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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진 Nov 17. 2019

2. 미국부모/한국부모,
여유로움, 자유로움, 자존감

-3장 미국과 한국, 육이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2)

<SEL 부모양육이란?>

3장 미국과 한국, 육아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2)



  



2. ‘여유로움’과 ‘자유로움’ 그리고 ‘자존감’



1) 한국아이와 미국아이



  얼마 전 한국에서 미국 라스베가스로 주재원으로 와 있던 가족을 만나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첫째 아이는 미국에 처음 오자마자 킨더가든에 들어가 마지막 봄 학기를 보내고 그해 가을에 바로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해서 지금은 3학년에 재학 중에 있다. 그리고 둘째 아이는 3살에 미국에 와서 데이케어와 프리스쿨에서 2년을 보내고 현재 공립학교 킨더가든에 입학해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3년을 보낸 후 한국으로 갈 날을 두어 달 남겨놓고 아쉬움 반 설렘 반으로 한국행을 기다리고 있는 그 두 딸아이 엄마에게 몇 가지 물어보았다.


  “한국에서도 아이들을 키워보고 미국에서도 3년 가까이 아이들을 키워봤잖아요. 그런데 미국아이와 한국아이를 보고 어떤 차이를 느꼈나요? 키우면서, 학교 보내면서, 함께 플레이 데이트를 하면서 보고 느낀 사소한 것들을 생각나는 대로 얘기해 주세요.”


  이 질문에 그녀는 바로 ‘여유로움’, ‘자유로움’이라는 대답을 했다.


  “미국아이들이 더 여유로운 것 같아요. 땅이 넓어서 그런가, 자연환경도 그렇고 부모들도 그렇고 대체적으로 모든 것이 여유롭고 자유로워요.”


   내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느꼈던 것도 여유로움과 자유로움이었다. 물론 처음 몇 달은 미국생활에 적응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로 바쁘고 힘들었지만, 미국에서의 대학원 생활은 확실히 한국에서의 대학원 생활과 많은 것이 달랐다. 일상생활에서도 여유롭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때는 아이를 낳겠다는 생각도 육아에 대한 고민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느낀 여유로움과 자유로움이 부모 된 입장과 조금 다른 차원일 수 있다. 그런데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신경쓰지 않아도 내 삶에, 내 결혼에, 내 육아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점에서는 결국 비슷한 맥락이 아닌가 싶다. 


  이를테면, 한국에서는 주변의 시선이나 타인의 관점에 얽매여 사소한 것에까지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 좋든 싫든 수시로 조여오는 많은 인간관계에 엮여서 항상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런데 미국에 오니 그런 것으로부터 많이 자유로워졌다. 일단 미국 사람들은 남의 일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미국은 땅이 넓고 다양한 자연환경과 풍부한 자원이 있기 때문이기도 있지만, 내가 한국에 살 때만 하더라도 모두들 남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쓰는 문화가 존재했던 것 같다. 지금은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가끔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데, 확실히 이전과는 다르게 타인에 대한 관심과 지적이 적어지고 참견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요즘 한국아이들은 전과는 달리 여유로움과 자유로움을 누리고 있을까? 그래서 미국아이들과 비교해서 한국아이들은 어떤지 물어보았다.


  “나라가 작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아이들도 한국엄마들도 그렇고 좀 더 좁은 시야에서 산다고 해야 할까요? 나라는 작은데 사람이 많고 경쟁이 심해서 그런지 별로 여유가 느껴지지 않아요. 그래서인지 한국아이들이 미국아이들에 비해 자존감도 낮아 보이고요. 미국엄마들은 별 거 아닌데도 칭찬을 잘 해 주니 미국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자존감이 높아 보여요.”


   그녀가 어떤 블로그에서 봤는데 독일엄마, 러시아엄마, 한국엄마가 미국에 와서 가장 놀란 것이 미국사람들은 작은 것에도 굉장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칭찬을 잘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아이들 성장에는 참 좋은 같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유럽이나 아시아에서는 좀 인색한 듯 보이는 아이들을 향한 칭찬 문화가 미국에서는 전혀 인색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에서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있어왔다. 너무 무분별한 칭찬이 되려 아이들을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제대로 되 칭찬하기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겠지만, 칭찬을 너무 많이 해서 오히려 미국 아이들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제대로 된 칭찬을 중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문화와 교육관의 차이일까 아니면 사회 인식이나 교육 시스템의 차이일까. 혹시 유전적 차이에서 기인한 국가 기질이나 민족 기질은 아닌지 잠시 토론해 보았으나, 다양한 인종과 민족으로 구성된 이민자의 나라 미국에서 유전적 차이를 논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였다. 우리가 내린 소박한 결론은, 경쟁과 비교보다는 자아성취감을 중시하는 미국 사회, 그리고 결과 중심의 영재교육이 아니라 자율성과 독립성에 근거한, 그래서 어찌 보면 미국에서는 애들을 너무 놀리기만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느슨해 보이는 미국 부모들의 여유로움이었다. 


