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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진 Sep 16. 2021

이중 언어 아이의 어휘력과 표현력 키우기

제6장 우리 아이, 이중언어 스트레스 극복하기 (3)

  <행복한 이중언어 아이 키우기>

제6장 우리 아이, 이중언어 스트레스 극복하기 (3)






3. 이중언어 아동의 어휘력과 표현력 키우기


1) 말을 배우는 영유아의 어휘력과 표현력을 키우기


  그렇다면 글을 익히기 이전에 말을 배우는 영유아에게 풍부한 어휘력과 표현력을 키우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일방적 소통 위주의 컴퓨터스마트폰타블렛 등의 미디어는 가능한 제한하자.     


  아이들에게는 듣고 보기만 하는 것보다는 말을 할 기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어려서부터 꾸준히 부모, 형제와 모어(모국어)로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컴퓨터, 스마트폰, 타블렛 등의 미디어는 가능한 멀리하고 제한시간을 두자. 단, 보여주어야 한다면 양질의 교육적인 컨텐츠를 보여주는 것은 좋다.      


  아주 오래 전 책을 쉽게 구하기 어려웠던 시대에는 말을 잘 하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없었을까. 아니, 왜 없었겠는가. 책 대신 이야기, 노래, 굿, 연극 등 다양한 예술과 퍼포먼스를 통해 사람들은 풍부한 서사를 영유하며 꾸준히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그리고 우리 조상들은 어려서부터 부모뿐만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 형제, 자매, 친척들에게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라왔다.     


  책이나 라디오, 텔레비전, 인터넷, 스마트 폰 등 각종 미디어가 없었던 시절에도 인류 문명과 문화는 끊임없이 발전했다. 물론 사람의 입과 말이 아닌, 다른 미디어의 발명이 현대 문명의 폭발적인 발전을 이루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반대로 다양한 미디어의 폭발적인 발명과 영위가 우리 아이들의 상호소통 능력과 글쓰기 실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대사회에 들어서고 맞벌이 부모가 많아지고 핵가족 시대가 됨으로써 아이들은 말이나 이야기보다는 책과 글을 통해, 라디오와 텔레비전, 그리고 컴퓨터 인터넷과 스마트 폰을 통해 지식을 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런데 왜 아이들이 글을 못 쓰게 되었냐고? 바로 핵가족화와 미디어의 발달 때문이다. 아이들에게는 말을 할 기회보다는 듣기만 하거나 보기만 하는 기회가 절대적으로 많아졌다. 바로 상호소통의 부족이다. 상호소통의 부족은 사용하는 언어의 단순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어려서부터 부모, 형제와의 다양한 대화를 통한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십여 년 전 내가 처음 미국에 건너와 ESL 교육기관에 다니던 시절, 일주일에 한 번 미국 가정의 노부부를 만나 차 마시는 시간을 가졌던 적이 있다. 대학에서 강의하다가 은퇴한 노부부는 해외 유학생들의 미국 적응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를 시작했는데, 그중 하나가 유학생 부부를 집으로 초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영어와 다양한 미국 문화를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때 느낀 것은 미국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아이들에게 친절하고 상냥하게 말을 잘 걸며, 우리 어른들뿐만 아니라 특히 아이들의 질문과 수다를 귀찮아하지 않고 매우 너그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이었다. 별 쓸데없는 사소한 말에도 관심을 가지고 크게 반응해주며, ‘Good point’ 혹은 ‘Good question’이라면서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기회를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귀찮을 만도 한데 참을성 있게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또 아이들의 반응에 귀 기울이고 말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려준다는 것에 좀 놀랐다.



