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전시하지 않고 현재로 살아가게 두는 도시
이 도시는 자기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대신, 세상을 자신만의 음률로 조율한다.
잘차흐 강(Salzach)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흐르지만,
그 강을 바라보는 이의 시선은 매 순간 달라진다.
그리하여 이 도시는 단 한 번도 반복된 적이 없다.
마카르트 다리(Makartsteg)는 단순한 통로가 아니다.
머무는 자와 스쳐 가는 자의 경계선이다.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며 걸어둔 자물쇠와
그 곁을 무심하게 지나치는 일상의 발걸음 사이에서,
도시는 절묘한 균형을 유지한다.
게트라이데 거리의 구시가지는 ‘보존’이라는 단어의 한계를 넘어선다.
이곳에서 보존이란 멈춤이 아니라 '이어짐'이다.
낡은 파스텔 톤의 벽들은 시간에 저항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랜 세월과 평화롭게 협상해 온 훈장처럼 보인다.
길 위의 마차는 과거를 재현하기 위한 소품이 아니다.
그저 수백 년 전처럼 오늘도 쓰이고 있을 뿐이다.
잘츠부르크는 과거를 박제하여 전시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의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놓아둘 뿐이다.
미라벨 정원에서 바로크 양식은 결코 위압적이지 않다.
질서는 강요되지 않고, 풍경은 사람을 밀어내지 않는다.
한때 권력을 과시하던 미학은 이제
모두의 휴식을 지탱하는 다정한 구조가 되었다.
그리고, 알프스.
이 도시는 산을 이기려 들지 않았다.
산을 그저 병풍 같은 배경으로 소비하지도 않았다.
그저 처음부터 그곳에 산과 함께 존재했을 뿐이다.
잘츠부르크는 섣불리 선언하지 않는다.
위대한 도시란 소리를 높여 증명하는 곳이 아니라,
자연과 삶, 그 어느 쪽도 침묵시키지 않은 채
함께 숨 쉬게 하는 곳임을 몸소 보여줄 뿐이다.
당신이 머물렀던 도시는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나요?
2026년 1월 15일
-신점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