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뇌는 태어나서 만 세 살까지 엄청난 발달을 한다는 최근 연구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태어나서 3살까지는 부모나 특정 양육자에게서 반드시 제대로 된 양육을 받아야 한다는 육아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시기 아이의 두뇌 발달은 아이의 관계 형성과 다양한 경험, 그리고 주변 환경 및 영양상태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영향을 받는데, (좀 더 과장하자면) 심지어 이때 발달한 두뇌가 향후 40년까지 영향을 준다고 한다.
그렇다고 신생아에게 혹은 한두 살 아이에게 억지로 말을 하라고 강요하거나 글자를 익히게 하고 연산을 가르치지는 말자. 이 시기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균형 잡힌 영양이며 양육자의 사랑과 관심이다. 아이의 건강한 두뇌는 건강한 몸, 건강한 정신, 건강한 마음에서 만들어진다. 부모와 옹알이로 대화를 나누고, 엄마가 불러주는 노래를 들으며 함께 흥얼거리거나 춤을 추고,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에 귀를 쫑긋하고, 엄마나 아빠가 읽어주는 그림책을 함께 보다가 코코 잠을 자는 일상, 무척 당연하고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이 일상이 아이에게 무척 중요하다.
(2)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삶의 다양한 모습을 경험한다
0세에서 6세, 이 시기 아이들의 일상은 하나부터 열까지 놀이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놀면서 배운다는 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나 다 인정하는 진리이다. 그만큼 아이들에게 놀이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놀이는 아이들의 정서적 성장뿐만 아니라 또래관계 형성과 사회적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놀이를 통해 우리는 아이들의 문제 행동을 파악하거나 예방할 수 있고, 정서적 문제나 행동상의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치료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놀이치료이다. 이를테면, 아이가 원하는 놀이를 마음껏 하도록 하여 자신의 욕구와 의지를 놀이를 통해 표출하게 함으로써 불안이나 좌절, 분노의 감정을 해소하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전 세계의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놀이가 언어능력뿐만 아니라 인지발달과 정서조절 그리고 사회적 유능감을 발달시키는 중요한 매개이자 학습 수단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아기 때 마음껏 놀이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놀이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이들의 놀이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일반적으로 많은 부모들이 첫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무슨 놀이를 하며 아이와 지내야 하는지 고민들을 많이 할 것이다. 이제 막 여섯 살이 된 아들을 두고 있는 나는 지금도 그런 고민을 하며 지낸다. 왜냐하면 아이의 성장과정에 따라 놀이 방식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요즘 코비드 19 펜데믹의 영향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아졌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는 물론이고 놀이터, 공원, 워터 파크, 놀이동산, 박물관, 갤러리에도 함부로 갈 수 없는 상황이 벌써 8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외부 상황에 따라 놀이 방식이 달라지기도 한다. 아이와 나는 요즘 놀이 소재가 고갈되어 심심한 상황이 되면 뭘 하고 놀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태블릿이나 랩탑을 켜고 검색을 한다. 컴퓨터 인터넷이 없었으면 이 시간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하는 생각에 오싹해진다. 요즘 같은 시기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것만큼 더 유용한 것은 없다.
먼저 인터넷 사이트에서 놀이 관련 개인 블로그와 육아/양육 웹사이트 그리고 인터넷 서점에서 다양한 놀이를 찾아서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 아이들의 놀이
a. 만들기, 미술, 그리기, 종이접기
b. 언어놀이 - 한글, 영어, 말, 수수께끼, 한자놀이
c. 음악놀이 - 피아노, 드럼 만들어 치기, 기타 놀이, 실로폰 만들기, 음악 듣기, 음악을 들으며 율동하기
d. 수학, 과학, 코딩, 두뇌, 퍼즐, 블록, 레고, 엔지니어링, 영재놀이
e. 음식, 요리 관련 놀이
f. 책과 함께 하는 인성놀이, 생각놀이, 스토리텔링, 웃음소통놀이 등
g. 집단 발달 놀이, 역할놀이, 병원놀이, 학교 적응 놀이, 학교놀이 등
h. 세상의 놀이터, 박물관, 여행, 캠핑, 자연놀이 등 외부활동 관련 놀이
i. 몸 놀이 - 체육, 운동, 스포츠 관련, 술래놀이, 모래놀이, 운동장 놀이, 공놀이, 손놀이
j. 전통놀이, 민속놀이 - 연극놀이, 가면놀이, 그림자놀이, 역할놀이, 꼭두각시놀이 등
k. 기차놀이, 자동차 놀이, 트럭 놀이, 로봇 놀이, 장난감 놀이, 인형놀이, 공룡놀이 등
l. 각종 보드게임
물론 이 외에도 세상에는 많은 다양한 놀이들이 있지만, 놀이의 형태에 세세한 차이를 보일 뿐 놀이 성격과 목적은 비슷한 것들이 많다.
다음으로 이 다양한 놀이들을 아이의 성장발달에 따라 분류해 보기로 하자.
a. 신체발달 - 몸으로 하는 모든 놀이가 여기에 포함된다. 악기를 다루는 것도 이에 포함된다.
b. 지능발달 - 언어, 수리, 인지 발달 (실제로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지능 발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c. 정서발달과 안정 - 책과 함께 하는 인성놀이, 생각놀이, 스토리텔링, 웃음소통놀이 등,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면서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켜 대화를 나누는 것(스토리텔링), 연극놀이, 가면놀이, 그림자놀이, 역할놀이, 꼭두각시놀이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겠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놀이도 여기에 포함된다.
d. 창의성 발달 - 미술, 음악, 요리, 박물관, 여행, 캠핑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정서발달과 안정을 위한 놀이와 밀접하게 관련되는 부분이 많고, 지능발달과도 무관하지 않다.
e. 사회성 발달 - 집단 발달 놀이, 역할놀이, 병원놀이, 학교 적응 놀이 등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아이들의 놀이를 검색하면서 문득 어른들의 놀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한 번 찾아서 정리해 보았다.
