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카 킴은 아이가 8개월 이후 기기 시작하면서 한국 아이들과 매주 한두 번 플레이 데이트를 가졌다. 플레이 데이트 친구들과 4년 이상 함께 만나온 아이는 친구들을 마치 형제처럼 편하게 생각하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든든해한다. 그 덕에 아이들은 한국말을 잊어버리지 않고 잘 구사하게 되었고, 일찍 공동체 생활을 경험하게 되어 3살이 넘어 서로 다른 프리스쿨에 들어가서도 비교적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 이 아이들은 외동으로 자라고 있지만 1살도 되기 전에 플레이 데이트를 자주 가져왔던 터라 사소한 일로 티격태격하면서도 양보하고 화해하고 어울려 노는 것을 일찍부터 터득했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의 엄마는 항상 의문을 품고 고민을 한다. 아이들을 위한 재미있으면서도 교육적인 놀이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제시카 킴은 아이들이 성장하여 말문을 떼기 시작하면서 플레이 데이트를 할 때마다 미리 아이와 뭘 하고 놀고 싶은지 간단하게 의견을 나누었다. 그렇게 아이와 한 가지 주제를 정해서 그와 관련된 만들기나 그리기 그리고 읽어줄 책을 한 권씩 준비해 갔다. 계획한 놀이를 실제로 행하는 시간은 전체 플레이 데이트 시간 중에서 30분에서 40분 정도로 짧았지만, 아이들은 그 시간 동안 넓은 식탁 앞에 앉아서 자유롭게 가위질을 하고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집중을 했다. 집으로 돌아갈 때 자신이 이룬 성과물을 하나씩 챙겨가면서 아이들은 뿌듯해했고, 다음 플레이 데이트 시간에 만날 때는 제시카 킴에서 오늘은 뭘 하고 놀 거냐고 묻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미국 엄마와 아이들의 놀이 계획은 어떨까?
아이가 킨더에 입학하면서 제시카 킴은 미국 부모, 미국 아이들과 플레이 데이트를 가지기 시작했다. 한국 아이들과는 매주 토요일 한인교회에서 주최하는 한국학교를 다니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한글 수업이 끝나면 공원이나 놀이터에서 두 시간 정도 놀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미국에서 태어나 앞으로 미국에 삶의 터전을 마련할 아이를 위해 제시카 킴은 가장 친한 친구 세 명을 집으로 초대해서 첫 플레이 데이트를 가졌다. 그 전날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몇 가지 플레이 데이트 프로그램을 짠 제시카 킴은 조약돌 페인팅과 종이접시 공룡 만들기 그리고 윷놀이와 오목판을 준비했다. 물론 이 모든 계획들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리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사내아이 넷이 모이면 분명 뛰고 달리고 소리를 지르며 놀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미국 엄마들은 시간이 되자 아이들을 제시카 킴의 집에 데려다 놓고 3시간 후에 오겠다며 다들 돌아갔다. 이것이 웬만큼 나이가 든 아이들을 가진 미국 부모들의 플레이 데이트 문화였다. 이 문화가 어떻게 생각해 보면 아이들의 사회성과 자립심 그리고 독립심을 발달시키는 데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육아에 지친 엄마들도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런데 나이가 어린아이들의 경우는 미국 부모들이 함께 머물며 플레이 데이트를 하는 경우가 많다.)
제시카 킴이 예상한 대로 아이들은 처음 만나자마자 반가워서 환호성을 지르며 뛰고 달리기 시작했다. 집안 구석구석을 다니며 신기한 장난감을 꺼내 가지고 놀고 뒤뜰에 설치된 트램폴린에서 점프를 하고 블록을 꺼내 함께 성을 쌓고 가면을 쓰고 영웅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집안은 장난감으로 어지럽게 초토화되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이 되어 간단한 스낵을 준비한 제시카 킴은 아이들에게 각기 장난감을 치우고 손을 씻고 와 식탁에 앉으라고 했다. 아이들은 비교적 말을 잘 들었고 식성이 다르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점심도 무리 없이 잘 먹었다. 점심을 먹은 후 제시카 킴은 준비한 놀이 계획대로 아이들과 조약돌 페이팅을 하고 공룡을 만들고 물감으로 간단히 그림을 그려서 말린 후 미리 준비한 각자의 이름이 적힌 종이봉투에 아이들의 결과물을 넣어주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놀고 블록을 만든 후 데리러 온 엄마들을 따라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아이를 다른 친구의 집으로 플레이 데이트를 보냈던 제시카 킴은 아이로부터 의외의 말을 들었다.
“오늘 친구 집에 가서 뭐 하고 놀았어?”
“엄마, 처음에는 그 집 이층에 있는 바운시 하우스에서 친구들이랑 뛰어놀았는데 엄청 재미있었어.”
“그랬구나. 재미있었겠네. 그리고 또 뭐 했어?”
