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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진 Oct 30. 2022

아이와 책을 읽을 때 적극적인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제6장 우리 아이, 이중언어 스트레스 극복하기 (4)

  <행복한 이중언어 아이 키우기>

제6장 우리 아이, 이중언어 스트레스 극복하기 (4)






2) 아이에게 책을 읽어 줄 때도 적극적인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책에 나온 그림을 보고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지 예상해 보기   


   만약 부모가 평소에 직장에 나가느라 바쁘거나 자신이 말주변이 별로 없다고 생각되면, 아이의 한국어 구사 능력을 발달시키기 위해서 한국어책을 읽어주고 한국 동요를 듣고 함께 부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이가 4살이었을 때 달님과 별님에 관한 한국어로 된 동화책을 읽다가 우연히 별똥별에 관해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엄마, shooting star가 한국말로 뭐예요?”

  “별똥별이야.”     


  그러자 아이가 폭소한다.     

  “별똥별 너무 웃겨요. 그런데 왜 별똥별이에요?”


  “별이 하늘에 떠 있다가 응가가 급해서 화장실로 내려오다가 그만 똥을 싸 버렸대. 그래서 저렇게 꼬리가 길게 늘어진 것처럼 보이는 거지. 그래서 옛날 사람들이 별똥별이라고 부른 거야.”     


   그 후로 아이는 별똥별이라는 말을 되뇌며 혼자 키득거리곤 한다. 그렇게 아이는 슈팅스타와 별똥별 두 가지 어휘를 모두 익히게 되었다.     


   그런데 엄마와 책을 읽을 때 단순히 읽어주고 듣는 것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책을 읽기 전에 함께 그림을 보고 미리 이야기를 예상해 본다거나 책을 다 읽고 나서 아이에게 내용을 요약하게끔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이 좋다. 책을 읽기 전에 먼저 그림을 보고 미리 이야기를 예상해 본 후, 책을 다 읽고 나서 아이에게 어떤 점이 예상한 것과 같고 달랐는지 묻고 토론을 하면 아이의 창의력과 사고력이 길러진다.     

 

   이 과정에서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왜, 어떻게, 그래서 나중에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만들면서 아이와 가능한 많은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이때 엄마는 책 내용에 대해서 먼저 단정적으로 설명하지 말고, 우선 아이의 의견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끌어내는 대화를 해야 한다. 한글을 쓸 줄 아는 학령기 아이의 경우 독서일기를 쓰게 하면 한국어 표현력이 발달한다. 



   많은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은 책을 여러  읽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더라도 우리의 대화 내용은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며 내일, 그리고 일주일 후가 다르다. 모르는 단어 수도 읽을 때마다 줄어들고, 아이의 생각과 의견이 더 깊어지고 다양해진다. 


   나는 매일 저녁 자기 전에 아이와 함께 책을 읽었는데, 얇은 책 한 권을 한 시간 동안 읽으며 대화를 나누고 토론할 때도 허다하게 많았다. 겨우 네 살에 불과했던 아이는 이렇게 몇 장 안 되는 책 한 권으로도 수다스럽게 한 시간 이상의 대화를 이끌어 가곤 했다. 물론 아이와의 토론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나는 지금도 아이의 관점에서 설명하려고 단어를 고르고 또 골라 신중하게 내뱉는다.     


   그러다가 간혹 아이의 대화 수준이 생각했던 것보다 높아서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내가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을 아이가 짚어낼 때가 특히 그렇다. 이는 바로 창의력과 사고력이다.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아이는 엄마와 책을 읽으면서 주고받는 상호 소통을 통해 자기 생각과 의견을 다양하게 키워나간다. 모든 사물과 현상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으려 노력하다가 이해되지 않으면 엄마의 생각은 어떤지 자연스럽게 물어본다.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인 부모 밑에서 자라고 있는 많은 아이가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배워가고 있다. 어려서는 한국어 어휘를 더 많이 알고 있었으나 성장하면서 영어 어휘가 현저하게 늘어서 한국어책보다는 영어책 읽기가 더 쉬워진다. 이것이 해외에 거주하는 이중언어 아동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래도 부모는 이중언어 아동이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사용하면서 그 언어의 어휘 비교를 통해 표현력과 사고력을 함께 넓혀가도록 지속해서 격려할 필요가 있다. 


