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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진 Sep 18. 2022

아이가 자꾸 울면서  유치원에 안 가려고 해요!

- 제5장 이중언어 아동의 문제행동과 스트레스(1)-

<행복한 이중언어 아이 키우기>

5장 이중언어 아동의 문제행동과 스트레스 (1)        




1. 아이가 반응이 없고,

    유치원 활동에 참여하지 않아요          



  이중언어 환경이 아동의 언어발달과 어휘력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는 있지만, 이것이 모든 아동에게 긍정적으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성향과 기질 그리고 성장발달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때로는 이중언어 스트레스가 언어발달 지연과 장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부모의 각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자, 그러면 이중언어 아동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문제행동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지금부터 그 문제행동에 대해 몇 가지 살펴보도록 하자.     





1) 아이가 자꾸 울면서 유치원에 안 가려고 해요.      



  일반적으로 해외 거주 한인 재외동포 자녀들의 경우, 빠르면 만2세, 늦으면 만4세에 프리스쿨에 다니기 시작하는데, 평균 만3세 이후에 프리스쿨에 보내지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양쪽 부모가 모두 직장에 나가는 경우는 생후 6개월 이후에 육아 도우미를 고용하거나 조부모에게 맡기기도 하지만, 미국의 경우는 3개월 이후부터도 아이를 유아원에 맡기는 예도 빈번하다.      


  아이를 유아원이나 유치원에 보내본 부모라면 맨 처음 아이를 부모와 떼어놓을 때 얼마나 힘든지 겪어봤을 것이다. 특히 아이의 자아가 본격적으로 형성되는 만2~3세 경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다거나 보모에게 맡길 때 유독 힘든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아이의 기질에 따라 쉽게 부모와 떨어져서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는 순한 아이가 있고, 부모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울고불고 매달리는 예민한 아이도 있다. 그리고 기질이 순한 편에 속하더라도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 가족의 자녀들이 처음 프리스쿨에 다니기 시작하면 분리가 유독 어려운 경우가 꽤 있다.      


  몇 년 전, 나 역시 30개월 아이를 처음 프리스쿨에 보낼 때 2개월 정도는 꽤 힘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집에서 글을 쓰는 내 일의 특성상, 매일 직장에 나가 늦게 돌아오는 남편의 도움 없이 나는 거의 3년간 주 양육자가 되어 일명 ‘독박 육아’를 했다. 낮에는 육아와 집안일을 하느라 지치고, 저녁에 아이를 재워놓고 나서는 밤늦게까지 글을 쓰고 공부하느라 고단했다. 수면 부족과 고질적인 거북목에 척추측만증으로 건강상태는 계속 나빠졌고, 산부인과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치솟아 생체 리듬에 문제가 생겼다며 일단 좀 쉬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결국, 남편과 상의해서 만으로 2살 반이 된 아이를 동네 프리스쿨에 몇 달 보내보기로 했다.     


  영어라고는 기본적인 인사말과 자기소개 그리고 가장 필요한 단어 몇 개만 알고 있는 아이였다. 그래서 세 살이 되면 어린이집(프리스쿨)에 가야 한다며 응가 마려울 땐 ‘아이 워너 푸푸’, 쉬야가 마려울 땐 ‘아이 워너 피피’, 배고플 땐 ‘아임 헝그리’, 아플 땐 ‘아임 헐트’ 또는 ‘아임 식’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교육시키기 시작했다. 그 외에도 ‘밀크 플리즈’, ‘런치 플리즈’, ‘애플 플리즈’처럼 매우 간단한 생존 영어를 알려주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사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그런 생존에 필요한 영어 몇 마디가 아니었다. 그 정도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두 살 반 아이라도 눈치껏 다 하게 마련이니까. 아이는 그저 정서적 안정이 필요했을 뿐이다. 한국말을 잘하는 아이는 엄마가 아닌 다른 한국 사람들과 있을 때는 엄마가 옆에 없어도 자연스럽게 정서적인 안정을 느끼는 듯했다.    

  

  그런데 영어 한마디 못하면서 영어만 사용하는 미국인들에 둘러싸여 매일 여섯 시간씩 엄마와 떨어져 있어야 하니,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아이는 프리스쿨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두 주 동안은 매일 아침 눈물로 내 치맛자락을 붙잡고 서럽게 통곡했다. 그리고 오후 3시쯤 아이를 데리러 가면 아이가 반갑게 쫓아와 내 품에 안겨서는 또 서럽게 울었다.          



  아이는 원래 어딜 가든 적응을 잘하고 밝고 쾌활해서 엄마가 어디에 다녀오는지 정확하게만 인지하고 있다면 엄마가 옆에 없어도 잘 놀았다. 아이가 27개월일 무렵 한국 부모님 댁에 몇 달 다니러 갔을 때 어린이집에 잠깐 보낸 적이 있다. 한국인 선생님과 한국인 아이들만 있는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한국말로 의사소통이 잘 되어 그런지 매일 아침 웃으면서 인사를 했다. 오후에 일찍 데리러 가도 어울려 노는 것이 좋아 집에 가기 싫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A. 부모와 떨어지기 싫어서 우는 경우

 : 이는 주 양육자와의 애착 관계가 잘 형성된 경우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므로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막상 미국으로 돌아와 미국인 선생님과 미국인 아이들만 있는 프리스쿨에 가니 아이의 두 눈엔 두려움이 가득했다. 처음 며칠은 적응을 잘하나 싶었는데, 사흘째부터는 유치원에 가기 싫다며 울고불고 떼를 썼다. 낯선 환경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모양이었다.      


  첫 번째는 언어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선생님이 하는 말을 눈치로 대충 알아듣긴 하지만, 일단 아이가 아는 영어가 몇 마디 되지 않아서 표현에 한계가 있었다.    

 


  두 번째는, 아이가 경험했던 다정다감하게 보듬어 주는 한국인 선생님들과는 다른 미국인 선생님들의 훈련 방식에서 오는 불안함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아이가 다니던 프리스쿨 선생님 몇몇은 엄마와 처음 떨어져서 우는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기보다는, 우는 아이를 그냥 내버려 두고 스스로 포기하고 적응하게 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물론 선생님마다 다르고 프리스쿨 방침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내가 처음 선택했던 프리스쿨의 경우는 우는 아이를 달래주지는 않았다.      

아이를 토닥여달라고 부탁한 후 프리스쿨에서 보내준 사진

  그런데 아이의 기질과 성격에 따라 마음을 잘 달래주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내 아이의 경우는 안아주고 잠시 토닥여주면 위안을 얻고 힘든 일도 곧잘 해내고 바로 적응하는 아이다. 그래서 프리스쿨 선생님에게 부탁해서 아이가 적응할 때까지 등을 토닥여주거나 머리라도 한 번씩 쓰다듬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아이는 곧 울음을 그치고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아이는 선생님과 친구들과 친해져서 더는 울지 않았다.      


  이처럼 처음 유치원에 갈 때 부모와 떨어지기 싫어서 우는 아이들을 우리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주 양육자와의 애착 관계가 잘 형성된 경우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므로 큰 문제가 아니다. 짧으면 몇 주, 길면 한두 달 정도면 아이들이 잘 적응하고 유치원에 잘 다니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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