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양육에 대해 관심 있는 부모들이라면 타임아웃 (Time-Out)에 대해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스키너의 연구에 기반을 둔 훈육방식인 타임아웃은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즉시 아이를 몇 분 동안 부모와 격리시키는 것이다. 즉, 부모가 자녀에게 평상시에 보여주는 애정과 관심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벽이나 구석을 향한 의자에 아이를 일정 시간 앉혀두는 것이다. 흔히들 ‘생각하는 의자’라고도 한다. 이 방법은 걸음마 시기의 아이부터 5세까지 아이들의 행동을 교정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아무리 타임아웃을 해도 아이들이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부모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다. 왜 그럴까? 대부분의 부모들은 타임아웃을 잘못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아이들에게 타임아웃은 대부분 부정적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그 말에 부정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다.
“너 엄마 말 안 들었으니깐, 저쪽에 가서 10분 동안 반성하면서 앉아 있어.”
“너 엄마 말 자꾸 안 듣지? 그러면 타임아웃시킨다.”
물론 흥분해서 아이를 때리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보다 낫겠지만, 아이에게 정신적인 해를 입힐 수도 있다고 한다. 특히나, 걸음마기 전의 아이들에게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때문에 최근에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타임인(Time-In)이다. 아이가 땡강 부릴 때, 진정이 안 될 때, 부모 말을 안 들을 때, 여러 가지 나쁜 행동을 할 때 사용할 수 있다. 타임아웃처럼 부모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는 부모 또는 형제/자매와 함께 조용히 진정할 수 있는 공간 (cuddle corner)에 가서 진정하고 위안이 되는 조용한 놀이를 할 수 있다. 아이가 부모와 같이 그러한 공간에 가기로 정하면, 같이 앉아서 조용하게 책을 읽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인형이나 담요를 가져가서 진정하는 시간을 갖는다. 좀 더 큰 아이들은, 책이나 초를 가져다 두고 쉬게 해도 좋다.
타임인이 효과적인 이유는, 아이들이 부모가 자기를 이해해 준다고 생각하게 되어 행동을 고치기 전에 부모와 정서 및 감정적 교류를 충분히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는 감정의 기복을 적절하게 다룰 시간이 주어지게 되고, 부모도 흥분하지 않고 자기 기분을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무엇보다 아이가 혼자 있다고 느끼거나 겁먹지 않게 되고, 아이가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워 피하려고만 하지 않고 부모와 솔직하게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이야기할 시간을 갖게 해 준다.
그런데 무조건 아이 편을 들어주거나 해결방법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 아이의 모든 행동을 부모가 수용해 줄 것이라고 아이가 생각하게 해서는 안 된다.
타임인은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 먼저 cuddle corner(포옹의 공간) 또는 comfort corner(위안의 공간)을 아이와 함께 꾸민다.
- 아이가 좋아하는 부드러운 촉감의 인형이나 담요, 책을 갖다 놓게 한다.
- 아이에게 cuddle corner에 대해 설명해 준다. “우리는 오늘부터 집 한 곳에 잘못된 행동을 할 때 가서 생각하고 쉬는 장소를 만들 거야. 다시 하던 놀이나 활동을 할 수 있게 진정될 때까지 그곳에서 우리는 스스로 기분이 좋아지는 방법을 배우게 될 거야.”
- 그 후, 아이가 기분이 안 좋거나 보통 사용하는 훈육이 안 통할 때, 여러 번 받아들여질 수 없는 행동을 할 때, cuddle corner에 가자고, 또는 함께 가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왜 그곳에 가야 하는지 간단하게 설명을 해야 한다.
- 커들 코너에서 아이들은 책을 읽고, 인형을 안아주거나 하면서 기분을 진정시킬 수 있다.
- 아이가 진정이 되면 이 전에 하던 놀이나 활동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미 잘못한 점에 대해 설명했기 때문에 다시 말할 필요는 없다.
- 정해진 시간제한은 없으나 보통 20-30분 정도가 적당하다. 시간보다는 부모와 아이 사이에 일어나는 정서적 교감이 중요하다.
- 아이가 일어나려고 하면 돌아갈 준비가 되어있는지 물어보고, 아니라고 하면 다시 준비가 될 때까지 앉아 있어야 한다고 말해준다.
3. 3R (Rules, Routines, Rituals) 사용하기
어린아이들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무엇일까? 바로 예측 가능한 생활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특히나 모든 것을 배워나가는 과정에 있는 아이들은 반복을 통해 세상을 알아나가고 주변과의 관계를 맺어가게 된다. 부모가 매일매일의 일상을 반복해서 하게 되면, 아이들은 이후에 일어날 일의 불확실성에 대해 걱정을 덜 하게 된다. 어린아이들에게 있어서 규칙, 반복이 없는 생활이랑 불안 그 자체일 것이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고, 일정 시간에 규칙적인 식사를 하고, 오후 외출 후 집으로 돌아와 목욕을 하고, 항상 같은 시간에 잠을 자는 등 이 모든 일상이 쉽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변수가 많아 매일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힘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바쁘게 살아가는 부모들에게 아이들을 위한 규칙적인 생활은 어쩌면 제일 어려운 양육기술일지도 모르겠다.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동들에 대한 상담이 들어오면,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가정에서 반복되는 일상에 대해 체크를 한다.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 나름 일관된 규칙(rules)이 있고, 반복되는 일상(routines)이 있으며, 잠자기 전 어떤 의식(rituals)이 있을 때, 아이들은 잘못된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적다고 한다. 왜냐하면, 가정에 나름의 규칙이 있을 때 아이들은 부모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이해하게 되고, 부모도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통제하기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1) 규칙(Rules)
보통 규칙은 안전, 예절, 정직, 하루 일과 그리고 엄마와 아빠를 포함한 다른 사람을 대하는 방법에 대한 것들을 정하는 것이 좋다.
