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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진 Sep 18. 2022

아이가 반응이 없고,
유치원 활동에 참여하지 않아요!

- 제5장 이중언어 아동의 문제행동과 스트레스(2) -

<행복한 이중언어 아이 키우기>

5장 이중언어 아동의 문제행동과 스트레스 (2)        





2) 어머니아이가 이상해요

     유치원 활동에 참여하지 않아요



  미국 프리스쿨에 처음 다니기 시작하고 몇 주가 지나자 막 31개월이 된 아이는 더는 울지 않고 프리스쿨 생활에 비교적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이는 선생님을 잘 따랐고, 영어도 차츰 늘어서 수다스러워졌으며, 친구들과도 비교적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아직 영어가 짧은 터라 아이가 영어로 말을 하다가 답답하면 때때로 한국말로 떠들어서 선생님의 귀를 기울이게 하는 일도 있었지만,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리스쿨 원장 선생님이 연락해 왔다. 한참 영어가 늘던 아이가 더는 말도 하지 않고, 프리스쿨 활동에도 거의 참여를 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혹시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했다. 말을 시키고 물어봐도 아이가 시큰둥해하면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선생님들은 아이가 영어를 못 알아들어서 생기는 문제일 수도 있지만, 혹시 다른 이유가 있을지 모르니 가정에서 아이의 상태를 세밀히 관찰하고 확인해 달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다민족, 다인종, 다국가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미국에서는 이중언어 환경에 처한 상당수의 아이가 모국어도 영어도 모두 조금씩 늦은 경우가 많다. 아이의 경우도 이중언어 아동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언어발달지연이 아닌가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B. 단순히 영어를 알아듣지 못해서 반응이 없는 경우 


 : 아이의 성장발달에 문제가 없고, 언어 스트레스가 두드러지지 않는 경우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통 한두 달 정도가 지나면 아이의 제2 언어 실력이 향상되기 시작한다.      


  실제로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 가정의 이중언어 자녀의 경우, 만 2~3세 경에 처음 프리스쿨에 가면 제2 언어를 잘 알아듣지 못해서 반응을 못 하는 경우가 있다. 처음 몇 주는 단순히 제2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서 반응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아이의 성장발달에 전혀 문제가 없고 언어 스트레스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다면, 보통 한두 달 정도가 지나면 아이의 제2 언어 실력이 향상되면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그런데 아이는 프리스쿨을 처음 다니면서부터 영어를 잘하지 못해도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표현을 적극적으로 해 왔다. 우는 것으로 자기감정을 표현하기도 했고, 짧은 영어로 말을 하다가 답답하면 한국말로라도 어떻게든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다. 그러므로 단순히 영어를 알아듣지 못해서 반응이 없는 경우는 아닌 것으로 보였다.      


  하루는 아이가 프리스쿨에서 어떤 모습으로 생활하는지 웹캠으로 모니터링을 해보기로 했다. 다행히 아이가 다니는 프리스쿨은 교실마다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서 부모들이 집에서 셀폰이나 태블릿으로 자신의 아이를 살필 수가 있다. 확실히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선생님이 시키는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딸랑이를 들고 춤을 추는 또래 아이들을 쳐다보더니 몸을 돌려 책꽂이로 걸어가 거기에 꽂혀있는 책 한 권을 꺼내 펼쳐 들었다. 아직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아이는 그저 책에 있는 그림을 보고 있었을 것이다.     


   다른 아이들은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머리, 어깨, 무릎, 발을 손으로 가리키며 춤을 추기도 하고, 장난감 악기를 들고 연주를 하기도 했다. 만 2세 교실의 프리스쿨 활동은 대부분 그런 식이었다. 북을 치고, 딸랑이를 흔들고, 함께 노래를 듣고 부르면서 율동을 하는 것 말이다. 그런데 아이는 그런 활동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면 언어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때문에 아이가 입을 닫은 것일까?  