  우리가 자랄  한국의 부모들은 어떠했을까


  “솔직히 말해서 내 기억엔 어려서 엄마, 아빠가 매일 책을 읽어주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내가 만 세 살이 채 되지 않았을 때 남동생이 태어났고 그 무렵부터 기억이 좀 생생하게 많이 나는데, 그 이후 엄마나 아빠가 책을 읽어준 적이 없어요. 두 분이 맞벌이하셔야 해서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 집으로 가서 키워졌거든요. 하지만 할머니가 옛날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던 기억은 나요. 할머니와 도란도란 수다를 떨며 이야기꽃을 피웠던 날이 많았거든요. 그 후 커서도 할머니는 가끔 밤에 불을 끄고 자면서 제 손을 꼭 잡고 많은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그러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서울로 이사를 하시게 되었죠. 그래서 나는 부모님 가까운 곳에 사시는 외가로 가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잠시 지내게 되었어요. 그런데 이번엔 반대로 외할아버지가 어린 저에게 많은 역사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텔레비전 사극을 보면서 제가 질문을 던지면 하나하나 설명을 다 해주셨고, 신문을 읽으시다가 제가 무슨 소식이 났냐고 물으면 이런저런 사회 이슈들을 짧고 쉽게 이야기해 주셨거든요. 그 외에도 신문 읽는 법, 화투 점수 내는 법, 제사 준비할 때 내가 좋아하는 과상(제사 과자) 만드는 법 등 외할아버지한테서는 가까운 세상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러고 보니 미국에서 만난 미국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은 우리가 어렸을 때 자주 보아왔던 우리네 한국 할머니, 외할아버지의 모습과도 꽤 닮아 있다. 실제로 맞벌이 부부의 경우 할아버지, 할머니의 양육 도움을 받았던 아이들이 어휘력과 표현력이 풍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런데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 가족들은 한국에 있는 다른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서 고립된 핵가족 형태를 유지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실망하기엔 이르다.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또래 아이들끼리 모여 플레이데이트를 자주 갖고, 공공 도서관이나 커뮤니티 센터 혹은 각종 사설 단체에서 제공하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자주 나가는 것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



  타향살이에 외동아이 독박육아 맘은, 직장 맘은 어떡하나요? 플레이데이트 합시다!


  아니, 낯선 미국 땅에서 부모, 형제도 없이 딸랑 아이 하나 키우는 외동아이 독박육아 맘인데 나는 어떡하냐고요? 혼자 집에서 아이 상대하는 거 너무 힘들어요!     


  당연히 힘들다. 나도 그랬으니까. 아이는 함께 노는 방법은 몰라도 또래 아이가 있으면 일단 즐겁다. 매주 1회에서 2회씩, 또래 아이를 가진 엄마들과 만나 플레이데이트를 가졌던 나는 힘든 와중에도 아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 바로 플레이데이트 결성이었다고 생각한다.  

   

  한 달 전 6살이 된 아이는 아직도 8, 9개월 유모차 타고 만나 기저귀 차고 기면서 놀던 친구들을 아직도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그들과 만남이 없었더라면 이 미국에서의 독박육아를 어떻게 견뎌낼 수 있었을까. 나의 사랑하는 어여쁘고 기특한 동지들, 그리고 내 아이의 형제 같은 귀여운 악동들!     


  엄마와의 대화에 조금 지루해진 아이들은 또래와의 놀이뿐만 아니라, 친구 엄마들을 만나 새로운 패턴의 대화를 하면서 언어 능력을 더 발달시켜 나간다. 왜냐하면, 가정마다 주로 나누는 대화의 주제나 사용 어휘가 다르므로 플레이데이트를 하면 새로운 어휘를 접하게 되어 어휘력이 풍부해진다. 심지어는 엄마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듣다가도 불쑥불쑥 참견하는 아이들을 보면 간혹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렇게 할머니, 할아버지가 멀리 한국에 있어서 자주 만나지 못해도, 한인 자녀를 키우는 가정끼리 정기적으로 플레이데이트를 하게 되면 아이들은 공동체 생활을 미리 체험하게 되어 사회성 발달에도 매우 도움이 된다.     