  “요즘 한국의 문화센터나 시민회관 및 공공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영유아 프로그램도 무척 다양해지고 있어요. 원래 교육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나라와 민족이라 교육시스템은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과 비교될 정도로 좋은 것 같은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질문에 두 아이 엄마는 한국도 이제는 공부만 잘 하는 시대가 끝나가고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며 높은 자존감을 가진 아이가 성공한다는 인식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굳이 미국 아이들과 비교하자면 한국 아이들의 자존감은 여전히 낮아 보인다는 그녀의 말이었다. 우리의 대화는 다시 자존감 문제로 돌아왔다. 


   그러면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 물음을 통해 우리는 자연스럽게 미국부모와 한국부모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EBS의 한 교육 다큐멘터리에서 미국엄마와 한국엄마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소개한 적이 있다. 미국엄마는 아이가 문제를 풀 때 힌트든 뭐든 전혀 말해주지 않고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지켜보는데, 한국엄마는 옆에서 고민하는 아이가 안타까워서 힌트도 주고 조언도 주면서 아이가 정답을 맞힐 수 있도록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했다.


   이러한 차이는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서뿐만 아니라, 엄마들 스스로가 자신의 문제를 풀고 해결할 때도 보였다. 일정한 문제를 제시한 후 미국엄마와 한국엄마에게 각각 풀어보라고 했는데, 미국엄마는 스스로 그 문제를 잘 풀어냈다는 자기만족감으로 성취감을 느낄 때 뇌가 반응한 반면, 한국엄마는 남들과 비교해서 자신이 더 잘 했을 때 성취감을 느끼고 그에 따라 뇌가 반응했다. 이는 자신을 대하는 태도와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 크게 차이가 없었다는 의미이다. 미국엄마는 정답이 아니어도 아이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 대해 칭찬하는데, 한국엄마는 아이가 남들보다 더 많은 정답을 맞히어야만 칭찬을 한다는 것이다. 


   대체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미국이 한국에 비해 땅덩어리도 훨씬 넓고 기회도 많고 여유로워서 그런 걸까. 


    그런데 얼마 전에 만난 미국으로 이민을 온 중국 엄마의 말을 들어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듯하다. 그 중국 엄마는 중국이 영토도 넓고 나름 산업화되고 있지만, 경쟁이 심하고 비교문화가 만연해서 아이들을 키우기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할 것 같아서 미국으로 왔다고 했다. 그렇다면 넓은 땅덩어리도, 국가의 힘도 영유아 교육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 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극심한 경쟁사회가 만연해 있다.


   이는 10년 전쯤 출간됨 미국 예일대 법대 교수인 에이미 추아의 타이거 마더라는 책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쓴 저자는 미국에서 자란 중국 엄마이자 법대 교수였다. 그녀는 이 책에서 자신의 교육 모토와 자신이 어떻게 아이들에 해왔는 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체육 이외의 전 과목에서 1등을 놓치면 안 되고, 이성친구와 데이트를 하거나 학교에서 노는 것은 절대 안 되고, 피아노나 바이올린 연습을 절대 빼먹으면 안 된다. 그녀는 자신의 교육방식이 중국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중국인에게 부모란 타협할 여지가 없는 대상이다. 부모는 그저 부모이며, 자식은 부모에게 모든 것을 빚지고 있기 때문에 부모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한다.” 이러한 관점이 아마도 미국에 사는 많은 동양인 부모에게 내재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나라에 따라 문화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많은 동양인 부모들은 아이들의 실패는 곧 자신의 실패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미국 부모들에 비해 많은 것 같다. 때문에 아이들의 삶에 좀 더 관여하게 되고 더 많은 정성과 시간을 쏟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또한 많은 한국 부모 또는 동양인 부모들이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능력이 되는 한 또는 떄로는 자신의 능력을 벗어나는 수준에서 많은 돈을 투자하는 반면, 미국 부모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적정선까지만 해주고, 오히려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데 더 노력하는 것 같다. 



2)  어린이들이 하루에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은?


