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이기는 빛으로 살아가기, 두 번째 이야기
여행이 끝나면, 길은 조용해진다.
낯선 도시의 소음이 사라지고, 내 마음속에서는 아직도 누군가의 웃음이 잔향처럼 남아 있다.
그 웃음은 바람에 닿아 사라지는 듯하지만, 어딘가에서 다시 들려온다.
길은 끝났지만, 마음은 여전히 그곳을 걷고 있는 것이다.
돌아와서 가장 낯설었던 건, 고요함이었다.
여행 동안은 모든 게 생생했다.
모래의 질감, 하늘의 결, 이름 모를 언어의 울림까지.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오자
그 모든 색이 한꺼번에 흐려졌다.
나는 그때 잠시,
“여행이 끝났다는 건 무엇일까?” 하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아마도 그것은 몸이 멈춘 뒤에도 마음이 계속 걷는 일일 것이다.
그리움과 깨달음이 뒤섞인, 내면의 여정이 시작되는 시간.
나는 여행 중에 수없이 길을 잃었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 모든 길 잃음이 나를 새로운 길로 이끌었다.
우리가 사는 삶도 그렇다.
빛은 언제나 직선으로 오지 않는다.
굴절되고, 흔들리고, 때로는 사라지는 듯 보이지만 결국엔 마음이 그것을 기억한다.
한복 자락이 바람에 스치던 그 순간을 나는 여전히 내 안에서 듣는다.
그건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삶이 내게 남긴 용기의 잔향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길의 기억’을 품고 산다.
그 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고요한 날에 문득 떠오르고, 낯선 풍경 속에서도 나를 불러낸다.
그때 나는 안다.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몸은 돌아왔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세상을 걷고 있다는 것을.
빛은 언제나 멀리 있는 게 아니었다.
그건 길 위에서 나를 비추던 순간의 마음이었다.
그 마음이 지금도 내 안에 살아 있다면, 나는 여전히 여행 중인 것이다.
오늘도 나는 눈을 감고 그 길을 걷는다.
그때의 바람, 그때의 온도, 그때의 나를 다시 만나기 위해.
2025년 11월 10일
- 신점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