   

C. 언어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나 불안증세


 : 아이의 기질이 예민하고 내성적인 경우, 모어(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하다가 갑자기 영어 환경에 직면한 경우 언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언어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우울증, 불안증세를 보이며 이중언어 습득에 지연이 올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하며, 다양한 놀이 치료를 병행하면 좋아질 수 있다.      


  아이의 기질이 예민하고 내성적인 경우, 가정에서 모어(한국어)로만 의사소통하다가 갑자기 제2 언어가 사용되는 새로운 환경에 직면하게 되면 언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아이의 기질이 까다롭고 예민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이더라도 아이의 성향에 따라 자기감정을 짜증이나 울음 혹은 몸짓으로 표현을 하는 경우주변에서 아이의 스트레스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아이가 반응을 보이고 지속해서 자신의 스트레스를 표출한다면 부모의 빠른 판단과 대처가 쉬워진다. 따라서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의 상태를 신중하게 관찰하면서 아이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면 아이의 언어 발달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아이의 기질이 겉으로는 순해 보이지만 속으로 매우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는, 아이가 자신의 기분이나 감정을 부모나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몰라서 내면에 담아두고 겉으로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으니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부모가 아이의 기질이 순해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성격이라고 오인해서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아이의 언어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우울증이나 불안증세로 나타나 이중언어 습득에 지연이 올 수 있다. 우울증과 불안증세가 심해지면, 나아가 이중언어 아동의 언어발달과 학습능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런 경우는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하며, 조기에 발견하여 다양한 놀이 치료를 병행하면 좋아질 수 있다.     


      

D. 아이가 또래보다 성장발달이 현저히 빠른 경우      


  만약 아이가 이중언어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나 불안증세를 보이지 않고 나름 제2 언어 습득도 조금씩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 왜 프리스쿨에서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교사의 말에도 반응이 없으며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겉도는지 다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또래보다 성장발달이 현저히 빠르고 인지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또래 집단의 활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유치원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혼자 겉도는 예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아동이 인지능력이 뛰어나고 성장발달이 빠르면 부모가 언어 습득에도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여 프리스쿨이나 어린이집에 보내 놓고 다소 관심을 덜 가질 수도 있다. 그런데 제2 언어가 강세 언어인 국가에서 거주하고 있는 이중언어 아동이나 삼중언어 아동의 경우는 아무리 인지능력이 뛰어나고 학습이 빨라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세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성장발달이 빠르고 인지능력이 뛰어난 아이는 제2 언어는 못 하지만 모어, 즉 제1 언어가 유창한 경우가 많다. 특히 이때 아이는 제2 언어가 유창하지 않더라도 또래 집단의 활동이 재미가 없고,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만 2~3세 아동의 경우신체적 발달뿐만 아니라 운동능력인지발달 및 언어가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만약 프리스쿨에서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교사의 말에도 반응이 없으며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계속 혼자 겉돌게 된다면 나중에 학교에 입학했을 때 학습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처럼 인지능력이 뛰어나고 성장발달이 빠른 이중언어 아동의 경우는, 제2 언어가 아직 부족하더라도 아이를 또래보다 6개월이나 한 살 정도 나이가 많은 아동들과 함께 유치원 활동을 하게 하면 도움이 된다. 인지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눈치가 빠르고 상황을 빨리 관찰하여 분석하는 경향이 있어서 교사가 지시하는 새로운 활동이나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아동이 다양하게 수행하는 활동을 호기심 있게 관찰하면서 곧잘 따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동이 자신의 인지능력에 맞는 활동을 하면 흥미가 유발되고 제2 언어 습득도 빨라질뿐더러 자신이 가진 능력을 활용할 기회가 충분히 제공되므로 학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아이를 다시 예로 들어보자. 한동안 프리스쿨 생활에 적응을 잘하던 아이가 어째서 교사의 지시를 따르지도 않고 대답도 하지 않는 것일까. 왜 이 아이는 때때로 화가 난 얼굴로 고집을 부리고 유치원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 않는 걸까.      


