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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진 Nov 17. 2019

1.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 3장 미국과 한국, 육아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1)

<SEL 부모양육이란?>

3장 미국과 한국, 육아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1)



         



1.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자신의 다양한 정체성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아이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참 복잡하고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모두 각자의 환경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명쾌하게 말해줄 수 없다.


   5년 전 내가 두 살 아들을 키우고 있었을 때로 한 번 돌아가 보자. 그때 나는 두 살 아들을 키우면서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일을 병행하고 있던 터라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무척 힘든 상황이었다. 당시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통해 혈액검사를 실시했는데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도하게 치솟아 있다며 의사가 혀를 끌끌 찰 정도였다.


  “당신, 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어요? 스트레스 호르몬 지수가 지금 너무 치솟아 있어요. 이 상태가 지속되면 건강에 문제가 생기고 불임이 될 수도 있어요."


  “글 쓰는 작가인데 마감이 코앞이고, 마흔 넘은 이 나이에 에너자이저 2살 아들을 키우고 있어요. 불임이요? 육아가 너무 힘들어서 둘째는 꿈도 못 꿔요.”


  “아니, 당신 나이가 어때서요? 충분히 둘째도 낳을 나이 구만. 후회하지 말고 일 쉬엄쉬엄하면서 둘째 준비해요.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대체 왜 둘째를 안 낳는다는 거예요? 일본에서도 하나만 낳는 경우가 많다던데 한국도 그래요?”


   내가 한국인인 걸 아는 담당의사가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내게 물었다. 


   나는 이 상황이 무척 이해가 잘 되는데, 왜 이 미국인 의사는 우리를 이해 못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지나고 생각해 보니, 바로 그와 나의 육아에 대한 입장 차이, 관점의 차이, 상황의 차이 때문이었다. 


  “아니, 의사 선생님은 육아가 안 힘들었어요? 난 정말 너무 힘들던데? 그래서 한국도 요즘 하나만 낳는 경우가 많아요. 젊은 사람들은 아예 아이를 갖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도 꽤 있어요.”


  내 대답에 담당의사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씩 웃었다. 그래서 나도 웃으며 한마디 덧붙였다.


  “알아요. 이게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는 걸. 그래도 나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어요.”


  이 일화에서처럼 미국인 의사는 자신의 입장에서 내가 처한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녀가 처한 사회문화적 상황과 가족 상황이 한국을 멀리 떠나와 있는 내 상황과 많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의 엄마들이 가르쳐준 것들>이라는 책에서 크리스틴 그로스-노는 ‘육아 방법은 사회문화적 배경, 지역적 영향, 그리고 다른 여러 요소들에 의해 정해진다는 것을 부모들이 자각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에서 한국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는 엄마 입장에서 나는 이 말에 무척 공감한다. 왜냐하면 미국 안에서도 일반적인 미국인 엄마들과 이민자 1세 혹은 2세인 제시카 킴들은 또 다른 특별한 상황 속에 있으니, 육아 환경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이 세상의 모든 육아가 다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때 프랑스 육아, 스칸디나비아 육아가 좋다고 붐이 일면서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새로운 육아의 해법으로 각종 방송과 언론에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무조건 따라 하기 이전에 그 지역, 그 나라에서는 왜 그런 방식의 육아를 하고 있는지 다양한 관점에서 고찰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나와 내 아이의 환경에 맞는 육아 방식을 찾을 수 있고, 스스로 불만족스러운 육아 방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 지식을 얻고 육아 방식을 참고로 하되, 내 아이의 기질과 주변의 사회, 문화적 상황을 함께 고려하여 내 육아에 유연하게 변화시켜 적용할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실제로 부모가 될 준비를 미리 완벽하게 하고 아이를 낳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부모 노릇은 처음이다. 그런데 육아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나누고 부모 공부를 미리 해 둔다면 처음 하는 육아라도 좀 수월할 수는 있다. 


  그런 취지에서 네바다 대학교 김예빈 교수는 오랫동안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연구해 왔다. 최근 몇 년 간은 영어로 진행하는 프로그램 외에도 미국에서 한국 아이를 키우는 많은 '제시카 킴'들을 위해 매주 토요일 오전에 한국어로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해 오고 있다. 라스베가스 지역에서 행해지고 있는 이 부모교육 프로그램은 단순히 부모만 참여해서 육아 전략을 집중 코치받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아이가 함께 수업에 참여해서 아이를 어떻게 훈육할 것인지 같이 생각하고 토론을 나눈 후 바로 그 자리에서 직접 실행에 옮겨보는 상호작용이 가능한 프로그램이다. 

