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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진 Oct 07. 2021

우리 아이가 정말 미디어 중독인가요?

6장 우리 아이를 위한 현명한 미디어 활용법 (1)

 <SEL 부모양육이란?>

6장 우리 아이를 위한 현명한 미디어 활용법 (1)






1.  리조트에서 만난 미국인 가족



   몇 년 전 아이 아빠가 한 달간 해외출장을 가 있던 터라 아이에게 지루한 여름방학이 될까 싶어 워터파크 리조트에 간 적이 있었다. 세 살이 되면서 아이는 다양한 분야로 시야가 넓어지면서 여행을 즐기기 시작했다.  아이는 여행의 3대 즐거움은 호텔 객실의 넓은 창으로 리조트 워터파크나 큰 스위밍 풀을 구경하는 것, 호텔 조식 뷔페에서 생크림이나 메이플 시럽을 올린 와플을 먹는 것, 그리고 객실의 넓은 욕조 목욕이라고 말하곤 했다. 일명 호캉스다.   


  그날도 아이의 3대 즐거움 중 하나를 누리기 위해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 아이를 데리고 미리 예약해 둔 호텔 조식 뷔페를 먹으려고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아이와 자리에 앉아 서버를 기다리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진풍경이 벌어졌다. 


   어떤 미국인 부부가 아이 셋을 데리고 왔는데, 그 아이들은 테이블에 앉자마자 일제히 옆에 끼고 온 아이패드를 각각 펼치고 손을 부지런히 움직이더니 뭔가를 보기 시작했다. 그때 서버가 다가와 우리의 주문을 받은 후 연이어 태블릿에 집중하고 있던 세 아이가 있는 테이블로 가서 주문을 받았다. 그 아이들은 부모가 주문을 마치고 음식을 가져오는 동안에도 아무런 미동도 없이 각각 자신의 태블릿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부모가 음식을 담은 접시를 세 아이 앞에 올려놓았으나 아이들은 하나같이  밥은 먹는 둥 마는 둥 아랑곳 않고 그 작은 노트만 한 태블릿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아이들은 얼추 초등학교 3학년, 1학년, 그리고 네 살쯤 되어 보이는 막내까지 모두 남자아이 셋이었다. 어쩌면 저리 똑같은 자세로, 똑같은 태블릿을 앞에 두고, 저리 똑같은 표정으로 아침식사 테이블에 앉아 있을까. 그 모습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놀랍기도 하고 걱정되는 한편, 부모가 오죽하면 저리 할까 하면서도 그래도 그렇지, 내심 부모가 너무 대책이 없다는 생각도 하며 머릿속에서 온갖  ‘뇌피셜’을 작동시키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오지랖 떠는 한국 아줌마의 우스운 내적 참견이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 중 누구도 육아를 하다가 힘들어서 잠시라도 아이에게 태블릿을 쥐어준 부모들이 숱하게 많을 것이다. 나라고 그런 적이 없을까. 육아는 이렇게 항상 부모에게 내적 갈등과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아이가 2살 무렵이었을 때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중에 아이가 의자에서 내려와 자꾸 돌아다니려고 해서 따라다니기 힘들었던 남편이 아이에게 셀폰이나 태블릿을 주기 시작했다.  


   그 후 아이는 식당만 가면 자꾸  돌아다니려고 했고 남편은 습관처럼 아이에게 태블릿을 보여주었다. 이로써 또 하나의 큰 시련이 닥쳐왔다. 그 후 아이는 식당에서나 집에서나 밥을 먹을 때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징징대거나 시끄럽게 굴기 시작했고, 나는 아이의 잘못된 버릇을 고치기 위해 한동안 스트레스를 받아야만 했다.


   당시 나는 아이와 함께 밥 먹기가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텔레비전이나 셀폰 혹은 태블릿을 보여주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하고 실천 중이었다. 또한 아이 앞에서는 가능한 셀폰을 오래 쳐다보는 행동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특히 식사를 할 때는 더욱 그랬다. 그런데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남편은 아이에게 영향이 갈 것은 생각지도 않고 본인 스스로가 식사를 할 때 셀폰이나 태블릿을 보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가 밥을 먹으면서 이것저것 말을 시키고 냅킨을 달라 물을 달라 부탁하는 것도 무척 귀찮아했다. 집에서도 그럴진대 사람들이 많은 식당에 가서 아이가 귀찮게 하니 더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남편과 함께 식당에 가는 날은 아이가 당연히 셀폰이나 태블릿을 본다고 생각하여 일부러 더 떼를 쓰곤 했다. 식사시간에 미디어는 절대 안 된다는 엄마와 징징대며 말 안 듣는 아이 그리고 피곤하게 그냥 태블릿 보여주라는 아빠, 밥상머리에 앉은 이 셋의 모습은 우리 주변 어디에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이의 잘못된 습관을 고치기 위해 나는 숱하게 남편과 의견 충돌을 했고, 남편은 크면 다 괜찮아진다고 억지를 부리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평소에 없던 이상 행동을 보였다. 남편이 보기에도 아이가 태블릿만 쳐다보고 식사를 제대로 안 하는 것이 답답했는지 태블릿을 끄고 치워 버렸다. 그러자 아이가 소리를 크게 지르며 숟가락을 집어던지고 만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놀란 남편이 어디 밥상머리에서 수저를 집어던지고 소리를 지르냐고 아이를 향해 크게 화를 내자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이미 나는 예상했던 결과였다. 그럼에도 돌변한 아이의 모습에 내심 크게 놀랐다.