“으음, 뛰어놀다가 점심 먹으면서 유투브 음악을 들었는데, 친구가 PJ 마스크 보여 달라고 해서 그거 봤어.”
점심 식사를 하면서 텔레비전을 봤다는 말에 제시카 킴은 뜨악했다. 그녀는 식사 시간에 절대 텔레비전이나 태블릿을 보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시카 킴은 아이가 위축되지 않게 웃으면서 몇 가지를 더 물어보았다.
“와~ PJ 마스크를 봤어? 재미있었겠네. 그러면 점심 먹고 나서는 친구들이랑 뭐 하고 놀았어?”
“응, PJ 마스크가 재미없다고 지루하다고 하니까 친구 엄마가 다른 거 틀어줘서 봤어.”
이 말에 제시카 킴은 충격을 받았다. 재미없다고 지루하다는 아이들에게 또 텔레비전을 보여주다니! 솔직히 말해 제시카 킴은 무척 실망스러웠다. 나름 기대했던 미국인 가정에서의 플레이 데이트였는데 지루하다는 아이들에게 텔레비전을 보여주다니 말이다. 물론 이 경우가 대다수의 미국인 가정을 대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인 가정에서 아이들은 뭘 하고 놀까?
제시카 킴은 그 후 학교에서 미국 엄마들을 만날 때마다 스몰 톡을 하면서 아이들의 놀이에 대해 슬쩍 돌려서 묻곤 했다. 평소 아이들과 어떻게 놀아주고 뭘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고민을 털어놓는 척하며 그들의 생각을 들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별로 특별한 것이 없었다. 우리 아이들의 일상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을 자주 보여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놀이 계획을 따로 세우는 것도 아니었다. 이것이 평범한 미국 엄마와 아이들의 모습이다.
(2) 미국부모와아이들의하루일과
경제적 여유나 시간적 여유가 많은 미국 엄마들의 경우는 아이 양육에 꽤 적극적이다 보니 플레이 데이트를 하거나 생일파티 및 각종 아이들 축하 행사에 신경을 써서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이벤트를 준비한다. 그런데 그런 경우는 일부이며, 대부분의 미국 부모들은 우리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특정 행사에서만 이벤트나 프로그램을 준비할 뿐이지, 일상생활에까지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계획을 따로 만들어 지키는 경우는 그리 일반적이지 않다.
그런데 미국 부모들이 스케줄을 정해놓고 명확하게 지키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과 등교 시간 그리고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이다. 특히 아이들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에 대해서 대부분의 미국 부모는 한결같이 7시 30분이라고 대답했다. 제시카 킴은 이 사실이 무척 놀라웠다. 아기 때나 7시에 자는 줄 알았는데 학교에 들어가서도 아이들은 7시 30분에 잠을 청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제시카 킴의 아이는 평소 8시가 좀 넘어서야 침대 방으로 들어가 책을 읽으며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는 잠자리 의식을 시작한다. 그러다가 9시가 다 되어서야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든다.
워킹 맘의 경우 오후 5시나 6시까지 아이들을 프리스쿨에 풀타임으로 맡기지만, 일반적으로 미국 엄마들은 2시나 3시쯤 아이들을 데려가 방과 후 활동을 시킨다. 수영이나 태권도 혹은 축구나 야구 등 다양한 운동을 배우게 하는 경우가 많다. 딱히 운동이나 음악 수업을 듣지 않으면 공원이나 놀이터에서 스쿠터나 자전거를 타거나 그냥 친구들과 뛰어노는 경우도 많다.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미국 아이는 간단히 샤워를 한 후 5시쯤 일찍 저녁식사를 한다. 사실 제시카 킴에겐 이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한국에서는 6시나 7시는 되어야 저녁을 먹는데, 미국 아이들은 평균 5시에서 6시 사이에 저녁식사를 한다. 저녁식사 후 잠시 개인 시간을 가진 아이들은 7시가 되기도 전에 이미 졸려서 가물거리기 시작한다. 그때 엄마들은 아이들을 서둘러 잠자리로 보내고 침대에서 간단히 책을 읽어준 후 7시 30분이면 불을 끄고
나간다.
10여 년 이상 미국 생활을 하면서 가장 놀랍게 생각했던 것은 이처럼 미국 아이들이 5시쯤 일찍 저녁식사를 마치고 7시면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한국 아이들과 무척 대조되는 일상이다. 심지어 미국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내 아이도 결코 7시에 잠자리에 든 적이 없다. 아무리 일러도 8시나 8시 30분에 잠자리에 들면 러키라고 할 정도이다.
아이들에게는 물론 잠이 보약이다. 그런데 7시부터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한다니 그게 과연 가능한지 의문이 생긴다. 그리고 그렇게 일찍 잠든 아이들은 아침에 아무리 늦어도 7시 전에는 일어난다. 사실 미국 아이들의 이러한 수면 패턴에는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미국의 공립학교 등교시간은 무척 빠르기 때문이다. (사립학교의 경우는 8시 30분이나 9시까지 등교를 하지만, 공립학교는 킨더가든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도 빠르면 7시 15분, 늦어도 7시 30분 전에는 학교에 도착해야 한다.)