  엄마들도 일주일에 한두 번 공동육아를 하게 되면 한결 편해질 수 있다. 하루 신나게 친구들과 놀고 나면 아이는 한동안 집에서 엄마를 괴롭히는 일이 줄어드니까. 그 즐거웠던 놀이를 기억하며 아이는 집에서 이삼일 정도는 혼자서 역할놀이를 하기도 한다. 그 효력이 떨어질 무렵 아이는 부쩍 짜증을 내고 엄마도 슬슬 체력과 인내심의 한계가 오면 그때 또 플레이데이트를 해 보자.     



  아이들의 질문과 수다를 귀찮아하지 말고

      기분/마음을 나타내는 감정 표현 단어를 자주 사용하자.     


   아이들의 질문과 수다를 귀찮아하지 말고, 사소한 말이나 감정 표현에 관심을 가지고 크게 반응해 줄 필요가 있다. 특히 기분이나 마음을 나타내는 감정 단어를 자주 사용하자.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이 기쁨, 두려움, 분노, 슬픔, 불쾌한 마음 등을 표현하는 감정 단어를 아이에게 알려주면, 어휘력이 발달할 뿐만 아니라 아이의 사회정서 능력도 함께 발달한다.      


  <감정 단어의 예>     


기쁨 - 감동적이야, 든든하구나, 만족스러워, 기대되고 마음이 설레, 홀가분하고 좋네 

두려움 - 무서워, 불안하다, 깜짝 놀랐잖아, 너무 긴장돼, 당황스러워, 

             마음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워

분노 - 미워, 화나, 억울해, 지긋지긋해, 짜증 나

슬픔 - 서러워, 속상해, 서운해, 엄마한테 실망했어, 우울해, 친구가 없으니까 허전해, 

         외로워

불쾌 - 귀찮아, 불편하고 어색하단 말이야, 지루해, 피곤해서 하기 싫어, 

          지금 대답하기 곤란하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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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부모와 이중언어 아동이 한국어로 대화할 때 간혹 아이들이 반복해서 똑같은 질문을 계속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아이가 고의로 부모를 곤란에 빠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말 몰라서 묻는 것일 수도 있으니 차분하게 아이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부모는 아이에게 한국어의 의미를 영어로 바로 설명해 주지 말고 아이가 하는 말을 차분히 들으면서 무엇을 표현하려고 하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 그 후 쉬운 한국어로 상황 설명을 바꾸어 가면서 성실하게 대답해 주면 결국 이해하게 된다. 


   이때 부모가 주의해야 할 것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한국어가 어눌하더라도 중간에 절대 끼어들지 말고 끝맺음을 할 수 있도록 충분히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어로 끝까지 노력해서 말을 할 경우, 한국말이 점점 유창해지고 있다고 칭찬하고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용기를 북돋아 주자. 그러면 아이는 한국어 사용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쾌감을 떨쳐버리게 될 것이다.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해서 사물을 다양한 방식으로 묘사하라.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해서 사물을 다양한 방식으로 묘사하면서 어휘력과 표현력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의성어, 의태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용사들을 이용하면서 재미있는 말놀이를 한다면 자연스럽게 아이가 사용하는 어휘가 풍부해질 것이다.     


  “어? 공원 잔디밭에서 강아지가 멍멍 짖고 있네?”

  “멍멍?”

  “아니, 컹컹!”

  “아니, 캉캉!”

  “아니, 강강, 낭낭, 당당, 왕왕!”

  “어? 그러면 난 왈왈!”     


  이쯤 되면 아이는 말놀이에 익숙해진다. 왈왈, 괄괄, 발발 등 다양한 의성어가 아이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그렇게 아이는 소리의 조합과 규칙에 대해서 스스로 배우게 된다.   


  “강아지가 놀이터에도 있네?”

  “아니, 주차장에 있어.”

  “어? 꽃밭에도 있네?”

  “아니야, 아기가 꽃밭에 있지.”

  “아기 엄마도 꽃밭에 있는데?”     


  이렇게 아이와 차를 타고 가다가 대화를 나누면서 장소 바꾸기 놀이, 주어 바꾸기 놀이를 해도 좋다. 이런 말놀이를 하다보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문장 만들기에도 익숙해지고 무의식중에 문법도 배우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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