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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엄마보다 육아시간이 8분 더 긴 나라, 핀란드

- 핀란드의 아빠는 엄마보다 학령기 자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

by 이현진

<아래는 가디언 지에 수록된 기사를 번역한 글입니다.>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의 육아가 많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빠 육아의 중요성에 관한 글을 올린 후, 여러 자료를 접하다가 자녀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핀란드의 아버지에 대한 글이 있어 한 번 번역해 보았습니다.



2017년 12월 5일 화요일



핀란드, 아버지가 어머니보다 자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유일한 국가



알렉산드라 토핑 Alexandra Topping



유급 육아휴직에서 보편적 보육(universal daycare)에 이르기까지 핀란드는 성별 격차를 줄이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의 다른 나라들에게 어떤 교훈을 줄 수 있을까요?


미국인과 영국인에게 있어 북유럽 국가는 성평등과 가족 화합이라는 신화에 가장 가까운 낙원으로 묘사됩니다. 행복한 얼굴로 거리에서 유모차를 끌고 있는 아빠들의 군단, 긴 유급 출산 휴가를 즐기는 여유로운 표정의 엄마들, 그리고 두툼한 스웨터를 입고 반짝반짝 광이 나듯 영양이 풍부해 보이는 건강한 아이들은 무료 의료 서비스까지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배경보다도, 인구 550만 명의 핀란드에 대한 단 한 가지 통계가 단연 눈에 띕니다. 최근 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핀란드는 세계의 선진국 중에서 아버지가 어머니보다 학령기 자녀와 하루 8분 정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유일한 국가라는 것이지요.


글로벌 성별 격차 보고서는 2016년 핀란드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장 평등한 국가로 평가했으며,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에 핀란드를 워킹맘으로 살기에 가장 좋은 나라 중 세 번째로 평가했습니다.


핀란드는 이러한 평가를 받기까지 어떠한 노력이 있었을까요? 그리고 우리는 다른 지역으로까지 성 평등을 촉진시키고 가속화시킬 수 있는 이 작은 북유럽 국가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이는 집단행동과 정치적 의지, 그리고 사회 민주주의의 강력한 전통과 조세 제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또한 핀란드가 대화를 구성하는 방식(대화의 프레임)의 주요 차이점으로 귀결됩니다. 즉, 어른들에게 좋은 것이 아니라, 자라나는 우리 어린이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것입니다.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낼 '아이의 권리'



총 11명의 내각에서 6명의 여성 장관 중 한 명인 핀란드의 가족 사회 복지부 장관, 아니카 사리코(Annika Saarikko)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것은 성 평등의 문제지만, 그보다는 아동의 권리에 대한 문제입니다. 또한 이것은 어머니의 권리나 아버지의 권리에 관한 것이 아니라,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낼 아이의 권리에 관한 것이지요.”


핀란드는 아버지가 아동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습니다. 정부는 아버지들에게 9주간의 육아휴직을 제공하며 그 기간에 급여의 70%를 지급합니다. 그리고 아버지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장려하기 위해, 최근에는 건장한 건설 노동자가 즐겁게 유모차를 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전단지와 함께 "It's Daddy Time!"이라는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Saarikko는 이렇게 덧붙입니다.


“우리는 아버지들이 공유 육아휴직(Shared parental leave)을 더 많이 사용하기를 바랍니다. 아기와 아빠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를 보면, 우리는 자녀의 어린 시절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는 Saarikko가 아버지를 옹호함과 동시에, 핀란드의 어머니들이 국가의 지원 정책으로 모성의 제약에서 얼마나 해방되었는지 보여주는 적절한 예이기도 합니다. 현재 33세인 그녀는 풀타임 공립 어린이집에 다니는 세 살배기 아이가 있습니다. 남편도 풀타임으로 일합니다. Saarikko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서 당신은 젊은 여성이면서 장관(minister)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 상황이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핀란드에서는 일과 가족을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거든요. 물론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요.”


핀란드의 현재 위상은 여성 발전의 오랜 유산을 반영합니다. 이 나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했으며, 1906년에는 최초로 여성에게 완전한 정치적 권리를 부여했습니다. 오늘날 의회 의원의 42%가 여성인 반면, 미국에서는 여성이 의회 의석의 19.6%만 차지하고 있습니다. 북유럽에서 가장 큰 콘서트 및 컨벤션 센터인 탐페레 홀(Tampere Hall)의 이사인 폴리나 아호카스(Paulina Ahokas)는 이렇게 말합니다.


