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의 새벽, 말이 없는 삶이 가장 뜨겁게 요동칠 때

관광객의 시간표에는 없는 시계


조용하지 않은 새벽, 관광객의 시간표에는 없는 시계


새벽은 늘 조용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하노이의 새벽은 조용하지 않다. 다만 말이 없을 뿐이다.


해가 뜨기도 전, 도시의 가장 낮은 곳에서 먼저 깨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롱비엔 시장은 그들의 하루가 시작되는 장소다. 관광객의 시간표와는 전혀 다른 시계가 작동하는 곳, 베트남의 삶이 가장 솔직해지는 새벽의 현장이다.



무질서 속의 질서 흥정은 짧고, 삶은 길다


이곳에서는 누구도 하루를 “시작한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미 시작해 버린 하루를 계속 이어갈 뿐이다. 바닥에는 물기와 과일 껍질이 섞여 있고, 전구 불빛 아래 과일은 가지런하지 않게 쌓여 있다. 그러나 그 무질서 속에는 분명한 흐름이 있다. 누가 먼저 가져가고, 누가 나중에 남기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다.


상인들의 손놀림은 빠르다. 말을 섞는 대신 손으로 계산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거래를 끝낸다. 흥정은 길지 않고, 미련은 없다. 새벽은 감정을 소비할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속하는 힘, 낮은 의자 위에서 버티는 하루


사진 속 인물들은 대부분 앉아 있다. 낮은 의자, 플라스틱 상자, 바닥. 가장 편한 자세로 가장 힘든 일을 한다. 그들에게 자세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지속이다. 이 일을 오늘도, 내일도, 다음 주에도 계속할 수 있는지.


대나무 멜대를 어깨에 멘 사람들이 시장과 도로를 가로지른다. 무게는 양쪽으로 나뉘어 있지만 삶의 무게는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멈추지 않음으로 하루를 산다.


흔들리는 사진의 이유, 정직한 노동의 속도를 기록하다


사진이 흔들린 이유는 분명하다. 초점이 늦었기 때문이 아니라 이곳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정지된 사진 속에서도 이 시장은 계속 움직이고 있다.


여행자는 이곳에서 오래 머물지 않는다. 머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짧은 체류만으로도 알게 된다. 베트남의 하루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그리고 그 하루를 떠받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여행은 흔히 아름다움을 수집하는 일로 기억된다. 그러나 새벽의 롱비엔 시장은 아름다움보다 정직함을 남긴다. 우리는 이곳에서 그들의 삶을 살지는 않지만, 잠시 빌려 느낀다.


그 간접 체험은 기념품보다 오래 남고, 사진보다 깊게 기억된다.



2026년 1월 13일

- 신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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