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성, 문명이 스스로를 시험한 땅

저장성의 허무두 유적은

문명은 언제 시작되는가.

나는 그 시작이 왕이나 영웅이 아니라

밥을 안정적으로 먹게 되는 순간이라고 믿는다.


저장성의 허무두 유적은

그 믿음을 물증으로 남긴다.

벼를 심고, 저장하고, 나누며

사람들은 비로소 머무르기 시작했다.


머무름은 규칙을 낳고,

규칙은 공동체를 만들고,

공동체는 도시를 부른다.


항저우, 남송의 수도 임안은

그 연쇄의 완성형이다.

생활의 기술이

정치와 문화로 번역된 공간.


그러나 문명은 늘 성공 앞에서 시험을 받는다.

“이 질서를 누가 관리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누가 소유할 것인가”로 바뀌는 순간부터다.


가사도는 그 전환점에 서 있던 인물이다.

그는 개인의 야망이 아니라

문명 말기에 흔히 나타나는

권력의 구조적 피로를 상징한다.


문명은 권력을 필요로 하지만

권력이 문명을 대신할 수는 없다.


저장성은 말한다.

문명이 무너지는 이유는

외적의 침입보다

내부에서 책임이 사라질 때라는 것을.


볍씨는 여전히 자란다.

그러나 그것을 지킬 언어가 사라질 때,

문명은 스스로를 잃는다.



2026년 1월 17일

-신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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