사실 얼핏 살펴보면 잠을 자는 시간 외에는 미국 아이들의 하루가 그리 특별하지는 않다. 그렇다면 미국 부모는 무엇이 특별할까?
(3) 사회성발달을위해팀워크를중시하는운동을선호하는미국부모와아이
미국 아이들이라고 해서 노는 방식이 새롭다거나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것은 아니다. 킥보드, 자전거, 모래놀이, 공놀이 등 뭐 이렇다. 차이점이라면 지적인 놀이를 주로 하는 한국 아이들에 비해 미국 아이들은 바깥활동을 더 많이, 더 오래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 차이가 있다면, 미국 부모들은 팀워크를 중시하는 스포츠를 아이들에게 많이 배우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축구, 농구, 야구, 하키, 아이스하키, 풋볼과 같은 단체 운동이다. 그 외에도 테니스, 골프, 태권도, 가라데, 아이스 스케이팅, 수영, 짐나스틱, 발레, 요가 등 다양한 운동을 시키는 경우도 있으나, 어려서부터 단체 운동을 일찍 시작하는 것을 중시 여긴다. 가장 큰 이유는 운동기능 발달은 기본이고, 나아가 협력을 중시하는 단체 운동을 통해 아이들의 사회성을 키우려는 목적에서이다.
그래서인지 미국 아이들은 한국 아이들에 비해 조기교육을 시작하는 경우가 적다. 책을 읽어주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아이가 어린 나이에 너무 일찍 문자를 깨우치게 하지는 않는다. 미국 아이들은 실내 활동보다 바깥활동을 훨씬 더 많이 하며, 어려서부터 운동을 생활화한다. 어렸을 때는 공부보다는 일단 잘 자고 잘 먹고 잘 놀아야 한다는 것이 전반적인 미국 부모들의 생각이다.
미국아이들의모습
- 미국 아이들이 글자나 책을 스스로 읽는 때가 한국 아이들에 비해 늦지만,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때 보다 자유로운 상상을 하고 창의력이 있는 것 같다?
- 수학은 한국 아이들이 더 잘 하지만, 미국 아이들이 책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다?
- 미국 아이들이 말을 더 잘한다?
- 미국 아이들이 좀 더 창의적이다?
- 그런데 한국 아이들이 좀 더 똑똑한 것 같다?
- 동생을 질투하지 않고 잘 돌보고 이끌어주는 미국 아이들 / 동생을 질투하고 징징대는 한국 아이
미국부모를보고인상깊었던점
- 아이 아빠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
- 주말 공원이나 놀이터에 아이를 데리고 나온 아빠들이 상당히 많았다는 것
- 이른 아침 유모차를 끌고 조깅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아빠
-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아이를 조용히 불러서 엄격하지만 매우 차분하게 요모조모 단호하게 설명하는 부모, 그리고 그 말을 신중하게 잘 듣고 있는 아이
-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미국 부모가 굉장히 지적이고 교양 있고 차분하며 좀 더 성숙된 방법으로 훈육을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 아이에게 감정적인 말로 상처를 주는 경우가 적었다?
- 육아를 하면서 지친 엄마의 개인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전업주부의 경우에도 내니나 베이비시터를 고용해서 하루에 두 시간 혹은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자신만의 시간을 반드시 가진다.
- 육아에 대해서는 일관성 있게,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자기 관리도 잘하면서 육아하기 (물론 푹 퍼져 있는 부모도 있겠지만, 내가 느낀 미국 부모들은 아이에게만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관리도 중시하는 경우가 많다.)
플레이 데이트할 때 놀이할 때 주의해야 할 점
- 엄마 아빠 놀이, 강아지 놀이 목줄 차는 것, 경찰 놀이 수갑 차는 것 등 아이들로 하여금 지양해야 할 놀이를 알려 주는 것
- 혼자서만 리드하려고 하는 놀이 태도, 자기만 좋아하는 역할을 하려고 하는 것
- 여러 명이 놀 때 꼭 한 명만 양보해야 하는 상황 지양하기
- 부모들이 개입을 자주 하면 좋지 않지만, 가끔 개입해서 아이들이 놀 때 기본 룰을 지킬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게 중요
-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기
- 가능한 친절한 말을 하도록, 폭력적 놀이는 하지 않도록 이끌기, 경찰 놀이, 슈퍼히어로 놀이, 배드가이 시킨다고 우는 경우가 생긴다. 상황이 왕따처럼 변질되는 경우가 잦다. 그러니 주의할 것
- 넌 내 베프가 아니야! 3살, 4살 때 이런 경우가 많다. 여기에 대해 교육시키기, 차별적 언어 지양하기, 이 경우는 어른의 개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