   문화와 나라에 따라 부모와 보내는 절대적인 시간의 차이는 여러 연구에서 보고되어 왔다. 다른 나라에 비교했을 때 우리 나라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꼐 하는 시간을 매우 적었고, 아빠와 보내는 시간은 절대적으로 적었다. 놀라운 점은 엄마와 보내는 시간도 다른 나라에 비해서 적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를 기르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도 한국은 27위였고, 많은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차지하였다. 이 순위는 인간의 권리를 존중하는 지, 가족친화적인 지, 성평등이있는 환경인지, 사람들이 행복한 지, 수입 평등이 있는 지, 안전한 지, 공공교육이 잘 이루어져 있는 지, 건강 관리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지 등 여덟가지 특징에 따라 결정되었다. Best Countries to Raise a Family | U.S. News (usnews.com) 


   이 부분에서 미국아이들의 높은 자존감은 미국부모들의 칭찬과 여유로움에서 오는 것 같다고 두 아이 엄마가 다시 한 번 강조했다. 1등만 추구하는 사회가 아닌, 2등과 3등 그리고 노력해서 스스로 무언가를 얻어낸 모든 아이들을 칭찬하는 사회, 친구가 잘 해서 상을 받으면 마치 자기가 상을 받은 듯이 같이 축하해주고 칭찬해 주는 여유로운 마음, 경쟁심이 아니라 자아성취감과 협동심을 중시하는 교육, 이러한 것이 미국부모들의 양육태도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고 보았다. 


   또한 어릴 때부터 여러가지 팀 스포츠를 시키는 것도 중요한 차이가 아닐까 싶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팀 스포츠에 참여하게 되면 이를 통해 팀웍과 리더십을 기르고, 자존감을 기르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기르게 된다는 연구가 있다. 주변에도 대부분의 미국 가족이 야구나 축구 그리고 농구나 아이스 하키 등 적어도 한 두가지는 운동팀에 아이들을 참여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미국부모의 양육태도나 양육관은 부모 개인의 성향이나 교육관, 그리고 부모의 학력 수준과 경제적 능력 등의 차이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아이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보고 어려서부터 스스로 노력해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미국의 교육시스템과 사회인식 그리고 문화의 차이가 그 저변에 깔려 있다고 보아야 한다. 실제로도 한국부모보다는 미국부모가 아이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받아들이는 시기가 좀 더 빠르다.


요즘 한국에서도 아이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보고 아이의 개성과 특기를 살리자는 분위기가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공부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많다. 여전히 남의 시선을 신경 쓰고, 내 아이의 선택과 자기만족 및 자아성취감보다는 타인에게 성공한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그런데 과연 미국부모는 남들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내 아이의 선택과 자기만족 그리고 자아성취감을 항상 중시할까. 이 물음에 우리는 미국부모가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국부모와 비교해서 평균적으로 그런 경우가 많다고 결론지었다.





    3. 미국부모와 한국부모

         그리고 주 양육자로서의 엄마와 아빠




   그렇다면 미국부모들의 장단점, 한국부모들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우리가 공통으로 미국부모의 장점으로 꼽은 것은 미국아빠들이 아이들 육아에 적극 참여하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다는 것이었다. 반면 한국아빠들은 육아를 엄마에게 미루는 경향이 여전히 많고, 아이들이 아빠보다는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길다. 육아의 책임과 의무는 부모 양자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엄마에게 많이 치우쳐지는 경향이 크다.


   물론 미국부모라고 해서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차일드 캐어나 학교에 아이들을 드랍하거나 픽업하러 가면 80% 이상은 엄마들이다. 물론 한국과 다른 점은 아빠들도 아이들 픽업과 드랍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도 일하는 엄마들의 경우 아이들이 아플 때, 엄마들이 일을 쉬는 경우가 훨씬 많다. 또한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면서, 아이를 집에서 보면서 일하기 힘들어진 많은 미국엄마들이 일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대략 추산했을 때 30% 정도의 일하는 엄마들이 일을 그만두거나 일을 잠시 쉬는 결정을 했다고 한다. 대신 미국 아빠들의 경우 주말동안 아이들과 여러가지 활동을 같이 하거나, 여러 이벤트에 참여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최근 미국 인구센서스 자료를 보면 학교행사에 엄마 혼자 참여하는 비율은 23%에 불과한 반면, 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비율은 48.4%에 이른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미국에 사는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 부모의 경우, 미국 부모에 비해 확실히 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비율이 낮았다는 사실이다. 어찌 보면, 미국에 살아도 변하지 않는 특성이 있는 것 같다. 