 

    https://extension.unr.edu/parenting/default.aspx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 몇 가지가 있다. 아래 질문들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한 번 대답을 해 보자.


(1)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Yes or No

(2) 부모는 아이에게 ‘No’라고 하면 안 된다. Yes or No

(3) 좋은 양육은 좋은 전략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Yes or No

(4) 좋은 부모는 언제나 아이의 요구를 최우선시한다. Yes or No

(5) 아이를 기르는 동안 결혼생활이나 부부관계에 소홀해져도 괜찮다. Yes or No


  자, 이제 마음속으로 우리의 생각을 말해보자. 위의 5문항 중 ‘예’와 ‘아니오’는 과연 몇 개나 될까. 나의 경우는 저 문항에 대해 모두 ‘No’, ‘아니요’를 선택했었다. 그때 2살 아들을 키우고 있던 나는 김예빈 교수가 진행하는 부모교육 프로그램에 처음 참여했을 때였다. 


  먼저 (1)을 한 번 보자.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면 정말 뭔가 잘못된 것일까. 실제로 김예빈 교수가 이 질문을 던졌을 때 많은 부모들이 혼란스러워했다. 행복한 아이가 자존감이 높고 성공한 인생을 산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들은 아이가 항상 밝고 웃고 해맑은 얼굴로 세상을 살아가기를 원한다. 하지만 주변에는 울고 짜증을 부리고 징징대는 아이들도 많다. 배가 고파서, 피곤해서, 엄마한테 혼나서, 자기가 원하는 걸 얻지 못해서, 슬퍼서, 무서워서, 아파서 등 수백 가지, 수천 가지, 수만 가지의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징징대는 아이들은 정말 행복하지 않은 걸까?


  그런데 행복의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며, 아이 입장에서의 행복과 부모 입장에서의 행복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아이는 성장하면서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때로는 행복하고 때로는 좌절하고 슬픔에 빠질 때도 있다. 아이의 잘못이 아닌데 운이 나빠 극한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때 부모의 역할은 아이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헤쳐 나가도록 방법을 알려주고 그 과정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1) 문항은 NO, 아니요다. 아이들이 당장 갖고 싶은 장난감을 가졌다고, 당장 먹고 싶은 사탕을 먹었다고, 당장 보고 싶은 티비 프로그램을 봐서 웃고 있다고, 그 아이들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내적 동기화가 되고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아이로 자라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https://www.washingtonpost.com/lifestyle/2021/02/23/kids-happiness-emotions/


   (2) 부모는 아이에게 No라고 말하면 안 된다? 아니,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상황에 따라 아이에게 안 된다고 말해야 한다.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났을 떄 누구도 아이들에게 항상 Yes라고 하지 않는다. 집에서 모든 것을 허용해줬는데, 밖에 나가는 순간 모두가 안된다라고 했을 때 아이가 느낄 좌절감은 훨씬 더 크다. 때문에 아이들에게 옳고 그른 것을 가르치고, 되는 것과 절대 안 되는 것을 꼭 가르쳐야 한다. 


https://www.psychologytoday.com/us/blog/growing-friendships/201712/when-and-how-say-no-kids


   그리고 (3) 좋은 전략이라고 해서 모두 좋은 양육은 아니다. 왜냐하면 아이들마다 기질이 다르고 처해진 양육 환경도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양육방식을 쓴다 해도, 잘못 적용하거나 아이들의 기질에 따라 다르게 쓰이면, 더 이상 좋은 양육이 아니다. 특히 부모와 아이의 기질이 맞지 않을 때 이는 더욱 힘들어진다. 


   또한 (4) 아이의 요구를 무조건 최우선시한다면 그 아이의 인생을 망치는 일이므로 신중해야 한다. 아이의 요구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이 부모 자기 자신의 요구이다. 아이의 요구 사항보다 따르다보면, 어느 순간 아이에게 끌려다니는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5) 부부관계가 좋아야 가정도 화목해지고 아이의 정서 발달에도 좋다. 부모로서 아이에게 보여줘야 할 가장 좋은 모습은 부부간의 화목한 모습이다. 이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맺는 여러 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일단 아이의 정서절 발달에 긍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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