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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진 Oct 30. 2020

아이와 놀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5장 사회정서 발달에 도움이 되는 놀이 계획 짜기 (3)

<SEL 부모양육이란?>

5장 사회정서 발달에 도움이 되는 놀이 계획 짜기 (3) 






3.  아이와 놀기 위해 필요한 것 세 가지

       - 부모 공동육아베이비시터놀이 계획




   첫 출산 후 초보 엄마들은 행복하면서도 매일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낸다. 분만 후 엄습하는 극심한 하반신 통증, 아이에게 초유를 먹여야 한다는 일념으로 두 시간마다 벌이는 모유와의 전쟁, 그리고 네 시간마다 갈아야 하는 기저귀와의 전쟁으로 수면 부족은 일상이 된다. 때때로 극심한 두통과 치솟는 혈압으로 산후에도 올 수 있다는 임신중독증 검사를 받으러 병원을 다니는 산모들도 있다. 결론은 피로 누적과 수면 부족, 그리고 모유수유 때문에 생긴 변비로 인해 더욱 가중된 통증 때문이다. 의사는 좀 더 강도가 센 진통소염제를 처방해주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고 하지만, 그건 결코 쉽지 않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면 산모의 몸 회복이 좀 되고, 아기도 먹는 양이 늘어 밤잠을 조금 길게 자기 시작한다. 낮에는 분유를 먹고 기저귀를 간 후 기분이 상쾌해지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깨어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 무렵 아이는 이름을 불러주면 눈을 마주 보며 방긋 미소를 지으며 반응을 해 보인다. 


   이때부터 초보 엄마들은 또 다른 고민이 생긴다. 대체 생후 한 달 된 아이와 뭘 하고 놀아야 할까. 이는 대부분의 초보 부모들이 맞닥뜨리는 당연한 고민일 듯싶다. 그래서 임신, 출산 서적을 열심히 읽던 임산부들이 아이를 낳은 후에는 육아와 놀이 서적을 찾아 읽기 시작한다. 생전 경험하지 못했던 힘든 육아로 인해 지칠 대로 지친 초보 엄마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아이와 편안하면서도 즐겁게 놀 수 있을까.   




  ◆ 공동육아아빠의 참여



  미국 부모들은 어떨까. 그리고 쉬운 육아, 모범이 되는 육아로 유명한 스칸디나비아 부모들이나 프랑스 부모들은 정말 초보 엄마, 초보 아빠로서의 힘겨움이나 고민이 별로 없을까? 미국에 살면서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는 한국 엄마로서 나는 자연스럽게 미국 부모들이 아이들과 뭘 하고 노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서는 부모 중 한 사람이 전업주부인 경우 데이케어(daycare)나 프리스쿨(preschool)을 건너뛰고 아이를 좀 더 늦게 pre-k(만 사오 세)부터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pre-k는 일종의 프리스쿨 개념으로, 킨더가든(kindergarten, 만 오륙 세)부터 의무교육인 미국에서는 부모들이 아이를 킨더에 입학시키기 전에는 pre-k 과정에 잠시 보내 학교생활에 미리 적응시키기도 한다. 많게는 일주일에 4번, 적게는 2번까지, 월화수목, 월수금, 화목 등 다양한 옵션으로 아침 8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아이를 프리스쿨에 보낸다.


  맞벌이 부모는 빠르면 아이를 생후 6주부터 데이케어에 보내며, 일반적으로는 출산휴가가 끝나고 3개월 이후나 6개월 이후부터 프리스쿨에 보낸다. 그리고 경제적 형편이 되는 사람들은 주중에 유모(nanny)나 베이비시터를 불러 매일 6시간 이상씩 아이를 맡기는 경우도 꽤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 아빠들은 아이 양육에 비교적 적극적이고 협조적이어서 출퇴근 시간을 조절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주말 놀이터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아빠들의 모습이 더 많이 눈에 띈다. 