   미국의 출산휴가 제도는 예상과 달리 한국보다 굉장히 떨어진다. 물론 제대로 지켜진다는 조건하에 한국에서는 임신한 여성의 경우 출산 후에 45일 이상을 쓸 수 있고, 90일간의 출산전후 휴가를 부여해야 한다고 근로기준법에 규정되어 있다. 미국의 경우 놀랍게도, 연방정부에서 정한 이에 대한 규정은 50인의 고용인이 있는 회사에 한해, 12주간의 출산휴가를 쓸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는 것이 전부이다. 아빠가 출산 휴가를 쓰는 것은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12주 동안 월급을 받지 않고 쉴 수 있는 것만 보장되어 있다고 한다. 때문에 여러가지 이유로 일하는 엄마들의 경우 아이가 태어나고 6주에서 12주 이내에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 살면서 주변에서도 아빠들이 출산 휴가를 쓰는 경우는 솔직히 한번도 본 적이 없다. 때문에 이러한 부분은 한국과 큰 차이점이 없는 것 같다. 


   한국부모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자식에 대한 정이 각별하다는 것,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한국부모에게서 한국아이들은 그만큼 정서적 안정감을 충분히 느낀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한국부모의 단점이기도 하다. 자식에게 올인 한 부모가 나중에 그만큼 독립하는 자식에게서 서운함도 많이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서는 내리사랑이라 해 조부모가 손자 손녀를 자식을 대신해 돌봐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맞벌이 부부의 60%이상이 조부모 또는 기타 친척을 돌봄 조력자로 활약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부모들도 아이를 기르는데 자신의 부모들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미국의 경우 22% 정도의 조부모만이 25시간 정도 손자 손녀를 돌보고 있었다. 미국의 경우, 정말 필요할 때만 손자 손녀를 돌봐주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조부모와 함께 육아를 할 때 거기서 오는 여러가지 장점과 단점도 생각해 볼 부분이다. 


  반면 미국부모는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삶도 자식의 삶만큼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고하다. 부모든 자식이든 개개인의 의지와 선택이 중요하고 일찍부터 독립된 인격체로 살아가는 만큼, 자신이 한 선택이 잘못되었을 경우 그 책임도 자신이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미국부모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 우유부단하거나 겁이 많은 아이들은 부모의 이러한 태도로 인해 정서적으로 더 불안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두 아이 엄마와 나는 이것이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다.   


   미국 문화의 가장 큰 단점을 뽑으라고 한다면 이혼가정이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주변에도 이혼, 재혼 과정을 매우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1970년대에 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들은 85%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50% 정도의 아이들이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고 63% 정도가 두부모와 함께 산다고 한다. 이혼후 엄마가 아이를 양육하는 비율이 6배 이상 높아, 아빠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 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이혼을 하지 않는 것이 답은 아니지만, 이혼으로 인해 한쪽 부모와 교류를 많이 하지 못 하는 경우도 있고, 아이들이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많다. 


   미국부모든 한국부모든 성향의 차이는 있으나, 공통점은 자식을 사랑하며 잘 키우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육아에 절대적인 정답은 없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를 위해 무언가를 준비하고 노력하면 그만큼 아이는 더 많은 것을 받아들이고 배운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들 특히 엄마들은 언제나 바쁘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최선을 다 한다. 그래도 엄마는 자기 자신의 삶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내가 만족하는 삶, 내가 원하는 삶, 내가 누릴 수 있는 삶도 함께 지켜져야 엄마도 행복하고 부부관계도 잘 유지되며 아이도 행복하다. 이 점은 특히 한국엄마들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많은 한국 엄마들은 아이가 생기는 순간 모든 관심을 아이에게 쏟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육아와 본인의 삶과 모든 것을 고려할 때 그다지 건강하지 않은 방식이다. 


   우리가 부모로서 아이에게 해 줄 일은, 아이가 독립된 인격체로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나아가도록 도와주어야 하겠지만, 설사 그 아이가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어 후회할지라도 아이 혼자 그것을 감내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지치고 힘든 아이의 퇴로를 막은 거나 다름없다. 언제든 바꿀 기회가 있으니 돌아와서 부모 품에서 편히 쉰 후 다시 심기일전하여 고민한 후 새로운 선택을 하여 책임감 있게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그것이 부모의 올바른 양육이다. 


   이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는 또 반성을 해야만 했다. 


  “엄마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위험하다고 미리 얘기 했지? 그러게 왜 말을 안 들어? 그러니까 이렇게 실수하잖아. 크게 다쳤으면 어떡할 뻔 했어. 다음엔 엄마 말 잘 들어. 알았지?”


  우리가 자주 하는 이런 말에 대한 반성이다. 다행히 아이는 엄마가 이런 말을 하면 또랑또랑하게 대답한다.


  “엄마, 실수해도 괜찮아요.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요. 조금 다칠 수도 있고요. 그러니까 나는 다음에도 내 맘대로 하고 싶어요.”


   아들이 막 다섯 살이 되었을 때 한 말이다. 기대치도 않았던 아이의 말에 나는 또 놀라고 또 반성한다. 양육의 길은 멀고 배울 것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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