 종소리가 울리고, 그 울림이 물 위에서 여러 겹으로 부서졌다. 나는 그 소리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어떤 악보에도 적히지 않은, 그러나 가장 완전한 교향곡 속에서.
그날 저녁, 나는 잠시 동안 한 음표가 되어 있었다.
2025년 11월 26일
- 신점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