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는 떨어지지 않는다

대륙이 갈라진 자리에 서 있을 뿐이다

이과수에서 물은 떨어지지 않는다.

그저 오래전 갈라진 땅의 틈을 따라 흘러갈 뿐이다.


폭포 앞에 서면 우리는 늘 ‘장관’이라는 말을 먼저 꺼낸다. 그러나 이과수의 진짜 위력은 장면이 아니라 시간이다. 1억 년 전, 대륙이 갈라지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균열 위로 물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풍경은 갑자기 사유의 공간으로 변한다.


악마의 목구멍 앞에서 인간은 소리를 잃는다. 말 대신 몸이 반응한다. 진동, 물안개, 숨이 막히는 듯한 공기. 그곳에서 나는 폭포를 본 것이 아니라, 대륙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폭포는 늘 뒤로 물러난다. 침식은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과거를 향해 되돌아간다. 이과수 역시 상류를 향해 아주 느리게 후퇴하고 있다. 마치 시간 자체가 되감기 되는 듯한 움직임이다.


브라질 쪽에서 바라본 이과수는 한 폭의 거대한 그림이고, 아르헨티나 쪽에서 걸은 이과수는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이다. 조망과 체험, 거리와 몰입. 이 두 감각 사이를 오가며 비로소 폭포는 하나의 ‘장소’가 된다.

폭포 이후의 길을 걸으며 나는 깨달았다. 자연은 우리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자기 방식으로 존재해 왔을 뿐이다. 감동은 인간의 몫이다.


이과수는 끝이 아니라 과정이다. 떨어지는 물이 아니라, 이어지는 시간이다. 그래서 이 폭포는 다 보고 나서도 쉽게 떠나지 않는다. 악마의 목구멍 이후에도, 물은 계속 흐르고 생각은 더 깊어진다.




2025년 12월 30일

- 신점숙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손이 기억하는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