  실제로 이 아이는 성장발육이나 언어발달이 또래보다 빠르고 인지능력이 뛰어난 편에 속했다. 그래서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은 많이 부족하지만, 기본 어휘는 좀 알고 눈치껏 선생님이 무언가를 시키면 실행할 수 있었다. 알파벳과 숫자도 이미 2살 무렵 키즈 채널을 보면서 스스로 익혔고 소문자와 대문자도 구분할 줄 아는 아이였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일까.     

 

  이 무렵 아이는 자기 이해와 자아의식이 발달하는 중이라서 집에서도 자주 그랬다. 아이는 또래에 비해 크고 체력이 좋아 항상 밝고 활력이 넘치며, 호기심이 많고 눈치가 빨라 좀 급하게 서두르는 면이 있었다. 그리고 자존심이 강해 고집이 세고 자기주장도 강한 아이였다. 엄마로서는 아이와 한국말로 서로 의사소통이 되니 바로 아이의 상태를 파악하고 이것이 성장 과정 중 하나라고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선생님은 한국말을 모르고 아이는 영어를 잘하지 못하니, 선생님은 아이가 왜 그러는지 답답하게 생각할 수 있다.     


  제삼자의 관찰과 판단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단 영유아의 경우 자기 아이는 엄마가 가장 잘 안다고 본다. 그래서 원장 선생님에게 아이가 영어는 잘하지 못하지만, 한국말은 잘해서 웬만한 의사소통은 원활하게 하니까 단순히 언어소통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는 평소에 그림을 그리고 만들고 퍼즐을 맞추고 책을 보고 오리고 붙이고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2살 반에서는 그런 활동이 전혀 없어서 지루해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두 살이 아닌, 세 살 아이들이 있는 반으로 보내서 좀 더 다양한 활동을 하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막 31개월이 된 아이는 3살 아이들이 있는 교실로 보내졌다. 아이가 세 살 반으로 처음 들어간 날 나와 원장 선생님도 함께 참관했는데, 아이는 두 눈이 반짝반짝하더니 선생님이 시키는 거의 모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숫자 맞추기와 알파벳 맞추기 놀이도 재미있게 잘 해내고 있었다. 그 후 32개월이 되자 아이는 기저귀도 자연스럽게 뗐고, 프리스쿨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노는 모습이 수시로 웹캠에 보였다.      








E. 아이가 정상적인 범주보다 발달이 매우 느린 경우      


  그런데 앞서 예로 든 아이와는 다르게, 아이의 성장발달과 언어발달이 전반적으로 정상적인 범주보다 현저히 느린 예도 있다. 이 경우는 제2 언어는 물론, 제1 언어인 모어로도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반적으로 발달이 느리면 인지능력은 물론 언어능력이나 사회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유치원 활동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해서 관찰되면 원인이 무엇인지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보고, 발달지연이나 발달장애로 판단되면 바로 조기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많은 부모가 아이가 말을 떼기 전까지는 발달지연이나 발달장애를 거의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보통 15개월에서 16개월 정도에 뭔가 조금 이상하다고 눈치를 채기 시작하는데, 이때 바로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볼 것을 권장한다. 0세~3세 사이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를 시작하면 극복될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특히 3세까지 대부분의 뇌 구조가 성숙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늦어도 2세~3세 사이에는 반드시 치료를 받기 시작할 것을 강조한다.      


- 제2 언어뿐만 아니라 제1 언어인 모어로도 의사소통이 잘 안 되며, 전반적으로 발달이 느리면 언어능력이나 사회성이 떨어져서 유치원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해서 관찰되면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보고, 발달지연이나 발달장애로 판단되면 바로 조기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 언어발달 지연이 지속적으로 관찰될 경우 : 0세~3세 사이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할수록 극복될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 특히 3세까지 대부분의 뇌구조가 성숙하기 때문에  2세~3세에는 반드시 치료를 받기 시작할 것을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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