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멈추지도 않는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마지막 방어선



AI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문장을 쓰면서도 나는 조심스러워진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이 반박하기 때문이다. “아니야, AI도 생각해.” 그 반박은 사실 논쟁의 핵심을 찌른다. 우리는 ‘생각’이라는 단어를 너무 넓게 사용한다. 인간의 생각에는 감정이 있고, 기억이 있고, 후회가 있고, 망설임이 있다. 반면 AI의 ‘사고’는 데이터와 확률의 계산이다. 같은 단어를 쓰지만, 내부는 전혀 다르다.


인간은 멈춘다. 인간은 생각하다가 멈추고, 말을 하다가 멈춘다. 그 멈춤은 단순한 정지가 아니다. 감정과 책임이 들어오는 자리다. “이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까?” “이 선택이 내 삶을 바꿀까?” “나는 이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인간은 이런 질문들 때문에 느려진다. 그래서 인간의 사고에는 리듬이 있다. 빠르게 달리다가도 멈춰 서는 리듬.


AI는 멈추지 않는다. AI는 ‘부끄러움’이 없고 ‘두려움’이 없다. 망설임이 없다. 그래서 다음 문장을 고르는 일이 끊기지 않는다. 인간이 멈추는 지점에서, AI는 계속 간다. 그 차이는 작은 것 같지만, 시대를 바꿀 만큼 크다. 우리는 이제 “멈추지 않는 지능”을 곁에 두고 살게 되었다.


그런데 멈추지 않는 것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빠르게 답을 내는 능력은 때로 인간의 질문을 소모품으로 만든다. 질문은 깊어지기 전에 사라지고, 사유는 끝까지 가기 전에 결론을 얻는다. 그래서 AI를 쓰는 사람일수록, 역설적으로 ‘멈춤’이 더 중요해진다. AI는 계속 달리지만, 인간은 스스로 브레이크를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의 사고는 AI의 속도에 끌려가 얕아진다.


이 시대의 지혜는 “AI를 잘 쓰는 기술”만이 아니다. “AI가 만들어낸 속도 속에서도 인간의 멈춤을 지키는 기술”이다. 인간에게 남는 몫은 바로 그것이다. AI는 대답을 잘한다. 그러나 질문의 무게를 재는 것은 인간뿐이다. 어떤 질문은 답이 빨리 나올수록 위험하다. 어떤 결론은 늦게 도착할수록 정확하다.


AI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멈추지도 않는다. 이 문장을 조금 바꾸면 이렇게 된다. AI는 책임지지 않는다. 그러나 결과는 만든다. 그래서 인간은 더 인간이 되어야 한다. 더 느리고, 더 신중하고, 더 윤리적이어야 한다. AI가 멈추지 않기 때문에, 인간이 멈춰야 한다. 그 멈춤이야말로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마지막 방어선이 된다.





2026년 1월 31일

- 신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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