  요즘 한국의 젊은 아빠들도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빈도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젊은 아빠들의 공동육아 의지와 육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빠가 아이들과의 놀이에 참여하면 그만큼 아이들은 놀이에 더 큰 흥미를 가질 수 있다. 


* 참고할 책

 - <놀이만 한 공부는 없다>(2014, 예담, 권오진(아빠학교 교장, 놀이교육 전문가, 인성발달 연구소와 행복가정연구소 소장, <행복한 아빠 학교>, <하루 10분 생활 놀이>, <아빠가 달라졌어요>, <아빠의 놀이 학교>, <아빠의 놀이 혁명>의 저자) 




   베이비시터를 부르는 전업주부 엄마유모차를 끌고 조깅하는 아빠

 

      - 엄마의 휴식, 아이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인상적이라고 생각했던 점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일주일에 2, 3일씩 유모나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는 전업주부 엄마의 모습이며, 다른 하나는 새벽 6시를 전후로 유모차와 반려견을 끌고 조깅을 하는 미국 아빠들의 모습이다. 


  사실 미국에 살면서도 아이를 낳아 키우기 전에는 이 두 유형의 미국 엄마, 아빠들에게 크게 주목한 적이 없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전업주부가 유모나 베이비시터를 고용한다는 것은 얼토당토않아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고, 또한 아침에 출근하기 바쁜 한국 아빠들이 모자란 잠을 억지로 줄여가며 새벽 대여섯 시에 유모차를 끌고 조깅을 한다는 것도 매우 낯설다.


   물론 미국 부모들이라고 해서 모두 이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경우가 나름 보편화되어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는 있다. 육아에 지친 엄마가 아침에 조금이라도 더 잘 수 있도록 이른 아침에 깬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아침 운동을 나가는 아빠의 모습에서 공동육아와 자기 관리가 동시에 추구되고 있음을 살필 수 있다. 전업주부 엄마라 할지라도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와 피로를 해소하기 위해 일주일에 2, 3일 정도는 두세 시간씩 베이비시터를 불러서 아이를 돌보게 하고 개인 시간을 가지거나 쉬면서 모자란 잠을 보충하는 것도 꽤 현명한 육아방법 중 하나이다. 충분히 휴식을 취한 부모가 아이와 신나게 놀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배인 미국 아이들은 7시가 되면 침대로 가서 잠을 청한다. 그러다 보니 새벽 6시에 깨는 아이들이 많다. 생후 두세 달쯤에 밤잠 패턴이 고정되기 시작한 아이는 저녁 7시나 7시 30분쯤에 잠들어 새벽 5시 30분에서 6시 사이에 일어나 우유를 먹고 놀다가 8시쯤 이유식을 먹고 9시쯤 1차 낮잠을 잔다. 


  사실 아이가 아침 일찍 일어나면 평소 육아에 지쳐 피로가 쌓인 부모는 무척 곤혹스럽다. 우선 잠자는 시간이 줄고 짧게는 1시간, 길게는 2시간 가까이 아이를 데리고 놀거나 아침식사를 준비하거나 출근 준비를 해야 한다. 큰아이가 있다면 아침식사에 등교 준비까지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 시간에 아이가 혼자 잘 논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특하고 고맙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가능한 스트레스를 덜 받고 활용할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놀이 계획은 엄마의 수고를 덜어준다.