   이때다 싶어 나는 남편에게 김예빈 교수가 부모교육 때 했던 말을 해 주었다. 어렸을 때부터 미디어에 습관적으로 노출이 되면 아이가 이렇게 폭력적으로 변하고 이것이 심해지면 미세한 자폐가 오거나 뇌 성장이 제대로 안될 수 있다고 말이다. 그 후 남편은 조금씩 내 의견을 따르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나는 부모교육 강의 내용을 인용해서 남편을 설득하곤 했다. 아내가 아무리 인문학 박사에 교육자였을지라도 남편은 보통 아내의 말을 잔소리라고 치부하며 무시한다. 그래야만 남자의 자존감, 가장의 권위가 서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무튼 내 말이 아닌, 다른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서 함께 배우자고 설득하는 방법은 나름  효과적이었다.






2.  과도한 미디어 노출이 가져올  있는 부작용



  앞에서 언급한 미국 부모와 세 아이의 사례처럼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집중하고 있는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을 우리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부모도 어려서부터 잦은 미디어 노출이 아이들 성장에 결코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서 아이를 조용히 시키기 위해 혹은 다른 사람의 집을 방문했거나 손님이 내 집에 왔을 때 우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아이의 손에 쥐어주곤 한다.  그런데 이런 경우가 한 번, 두 번, 여러 번 지속되다 보면 어린이들은 미디어 중독 증상을 보이게 될 수 있다.


  특히 영유아 시기의 미디어 중독은 균형 있는 두뇌 발달과 신체의 성장 발달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우리도 모두 경험해 보았지만 어릴 때부터 미디어를 일찍 접한 아이들은 책이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보다 미디어를 선호하게 된다. 특히 3세 이전의 아이라면 통제력이 약한 시기이기 때문에 부모보다 미디어와 애착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  요즘 TV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들이 숱하게 등장하고 아동심리학자와 아동행동학자들이 나서서 그 아이들의 일상생활 장면을 모니터링을 한 후 부모와 아이를 상담하면서 미디어 중독증을 치료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왜냐하면 무분별하게 미디어에 노출이 되면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 아이가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어 이상한 증상을 보이고 있다면 아래 자가진단법 항목을 참고로 하여 한 번 체크해 보자.

http://samsunghospital.com/home/healthInfo/content/contenView.do?CONT_SRC_ID=30880&CONT_SRC=HOMEPAGE&CONT_ID=4106&CONT_CLS_CD=001027


  미국 소아과학회는 2 이전에는 가급적 TV 노출을 피하고, 2 이상인 경우 TV, 모바일, 컴퓨터 노출을 모두 합해 하루 2시간 이내로 제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들은 하루 2시간 이상 미디어에 노출될 경우, 시력 저하(근시, myopia), 수면장애(sleep loss), 우울증(depression)과 분노조절 장애(anxiety), 비만(obesity), 언어지연(speech delay), 인지 장애(cognitive impairment), 문제 해결의 어려움(difficulty with problem – solving and creative thinking), 사이버 불리 노출(cyber bullying and exposure to predators)  등 두뇌 스트레스로 인한 심각한 증후군과 성장발달 저하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a.  우뇌증후군 right brain syndrome, right hemisphere syndrome, right hemisphere brain damage


좌뇌와 우뇌의 기능

  

  미디어는 일방적으로 자극을 전달하기 때문에 우뇌의 발달을 저하시킨다. 우뇌의 기능이 떨어지면 산만해지고 집중력에 문제가 생기며 충동적이거나 과잉행동을 하게 된다. 그 외 공간지각 능력, 사회성, 면역기능, 균형감각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좌뇌만 과도하게 발달될 경우 ADHD나 틱장애 같은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뇌증후군은 우측 대뇌의 발달이 지연된 경우에 발생하는데, 우뇌가 적절하게 자극을 받으려면 활발한 활동이나 운동, 산책이 필요하다. 아이가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에 중독되면 좌뇌에만 일방적인 자극을 받게 되기 때문에 우뇌증후군이 유발될 수 있다.  



b.        팝콘브레인


  영상이나 스마트 기기에 익숙해져 현실 세계의 느리고 약한 자극에는 반응하지 않고 팝콘처럼 톡톡 튀어 오르는 자극적인 것에만 반응하는 증상이다. 이 증상이 심해지면 아이들의 뇌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게임을 많이 한 아이들의 뇌, 특히 괴물이나 적이 갑자기 튀어나와 반사적으로 빠르게 총을 쏴서 죽이는 게임을 많이 하는 아이들의 뇌와 마약에 중독된 사람의 뇌가 유사하다고 한다.



c.         충동조절장애

전두엽이 발달해야 하는 시기에 영상을 통한 자극을 과도하게 받으면 조절과 억제 기능이 발달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로 인해 주의력 결핍과 충동 억제가 안 되는 충동장애가 일어날 수 있다.






d.        사회성 발달 저하


미디어에 중독된 아이들은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또래와의 놀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이로 인해 의사소통이나 상호작용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e.       다양한 성장장애


미디어를 오래 보면 눈 깜박임이 줄어 안구건조, 근시 등 시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눕거나 엎드려서 미디어를 보는 경우 체형이 삐뚤어져 성장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꼭 미디어 중독이 아니어도 미디어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일상생활 속 문제는 참으로 다양하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텔레비전을 시청하면 그 잔상이 아이들의 머리에 남아서 수면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며, 어려서부터 매일 오랜 시간 미디어에 노출될 경우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 결핍되어 언어발달 지연이나 말 더듬 현상 등 남들은 잘 파악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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