“핀란드는 여성이 남성과 함께 일하는 가난한 나라였으며, 전쟁이 끝난 후 우리는 모두 러시아에게 빚을 갚기 위해 함께 일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여성도 오랫동안 의사결정에 참여해 왔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최선의 결정으로 이어진다고 믿습니다.”



태어나기 전부터 사회적 지원을 받다



핀란드 국가는 자녀가 태어나기도 전에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에게 의미 있는 사회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연이 아닐 수도 있지만, 가디언 지가 핀란드에서 대화를 나눈 부모는 대서양 반대편에 있는 부모(미국 부모를 의미하는 듯)보다 스트레스를 훨씬 덜 받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핀란드에서 자녀가 있는 부모는 막대한 의료비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합병증이 없는 임산부는 출산 전 11~15회 정도를 무료로 볼 수 있으며, 출산 비용은 그저 명목일 뿐입니다. 그런 한편, 미국에서는 IFHP(International Federation of Health Plans)에 따르면 분만 비용만 평균 $10,000, 제왕절개 비용은 $15,000 이상입니다.

게다가 지난 80년 동안 핀란드 국가는 부모들에게 침낭, 매트리스, 아웃도어 용품, 세면도구, 플레이 슈트는 물론, ‘모두 성별 중립적인 색상인’ 신생아 필수품까지 들어있는 "아기 상자"를 부모에게 선물해 왔습니다. 가족은 아기 상자 대신 140유로를 받을 수 있지만, 그 돈보다 그 물품 상자가 훨씬 더 가치가 있기 때문에 처음 받는 사람의 95%는 선물로 받습니다.

베이비 박스는 핀란드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영유아 사망률을 달성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인정되기도 했습니다. 2015년에는 1,000명당 1.7명의 사망에 그쳤는데, 실제로 이는 베이비 박스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임산부가 임신 4개월 말에 받는 검진 이전에도 미리 검진을 받아야 하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핀란드 사회 기관인 Kela에서 일하는 Anita Haataja는 "중요한 것은 상자가 아니라 연락처입니다."라고 말합니다.


핀란드는 아기가 태어나면 엄마에게는 약 4개월의 유급 출산휴가를, 아빠에게는 2개월 이상의 유급 휴가를 제공합니다. 무엇보다도, 부부는 추가로 5개월 이상의 유급 육아휴직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빠들이 처음 3주 동안은 휴가를 받지만, 약 절반 정도는 2개월 정도를 채웁니다. 그리고 "Daddy Time" 캠페인이 기대하고 있는 그 이상의 휴가를 받는 아빠의 비율은 아직 적습니다.


육아휴직 기간이 끝난 후에도 부모 중 한 사람은 아이가 3살이 될 때까지 집에 머물면서 한 달에 450유로를 받을 수 있으며 나중에 같은 직장으로 돌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일부 비평가들은 이 급여가 여성들이 직장에서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있게 하여 그들의 직업 전망을 해치도록 부추긴다고 주장합니다.)


은행에서 일하는 Sami Sulin에게 이러한 혜택은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반가운 기회였습니다. 아이의 아빠는 딸의 나이가 10개월일 때부터 약 열 달 동안 집에 있었고, 점점 더 많은 친구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현재 35세인 그는 이렇게 보고합니다.


“지금은 사회적으로 더 용인되는 것 같아요. 아버지가 가정생활에 참여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책임을 함께 나누는 것은 자연스럽고 좋은 일이죠'



어머니를 포함한 대부분의 부모는 결국 직장으로 돌아가고, 그렇게 하면 국가에서 보편적인 탁아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가장 비싼 서비스 비용은 한 달에 290유로에 불과합니다. 비교하자면, 미국에서의 풀타임 보육 비용은 가족 평균 임대료의 85%에 달하는 곳도 있으며, 이는 자녀를 대학에 보내는 것보다 더 비쌀 수도 있습니다. 런던에서는 한 달에 평균 £650입니다. 아, 그리고 핀란드에서는 다른 누군가가 모든 세부 사항을 처리할 것입니다.


40세의 영업 관리자 Tuomas Aspiala는 이에 대해 "큰 차이점이라면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는다는 것이겠지요. 다른 사람이 모든 것을 알아서 처리해 주거든요."라고 말합니다. 그 지역 보육원에 그의 두 자녀를 위한 공간이 없자, 헬싱키 시는 아이들의 자리가 마련될 때까지 그들을 돌보기 위해 유모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어린이집은 정말 환상적입니다. 정말 가깝고, 아이들을 돌보는 분들도 훌륭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거기에 맡기는 것에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요."