- 규칙은 간단하고 수가 적을수록 좋다 (3-5개).
- 규칙은 분명하고 세분화될수록 좋다.
- 아이가 부모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때부터 규칙을 만드는 것이 좋다.
- 집에 규칙이 없다면 규칙을 만들 때 아이와 함께 규칙을 만드는 것이 좋다.
- 아이가 성장하면서 그리고 가족의 상황이 바뀌게 되면 규칙을 바꾸는 것이 좋다.
- 규칙을 만들 때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정해야 한다.
일관된 규칙은 아이로 하여금 자기 자신이 하는 행동에 책임지는 법을 배우게 하고, 동시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기다리는 법도 배우게 한다. 일관된 규칙과 예측 가능한 일상은 아이에게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도 가지게 해 주고, 아이가 시간 개념을 갖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로 인해 매사 준비가 된 아이는 자신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한 일관된 규칙은 부모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족이 함께 지켜야 할 규칙과 일과 때문에라도 부모는 꾸준히 일관성을 갖게 되어 아이와 쓸데없는 실랑이를 벌이지 않는다. 이는 부모 스스로 양육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해 주기도 한다.
(2) 일과(Routines)
일정한 스케줄과 일과는 아이의 정서적, 인지적, 사회적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상이 일관적이고 예측 가능하면 아이들은 안전하고 편안함을 느낀다. 그래서 아이가 주변에서 원하는 바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공격적인 행동이나 떼쓰기 같은 문제 행동을 줄여준다. 또한 부모가 정신없이 바쁘고 힘이 들 때 규칙적인 일과가 오히려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집안이 잘 돌아가게 해주는 경우가 많다.
만약 아이를 양육하는 가정에 규칙적인 일과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정하는 것이 좋다.
- 먼저 규칙적인 일과를 위해서는 시작과 끝이 분명해야 한다.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고 한 가지 또는 두 가지 일과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 구체적인 활동과 분명한 일과부터 시작해서 적어도 2주 동안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예를 들어 식사시간, 손 씻기, 기저귀 갈기, 공놀이 하기, 노래 부르기, 장난감 치우기, 잠자기 등)
- 이러한 계획이 40일 이상 지속되면 습관이 되고 규칙적인 일과가 된다.
- 마지막으로 아이와 함께 일과를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규칙적인 일과의 종류를 살펴보면, 아침에 일어나서 준비하기, 저녁에 자러 가기, 규칙적으로 친구와 놀기, 식사하기, 매일 부모와 놀고 이야기하기, 책 읽기, 조용한 시간 갖기 등이 있다. 특히 잠자는 시간이 일정치 못한 아이들의 경우 수면 장애가 생길 확률이 높다. 그리고 아이들이 잠을 늦게 자게 되면, 밤에 자다가 깰 확률이 66% 이상 높아진다고 한다.
식사 시간도 항상 비슷한 시간에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하루에 한 번, 혹은 적어도 일주일에 2-3번은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한 연구에 따르면 가족과 저녁식사를 자주 할수록 청소년들의 학업 성취도가 높아지고, 약물, 음주, 담배를 사용하는 비율이 낮아졌다. 그리고 과일과 야채를 더 많이 먹고 탄산음료를 덜 먹었으며,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았다고 한다.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게 되면 아이들이 부모와 대화를 할 가능성이 더 많아지고 자신이 그날그날 느끼는 감정에 대해 부모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3) 의식(Rituals)
마지막으로 소개할 R은 바로 의식(Rituals)이다. 일과와 달리, 의식은 부모와 아이가 감정적으로 가까워지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의식과 가족의 친밀감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가족이 서로 가까울수록 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할 확률이 낮아진다는 연구가 있다. 가족 간에 친밀감이 높을수록 아이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회복 탄성력(resiliency)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즉,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모든 일들이 의식으로 연결될 수 있다. 아이들이 잠자기 전에 자장가를 불러준다거나 책을 읽어주는 것, 그리고 목욕을 하면서 장난감 물고기 잡기 놀이를 한다거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이러한 모든 것들을 의식(rituals)이라고 한다. 그리고 가족끼리 함께 시간을 갖는 모든 것들이 의식이 된다. 특별한 의식으로는 생일파티를 해 준다거나, 금요일마다 같이 영화를 본다거나, 온 가족이 추석에 모두 모인다거나, 이러한 모든 것들이 우리 가족만의 의식이 될 수 있다.
의식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아이에게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을 선물해준다는 것이다. 매일매일의 일과를 모두 기억할 수는 없지만, 엄마와 또는 아빠와 함께 읽은 재미있는 책은 어른이 되어서도 기억날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매년 봄 딸기 철이 되면 엄마가 집에서 꼭 딸기잼을 만들어주곤 했었는데, 아직도 그 냄새가 기억이 난다. 가족과 함께 한 이런 모든 일상과 의식들이 축적되어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어가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