◆ 어른들의 놀이
a. 전통 민속놀이, 강령 놀이, 주술과 놀이, 한풀이, 신명놀이, 굿, 불놀이, 물놀이, 길놀이, 그림자놀이, 가면놀이 등 – 한풀이, 스트레스 해소 등 일종의 심리기제 분석 및
b. (현대물) 디지털 게임 - 게임 서사, 가상세계, 스토리텔링, 인터랙티브 미디어와 놀이, 가상 놀이 인간의 탄생, (접신한 무당이 아닌) 아바타의 탄생
c. 취미활동 - 사진, 그림, 음악, 영화감상, 독서, 공연, 여행, 박물관, 미술관, 캠핑
d. 신체단련과 건강 - 운동, 스포츠, 요가, 댄스, 헬스 등 각종 신체 활동
e. 세계 시민 교육, 교실 속 평화 놀이, 환경 보호, 자연보호 교육 -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범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일종의 자원봉사 (놀이처럼 재미있게 활동하는 것)
f. 재테크 및 자기 계발 – 주식, 인테리어, 부동산, 투자, 육아 및 양육 서적 등 가정생활과 가정경제를 좀 더 윤택하게 하고 자신의 직장생활과 삶을 보다 재미있고 풍요롭게 하기 위한 목적
어른들의 놀이 활동을 성격에 따라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다.
a. 신체단련과건강 - 운동
b. 자기 계발/재테크 - 직업과 삶, 가정경제
c. 정서발달과안정 - 심리기제, 스트레스 해소, 민속놀이, 게임
d. 창의적삶추구 - 취미생활을 통한 삶의 다양성 추구하기, 자기 계발 및 기분전환
. 사회성 - 관계지향적인 삶, 개인과 사회의 적절한 조화, 동호회 활동
일반적으로 어른들의 놀이는 크게 개인의 영역과 사회의 영역으로 구분된다. 어른들의 놀이의 주된 역할은 개인과 사회를 큰 무리 없이 연결해 주는 일종의 테라피라고 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사회적 삶을 살아야 하는 어른들은 자신만의 영역 안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정신적인 안정을 찾고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자기 계발의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어른들은 그것을 취미생활과 놀이를 통해 해결한다. 만약 이러한 개인의 삶이 묵살되고 온전히 사회적 삶만을 위해 살아야 한다면 이는 인간의 삶의 아니라 기계, 로봇의 기능만이 남게 될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사회적 삶보다 개인의 삶만이 중시된다면 어떻게 될까. 개인의 욕망과 요구대로만 세상이 작동된다면 사회적 삶은 철저하게 외면되고 범죄가 넘쳐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아이들의 놀이와 어른들의 놀이를 비교해 보니 재미있는 결과가 몇 가지 나왔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이들의 놀이나 어른들의 놀이가 별반 차이가 없이 거의 비슷한 유형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놀이의 주된 목적이 다를 뿐이다. 이를테면, 아이들의 놀이 특징은 신체 발달과 정서 안정 그리고 대부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들을 배우는 학습 목적이 강하다. 그런데 어른들의 놀이는 신체 발달과 학습 목적보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정서적인 안정과 심리적 위안이 목적인 경우가 많다.
◆ 아이들의 놀이 특징 - 신체 발달, 학습 효과(지능발달), 정서 안정, 창의성 발달, 사회성 발달
◆ 어른들의 놀이 특징 - 건강(신체단련), 자기 계발/재테크, 스트레스 해소/심리적 위안, 취미생활, 개인과 사회의 적절한 조화를 위한 사회성 유지가 목적인 경우가 많다. 친목도모, 결국 사회성 유지
이 놀이 목록을 정리하면서 내린 결론은, ‘건전한 놀이’는 개인의 행복과 자유가 추구되고 보장되어야 함과 동시에, 공동체의 평화와 이익이 동시에 추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건전한 놀이 문화를 아이에게 알려주어야 인류의 미래가 밝고 평온해질 수 있다는 것, 즉 놀이도 곧 지식이요 삶의 지혜와 통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놀이는 결국 아이에게나 어른에게나 모두 중요한 삶의 일환이며, 개인의 삶과 인생을 보다 재미있고, 흥미로우며, 의미 있고,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풍요롭게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개인과 사회의 관계의 적절한 조화를 추구해야 하며 공동체의 이익을 동시에 만족시킬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아이의 놀이가 중요한 이유는 아이가 놀이를 통해 삶의 다양한 모습과 원리를 깨우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사회성뿐만 아니라 성장발달과 더불어 학습효과에 좀 더 치중되어 전반적인 발달에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놀이가 중요하지만, 온라인 게임의 경우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적극 개입해서 시간제한을 두어야 한다. 어려서 온라인 게임에 빠지게 되면 성인이 되어서도 게임 중독이 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요즘 온라인 게임은 전쟁, 파괴, 각종 범죄뿐만 아니라 인간의 욕망이 반영된 삶 전반을 매우 구체적으로 담아내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이를 수용하기 힘든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아이들이 접하지 못하도록 부모가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