  아이와 함께 하는 일상, 이 일상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잘 보낼 수 있을까.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놀이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9시쯤 1차 낮잠을 자고 일어난 아이는 우유 한 통을 단숨에 먹은 후 집에서 왕성하게 활동을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두 시간을 놀다가 아이는 12시쯤 이유식을 먹고 1시 30분쯤 2차 낮잠을 잔다. 3시쯤 일어난 아이는 간단히 간식을 먹고 밖으로 나가자고 조른다. 그렇게 밖으로 나가서 1시간 좀 넘게 놀다 돌아오면 아이는 깨끗이 씻은 후 5시에서 6시 사이에 저녁 이유식을 먹고 7시 30분에 우유를 먹고 잠들기 전까지 또 뭔가 정적인 놀이를 하며 잠자리를 준비한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아이를 재운 엄마는 또 내일이 오면 아이와 뭘 하고 놀아주나 고민을 시작한다. 아무래도 계획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 놀이 계획이라면 더없이 좋을지도 모른다. 한 번 고생해서 놀이 계획을 세워둔다면 매일 고민하며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 없이 아이와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아이들을 일주일에 한두 번씩 밖에서 신나게 놀리면 되지, 사실 이렇게까지 놀이 계획이 있을 필요가 있을까 회의적인 부모들도 있을 수 있다. 물론 신나게 노는 것이 아이들에게 제일 필요하다. 그러나 요즘은 아이들이 밖에서 신나게 놀 기회가 예전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 




a.       안전문제 - 차량이 늘어나고 주변에 위험 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으며 집 주변 가까운 곳에 공원이 그렇게 많지 않다. 아파트 놀이터가 있긴 있으나 어른들의 보호 없이는 위험한 요소가 많다.


b.        외동들이 늘어나는 추세 -  놀이터나 공원에서 함께 놀 아이들을 많이 찾기가 힘들다. 


c.        놀이 학원으로 - 요즘은 각종 운동이나 악기 학원으로 아이들을 많이 보내기 때문에 밖에서 놀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d.       많은 아이가 과거 어느 때보다 오랜 시간을 실내에서 보낸다. 특히 코비드 19 펜데믹의 영향으로 아이들이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은 더욱더 많아졌다.


e.       요즘의 운동장, 놀이터는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모험은 제공하지 않는다?


f.         전자기기 스크린은 매혹적이지만 다채로운 질감을 느끼게 하지는 못한다?


g.       하이테크 장난감, 게임은 큰 재미를 주지만, 아이 스스로 뭔가를 발견할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다. 이는 아이가 즉각적인 만족만을 추구하게 만들고 다른 활동에서도 바로 결과가 나오리라는 헛된 기대를 품게 한다.


h.       요즘 아이는 혼자서 혹은 친구와 함께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타는 대신 부모나 양육자와 같이 차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i.          다양한 경험을 위한 특별 수업은 재미와 학습 기회, 여러 자극을 주지만 본질상 자유 선택 놀이의 자기 주도형 탐색 기회와는 멀어진다.


j.          선행학습은 점점 더 학교 시험에만 초점을 맞춰 유아기 학습 경험을 단조롭게 만든다.


k.        쉬는 시간을 줄이자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학교에서의 점심시간도 줄어들고 있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이는 문제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신나게 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a.       놀이 공간 - 마음껏 신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동시에 안전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찾아서 놀 수 있도록 놀잇감을 눈에 잘 띄게 배열해 놓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굳이 엄마가 도와주거나 참여하지 않아도 자기 주도적인 놀이를 통해 개인 활동 시간을 보내게 하는 훈련이 되기도 한다.   


b.       부모의 적절한 개입 -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해 적절한 놀이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더불어 아이들이 게임이나 텔레비전이 아닌, 창의적이고 활동적인 놀이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놀이 개념을 확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 계획 없이 무조건 뛰어놀고 땀을 흘리고 치고받고 구르는 것만 한다면 지적이거나 목적 지향적인 놀이를 즐기는 경향이 있는 아이들은 쉽게 흥미를 잃기 쉽다. 그러므로 적절한 놀이 계획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아이의 스케줄을 관리하고 아이가 건전한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부모가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c.        놀이는 언제 하면 좋을까?- 아이들은 대부분 아침에 가장 활동적이며 이해력이 놓다. 오전엔 지적인 놀이를 하면 좋다. 그리고 오후에는 긴장을 풀고 땀을 흘리고 아무 생각 없이 뛰어노는 신체놀이를 하면 좋을 듯하다. 그리고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을 자기 전에는 하루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낮에 한 놀이와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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