  아이가 새로운 어휘를 습득하고 다양한 사고를 하게끔 유도하기 위해서는 책 한 권을 한 번 읽고 끝낼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해서 읽게 하면 도움이 된다. 새로운 책을 선택해서 한 번 읽고, 두 번 읽고, 반복해서 읽을 때마다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단어를 반복해서 익힐 수 있을뿐더러, 책 내용을 보다 깊게 이해하고 아이의 사고도 확장될 수 있다. 


   아이가 새로운 어휘를 익힐 때 그와 비슷한 의미가 있는 한국말과 영어를 함께 찾으면서 진행되면 더 좋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그 어휘가 왜 생겨났는지, 어째서 한국에는 있는 표현이 미국에는 없는지, 반대로 미국에 있는 표현이 한국에는 왜 없는지 계속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물론 이 모든 의문을 부모가 다 해결해 줄 수는 없다. 다만, 이 과정을 통해 아이의 추리력과 사고력이 함께 발달하는 것이므로 가능한 아이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도록 하자. 아이의 시선에 맞추어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엄마도 아이와의 꾸준한 상호 소통을 통해 표현력과 상상력을 함께 확장해 나갈 수 있다.      



    가능한 아이에게 단정적으로 말하지 말자.


    그런데 아이와 막상 책을 읽으며 대화를 나누려고 하면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대화를 주고받아야 하는지 막막할 때도 있다. 이런 경우는 부모가 아이에게 읽어줄 책을 미리 한 번 읽어보면 도움이 된다. 아이가 책을 읽은 후 어떤 반응을 보이고 어떤 질문을 할지 어느 정도 예상하면 대화가 좀 더 풍부해질 수 있다. 


  물론 일상이 바쁜 부모가 매번 책을 미리 읽어보고 질문 내용까지 다 준비할 수는 없다. 그럴 때는 아이와 같은 입장에서 처음 책을 읽고 느끼는 감정을 위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된다. 자녀와 편하게, 자연스럽게 나누는 대화에는 매뉴얼도, 정답도 없으니 크게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아이가 예상 밖의 질문을 던지면 이렇게 대답해도 괜찮다. 


  “그래, 한 번 생각해 보자. 엄마도 처음 읽는 책이라서 잘 모를 수도 있거든. 엄마 생각엔 이런데, 우리 오공이 생각에는 어떤 것 같아?”


   그러면 아이도 부담 없이 편하게 대답할 것이다. "내 생각도 엄마랑 같아요."라면서 공감을 하기도 하고, "내 생각은 엄마랑 좀 달라요. 잘 들어보세요."라고 다른 의견을 낼 수도 있다. 이처럼 때로는 부모와 자녀의 의견이 같고 때로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래도 절대 아이의 '생각이 틀리다고 말하면 안 된다'. 사람은 ‘누구나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이 좋다. 


   만약 아이가 잘 모르겠다고 하면, "그것도 몰라? 한 번 더 생각해봐."라고 하면서 아이를 다그쳐서는 안 된다. 그럴 때는 아이와 함께 인터넷 검색을 해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아이와 함께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포토 백과사전을 찾으면서 대화의 가지를 다양하게 뻗어나가면, 아이가 책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가끔 아이들이 부모와 책을 읽다가 질문이 던져지면 짜증을 낼 때가 있다. 이런 경우는 부모의 질문 태도나 의도에서 아이들이 책 읽기의 '재미'보다는 '학습'의 뉘앙스를 느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대화를 나눌 때 엄마는 아이에게 판사나 선생님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이 책 읽기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럴 때는 아이에게 질문에 대한 대답을 바로 요구하지 말고, 먼저 나의 이야기, 나의 생각을 풀어놓는 것이 좋다. 그러면 아이도 자신의 생각을 편하게 이야기할 것이다.


  “아, 엄마. 이건 내가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내 생각엔 이런데, 엄마는 내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어느 순간 나는 아이가 내 말투를 닮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내가 아이를 배려하면 아이도 나를 배려하고, 내가 명령을 내리면 아이도 명령하듯 말한다. 내가 귀찮아서 대충 대답하면 아이는 속상해하며 신경질적으로 더 많은 질문을 마구 해대며 일부러 엄마를 괴롭힌다. 그런 아이를 보며 나는 매일 반성하고 고민하고 또 반성하고 생각한다. 이렇게 아이가 성장해 나가면서 엄마도 함께 성숙해간다. 이것이 육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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