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다시 걷게 하는 곳
여행에서 가장 힘든 것은
길이 아니라 온도다.
더위는 몸을 먼저 무너뜨리고,
숨은 그다음이다.
기온이 40도까지 오르는 날,
사람은 풍경을 마주하기 전에
자신의 몸부터 견뎌내야 한다.
그날 나는 더위와 나란히 걷고 있었다.
도저히 도망칠 수 없는 동행처럼.
그러다 ‘용수협’이라 불리는 협곡의 틈으로 들어섰다.
설명을 듣기도 전에 공기가 먼저 달라졌다.
차갑고 묵직한 숨결이 가슴 깊숙이 내려앉았다.
그제야 알았다.
아, 여기는 숨을 쉬어도 되는 곳이구나.
바위는 높고, 하늘은 멀다.
빛은 좁은 틈으로만 허락되듯 내려온다.
역설적이게도 그 제한된 빛 아래서
사람의 호흡은 오히려 넉넉해진다.
이곳은 아름다움을 과시하는 장소가 아니라,
지친 몸을 살려주는 공간이다.
여행의 피로는 대개 길이 아니라 숨에서 시작된다.
숨이 가빠지면 마음의 폭도 좁아지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이런 협곡은 관광지가 아니라,
자연이 인간을 위해 남겨둔 '여백'이다.
땅이 갈라진 틈 사이에서 사람은 잠시 작아지고,
그 작아진 자리에서 비로소 다시 숨을 쉰다.
밖으로 나가면 여름은 여전히 뜨겁겠지만,
이 안에서 고른 숨은 기억으로 남아
나를 다시 걷게 할 것이다.
2026년 1월 11일
- 신점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