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나는 두 돌배기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식당에 갈 때마다 태블릿을 보여달라고 조르고 의자에서 내려와 돌아다니려고 하는 버릇이 생겨 한동안 마음고생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다행히 비교적 단기간에 그 버릇을 고칠 수 있었다. 대체 어떤 방법으로 고쳤을까? 바로 어린이 여행 장난감 Travel toys이다.
매년 12월 말에 학년이 끝나고 3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매년 5월에 학년이 끝나고 8월 말에 새 학기가 시작된다. 그래서 미국의 여름방학은 5월에 시작되어 8월까지 거의 석 달 정도로 길다. 그래서 여름만 되면 여행을 다니는 가족들로 미국 전역이 들썩거린다.
물론 Travel Toys 방법의 단점은 부모의 외출 준비가 좀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엄마의 외출 가방도 이전보다 훨씬 더 무거워질 수 있다. 그래서 이 방법을 선택한 후로 나는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큰 백팩을 들고 다녀야만 했고, 외출을 할 때마다 아이는 오늘은 엄마의 가방에서 뭐가 나올까 기대를 하곤 했다. 매번 아이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나는 늘 새로운 것, 창의적인 것, 재미있는 것을 찾아 헤맸다. 이러한 수고로움과 귀찮음 때문에 많은 부모들이 여행 중에 차 안이나 식당에서 아이들에게 태블릿이나 휴대폰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쨌든 나는 편리하고 중독성 강한 태블릿 대신, 좀 불편하고 부피도 나가며 종류까지 다양한 Travel Toys를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에 내가 들고 다닌 것은, 플레이도우, 작은 동화책, 간단한 색칠 공부나 그리기 도구, 색종이, 미니 퍼즐, 손가락 인형, 매직 스네이크 큐브, 아트 풍선 등이었다.
아이는 특히 색종이로 종이접기를 하거나 풍선을 불어서 강아지나 꽃, 모자, 칼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플레이도우는 어느 유명 피자 전문 레스토랑에 갔을 때 받았던 피자 반죽에서 힌트를 얻어서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아이가 두 살 무렵이었을 때 함께 간 그 레스토랑에서 음식 주문을 받으러 온 서버가 아이를 보더니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시간을 보내라고 센스 있게 주먹만 한 말랑말랑한 피자 반죽을 접시에 담아서 가져다주었다. 그때 아이는 그 반죽을 가지고 꽤 긴 시간 동안 집중해서 잘 놀았다. 그 후 나는 플레이도우를 색깔별로 들고 다니면서 아이가 지루해할 때마다 꺼내 주곤 했다.
왼쪽부터 아트 풍선, 미니 퍼즐, 매직 스네이크 큐브
아이가 성장하면서 여행용 장난감 종류도 바뀌어 갔다. 계속 비슷한 놀잇감만 가지고 다니면 어느 순간 아이는 지루해하고 자연히 부모의 스마트폰을 찾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의 관심을 끌 만한 것들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구입해서 바리바리 싸 들고 다녔다. 원래 부모 노릇은 힘들다. 그래도 미디어를 고집하는 아이의 나쁜 버릇을 고친다는데 이까짓 무거운 가방쯤이야 무슨 문제가 되랴. 원래 아이들은 다양한 놀잇감을 가지고 놀면서 자라는데 말이다.
여행을 갈 때마다, 주말에 가족 모두가 함께 레스토랑에 갈 때마다 나는 아이를 미디어에서 분리시키기 위해 꾸준히 작고 간단한 놀잇감들을 배낭에 챙겨 넣고 다녔다. 다행히 아이는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여행용 장난감들을 무척 좋아했다. 말랑말랑한 모찌 인형, 미니 보드게임, 스크래치 아트, 에어 드라이 매직 모델링 클레이, 매그넷 보드, 플레이 폼 등 주변에는 온갖 재미있는 놀잇감들이 넘쳐났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아이는 7살이 된 지금까지도 집에서조차 텔레비전을 보여 달라고 조르지 않는다. 혼자서 뭔가를 생각하며 멀뚱멀뚱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작은 손가락 인형이나 말랑말랑한 모찌인형을 가지고 혼자 다양한 역할놀이를 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지겨우면 혼자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 드러누워 책을 읽기도 하며, 아트 테이블로 가서 그림을 그리거나 종이접기를 하거나 에어 드라이 매직클레이로 무언가를 만들기도 한다.
굳이 미디어가 아니어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습관만 잘 들이면 장난감을 비롯하여 주변에서 자신이 즐길만한 것들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나름 창의적으로 놀잇감을 만들 줄 안다. 혼자서도 잘 놀고, 다른 사람과 함께 있으면 더 잘 놀고, 책 한 권을 읽으면서도 호기심에 가득찬 아이는 조잘조잘 온갖 질문을 던지며 꽤 긴 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
아이는 혼자 놀면서도 끊임없이 수다를 떨며 누군가와 대화를 시도한다. 그 대상은 인형일 수도, 반려견일수도, 집안에서 키우는 꽃이나 식물일 수도 있다. 그렇게 혼자 놀다가 마지막으로 피아노를 뚱땅거리며 치던 아이는 마침내 엄마나 아빠에게 이렇게 소리친다.
“텔레비전 보여줘!”
“게임하고 싶어!”
“심심해! 놀아줘!”
이럴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 텔레비전 한 번 보여줘? 게임 한 번 시켜줘? 아니다. 만약 당신의 아이가 나쁜 미디어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아이의 주변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치우도록 하자. 그리고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자.
“맛있는 간식 먹고 나서 놀이터에 가자!”
“팝콘 먹으면서 아빠랑 같이 보드게임 한 판?”
“스무디 만들어 먹고 킥 보트 타러 가자. ”
여러분이 아이와 함께 식당에 갔는데 아이가 지루하다며 징징대기 시작한다. 태블릿을 안 보여주면 밥을 먹지 않겠다고 아이가 버티기 시작했다. 자, 어떻게 할 것인가?
일단 식당에 가자마자 아이에게 태블릿을 쥐어주는 일은 절대 해서는 안된다. 밥을 먹기도 전에 미리 미디어를 보여주면 밥을 안 먹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아이가 밥을 스스로 먹을 수 있는 나이임에도 미디어를 보여주면서 부모가 밥을 떠 먹여 주는 상황은 절대로 만들지 말자.
만약 아이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어른들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거나 식사가 끝나지 않아서 아이가 지루해하면 그때는 잠시 보여주어도 괜찮다. 그리고 아이와 메뉴판 사진을 보면서 함께 음식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다. 다양한 식당 분위기를 경험하게 해 주고 이에 대한 이야기도 하자. 지금 당장은 이렇게 하는 것이 힘들어도 이러한 노력이 익숙해지면 어느 순간 아이도 부모도 짜증과 스트레스가 조금씩 사라지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