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 머무는 시간

계절의 가장 진짜 얼굴


겨울은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계곡의 얼음은 단단했고, 바위에 붙은 물은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 곁에서 가지 끝은 이미 다른 계절을 준비하고 있었다. 말없이, 서두르지 않게.


같은 길을 여러 번 걷는다는 것은 시간을 겹쳐 걷는 일이다. 어제의 풍경 위에 오늘의 기온이 내려앉고, 그 위에 다시 내일의 바람이 지나간다. 그렇게 계절은 층을 이루며 변한다.


겨울과 봄은 경계에서 만난다. 완전히 떠나지도, 완전히 도착하지도 않은 상태. 자연은 그 중간 지점을 오래 붙잡고 있다. 인간에게는 애매한 시간일지 모르지만, 자연에게는 가장 정확한 순간이다.


사람은 여전히 옷깃을 여민다. 아직 겨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바람은 이미 다음 방향을 알고 있다. 차갑지만 거칠지 않고, 머물지 않으며 흘러간다. 그 바람 속에는 분명 봄의 온도가 섞여 있다.


변화는 늘 조용하다. 소리를 내지 않고,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그 자리에 머무는 사람만이 알아챈다. 수리산의 겨울과 봄은 그렇게 나란히 존재하고 있었다.


떠나는 것과 오는 것이 겹치는 순간,

우리는 계절의 가장 진짜 얼굴을 보게 된다.



2026년 2월 3일

-신점숙

이전 09화AI는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그런데 우리는 왜 흔들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