실제로 핀란드의 유아기 보육 시설은 단연 세계 최고이며, 7세가 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핀란드는 Pisa 교육 순위에서 지속적으로 높은 순위를 차지합니다. 두 달 전 핀란드에서 둘째 딸을 낳은 누라 아메드-모셰(37)는 런던에서 살 때 첫 딸을 낳았는데, 이와 비교해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 핀란드에서 학교 교육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전혀 없습니다."


핀란드 기업의 태도도 진보적입니다. 여기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전 8시에 하루를 시작하고 일반적으로 오후 4시에서 5시 사이에 끝납니다. 이 모든 것이 부모가 육아 일을 더 잘 분담할 수 있는 문화로 이어집니다.


기술 관련 스타트업 기업가이자 기술 회사의 CTO인 Petri와 Kirsi Louhelainen은 둘 다 가정에서 자신의 아들들에게 시간과 노동을 분배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Petri(41세, 아빠)는 이렇게 말하죠.


"집에 있을 때 나는 정말로 관여를 잘 합니다. 정상적인 일이죠. 아빠가 아이들의 삶에 적극 참여하면, 아이들은 많은 취미를 갖게 되지요. 제 경험상 아빠가 아이들을 데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38세인 Kirsi(엄마)는 핀란드 아빠가 엄마보다 학령기 자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을 개인적으로 증명할 수 없지만, 핀란드 여성은 여전히 미취학 아동을 둔 남성보다 하루에 약 71분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녀는 물론 핀란드가 서구 유럽의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얼마나 평등한지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페트리는 아이들 옷을 모두 관리하고 있어요. 제 생각엔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요.”라고 Kirsi가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요리를 더 많이 해요. 책임을 함께 나누는 건 자연스럽고 좋은 일이죠.”




핀란드는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뿌리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 중 어느 것도 쉽게 얻어질 수는 없습니다. 세금은 핀란드 GDP의 44%를 차지하며, 미국은 약 25%를 차지합니다. 소득세에는 지방세, 국세, 교회세, 공영방송세가 포함됩니다. 1년에 120만 달러를 버는 사람은 주정부에 51.5%를 지불합니다.


영업 관리자인 Aspiala는 핀란드의 세금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미국인들은 우리가 세금을 많이 낸다고 말할 것이고 또 그건 사실이죠. 나는 많은 돈을 지불하지만 그것 때문에 잠을 못 자진 않습니다. 당연히 세금을 덜 내고 싶고 공공 부문이 덜 무거웠으면 좋겠지만, 저는 그게 편해요. 나는 내가 순 수취인이 아니라 순 기탁자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내 세금이 더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 사용된다면 괜찮습니다. 핀란드인들은 사회민주주의에 대해 꽤 뿌리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핀란드는 이것이 유토피아적 낙원이라는 미국의 인식에 동의할까요? 아직은 아닙니다. Saarikko 장관은 특히나 외딴 지역에 깊이 뿌리 박힌 젠더 관련 문제가 남아 있음을 인정합니다. 성별 임금격차는 어떤 척도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여전히 16%에서 18%로, 미국의 17%에서 20%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직업은 여전히 하나의 성별에 의해 지배됩니다. 그리고 여성은 상장 기업의 이사회 구성원 중 23%만 차지합니다.


Saarikko는 말합니다.


“우리가 직면한 주요 장벽 중 하나는 성평등에 대한 환상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핀란드에서 성평등이 이미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고 있지요.”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수치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해 핀란드 정부는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하나로 세계 성평등 상을 제정했습니다. 핀란드 정부는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방식으로 성평등을 발전시킨' 개인이나 조직을 선택하여 15만 유로를 수여할 예정입니다.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이런 종류의 상을 기념하는 해에 이것을 주요 선언으로 삼을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저는 무척 자랑스럽겠지요."라고 컨벤션 센터 이사이자 성평등 상의 의장이기도 Ahokas는 말합니다.


그렇다면 이 나라는 여기서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유명한 가족 블로그 Project Mama를 쓰는 43세의 Katja Lahti는 '보다 확대된 성별 균형을 위해 그 다음으로 크게 추진할 원동력은 오직 아버지로부터 올 수 있다'고 예측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자신의 목소리 내기를 원하는 아버지들의 움직이야말로 진정한 밀레니엄 운동처럼 느껴집니다. 마치 아버지들이 모든 것을 갖고 싶어 하는 것처럼 말이죠."//



원문 보기

https://www.theguardian.com/lifeandstyle/2017/dec/04/finland-only-country-world-dad-more-time-kids-mo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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