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머무는 자리 – 타인과의 연결

어둠을 이기는 빛으로 살아가기, 세 번째 이야기



해가 지고 있었다.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며 낯선 거리가 조금씩 따뜻해졌다.

그날 나는 길모퉁이의 찻집에서 처음 보는 사람과 나란히 앉았다.
언어는 달랐지만, 그 사람의 눈빛 속에 익숙한 마음의 결이 있었다.


여행을 하며 깨달은 것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깊은 대화는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마음이 닿을 때 생긴다는 것.

그날 마주 앉은 낯선 이는 조용히 내 한복 자락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나는 웃음으로 대답했다. 그 한순간이 오래 남았다.

왜일까.

우리는 왜 타인의 따뜻함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다시 발견하는 걸까.

아마도 그것은,
빛이 머무는 방식이 서로 닮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복을 입고 여행을 하면 많은 시선을 받는다.
하지만 그 시선이 항상 같은 온도를 가진 건 아니다.

누군가는 호기심으로, 누군가는 낯섦으로 바라본다.
그 속에서 나는 세상을 배우고, 나를 다시 배운다.

그러나 어떤 시선은 말보다 더 깊은 위로가 된다.
그건 마음의 언어로만 들리는 빛이다. 나는 그 빛을 여러 나라에서 보았다.

터키의 골목, 슬로베니아의 다리 위, 중국의 산길에서도. 언어는 달라도
사람들의 눈빛에는 공통된 온기가 있었다.

그건 ‘이해’가 아니라 ‘인정’의 빛이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괜찮다.” 그 말이 눈빛 속에 담겨 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한 줄기 미소, 한 마디 인사, 그리고 마음이 열리는 단 한순간이면 세상은 가까워졌다.

그날 찻집의 낯선 사람과 나는 같은 차를 마시며 서로의 이름을 묻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빛을 나누었다.
그건 짧았지만 오래도록 내 마음을 따뜻하게 비춰주었다.

그때 알았다.
빛은 나에게서만 오는 게 아니라,
타인을 통해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여행의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그들의 눈빛 속에 머물던 작은 빛이 지금도 내 안에 남아 있다.

그 빛이 내 마음의 어둠을 밝혀주었고, 그 덕분에 나는 다시 걸을 수 있었다.

사람과의 만남은 결국 빛이 빛을 알아보는 일이다.

오늘도 나는 누군가의 길 위에 머물다, 그의 마음을 비추는 빛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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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0일

- 신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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