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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진 Oct 20. 2023

원격학습을 위한 수업자료 받기

- 미국 초등학교 1학년  온라인 학습 체험기 -



수업자료를 받으러 학교에 가다



  2020년 9월 4일 금요일     


   오후에 선생님을 만나러 학교에 간다는 말에 신이 난 아이는 오전에 원격 (온라인) 수업이 끝나고 바로 구글 클래스룸에 올라온 숙제까지 완벽하게 마쳤다. 아침 수학수업 시간에는 배운 거 또 배운다며 지루하다고 불평을 늘여놓더니, 선생님이 수학 문제를 내주고 10을 셀 동안 채팅 창에 누가 먼저 정답을 올리는지 게임을 시작하자 아이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변했다. 그 후 아이는 온라인 실시간 체육수업도 적극적으로 잘 참여해서 무리 없이 한 주를 마쳤다. 이제 여유로운 금요일 오후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나도 아이도 설레기 시작했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화창한 오후 햇살을 맞으며 집을 나선 아이와 나는 1시경 학교에 도착해서 다음 두 주간 필요한 온라인 수업 자료들을 받아왔다. <Magic tree house> 시리즈 챕터북 한 권과  수학 연산 도구인 100 보드, 10 막대, 1 블록이 들어 있는 지퍼락 한 봉지 그리고 다른 몇몇 종이 프린트물이었다.
   


(왼쪽) 매직 트리하우스 챕터북,  (오른쪽) 수학 연산 도구 - 1000 큐브, 100 보드, 10 막대, 1 블럭


 

    학습자료 전달은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해 학교의 넓은 주차장에서 이루어졌다. 자동차를 타고 드라이브 뜨루로 이루어지는 학습자료 픽업은 자칫 혼잡이 일어나 사고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학년별로 시간이 달랐다. 킨더와 1학년은 오후 1시, 2/3학년은 오후 1시 30분, 4/5학년은 오후 2시였다. 넓은 주차장에 선생님들이 자신의 이름을 적은 큰 피켓을 건물 벽 앞에 세워 놓으면, 학부모의 자동차가 나란히 줄을 서서 담임선생님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선생님을 만나면 우리 모두 운전석 창문을 열어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수업자료를 받았다.


   학부모들도 화이트보드에 선생님의 이름과 아이의 이름을 크게 써서 운전석 앞쪽 유리창으로 잘 보이도록 올려두었다. 우리 모두 마스크를 하고 있어서 얼굴 식별이 어려웠기에 이렇게 아이 이름을 적어 놓아야 선생님이 아이의 이름을 적은 플라스틱 백을 정확하게 전달해 줄 수 있었다. 나중에는 차 색깔과 모양 그리고 브랜드만 보고도 선생님은 우리 차라는 걸 알았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학년별 반의 개수는 적게는 4개 반, 많게는 5개 반이라서 그렇게 심각한 혼잡은 없었으나, 네바다 사막 지대의 뜨거운 햇살은 건물 밖에 서서 학생과 학부모를 맞이하는 선생님들을 힘들게 했다. 그래서 너무 더운 날은 아이와 함께 미리 커피숍에 들러서 프라푸치노 아이스커피나 얼음을 잔뜩 갈아 넣은 스무디를 사서 미리 준비해 두었다가 선생님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뜨거운 사막의 태양 아래 30분 이상 서서 학생들과 학부모를 대한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STAR Reading 테스트와 MAP 테스트



   아이와 함께 수업자료를 가지러 학교에 가니 선생님이 매직 트리하우스 책을 주면서 아이에게 물었다.


미국의 학년별 읽기 레벨 차트

  “아마도 네가 이 책을 읽었을 것 같아. 어떠니, 데이비드? 이거 읽어볼래?”

  “네, 이 책 이미 읽은 것 같아요. 그래도 한 번 더 읽어볼게요.”

  “그래, 미안하구나. 다른 책을 주고 싶어도 지금 내가 네 수준에 맞는 책을 더 준비하지 못했어. 다음에 더 재미있는 책을 준비해 줄게.”

  “네, 괜찮아요. 이 책 한 번 더 읽을게요. 고마워요.”

 

  아이와 선생님의 대화가 이렇게 훈훈하게 이루어졌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주는 책은 각기 다르다. 학기 초에 이루어진 레벨 테스트 결과에 따라 아이들의 읽기 레벨이 정해지고, 선생님은 그 레벨에 맞는 책을 학생들에게 읽힌다. 대면수업이 이루어져서 아이가 학교에 가게 되면 직접 자신이 읽을 책을 고를 수 있지만, 이때는 그럴 수가 없었다.


  이어서 선생님은 지난주 금요일에 있었던 레벨 테스트에서 아이가 수학과 영어 모두 최고 등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1, 2, 3, 4 레벨 중에서 레벨 4인 학생들을 소그룹으로 묶어서 시간대별로 따로 가르치는 시간을 가지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만 하더라도 나는 선생님이 말한 최고등급의 기준은 물론, 소그룹 학습이 어떤 것인지 모르고 있었다. 궁금한 것이 많았으나 뒤에 기다리는 학부모가 있었으므로 더 묻지 않기로 했다.


  궁금해서 나중에 찾아보니, 아이의 테스트 스코어는 456점과 518점이고, 읽기 학년 레벨은 4.1과 4.6이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4학년 이상의 읽기 실력을 말하는 것이다. 퍼센티지는 99%이며 아이에게 읽기 적당한 책 레벨은 3.0~5.1로, 아이가 3, 4, 5학년 용 책은 충분히 읽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1학년 STAR reading 테스트 결과와 리딩 레벨


   아이가 몬테소리 사립학교에 다닐 때는 STAR Reading 테스트나 MAP 테스트가 없어서 따로 성적표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아이가 학교에서 뭘 배웠는지를 상세하게 제시한 일종의 학습 진행 과정표를 학부모에게 보내주었는데, 킨더 학생이어도 발달이 빠르면 학교에서 1,2, 3학년 학습 과정을 소개해 주기도 하고, 3학년 학생이어도 학습진도나 이해가 느리면 이전 과정을 반복해서 상세하게 설명해 준다. 이러한 교육이 가능한 이유는 한 반에 3~4명의 선생님이 상주하면서 3,4,5세 학생, 혹은 1,2, 3학년 학생 그리고 4,5, 6학년 학생을 함께 가르치기 때문이다. 미국의 사립학교라고 해서 모두 이러한 시스템을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사립학교는 1명의 선생님 대비 학생수가 10명 이하이기 때문에 보다 집중적인 교육이 가능하다.


MAP TEST

   공립학교도 교사 1명이 담당하는 학생 수가 많을 뿐, 교육 시스템 자체는 사립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아이를 공립학교로 전학시켰다. 코비드 19에 대한 공포로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없었던 우리는, 나름 고심해서 공립학교 원격수업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런데 입학하자마자 레벨 테스트를 하고 매주 금요일마다 쪽지 시험을 봐서 성적이 퍼센티지로 환산이 되어 학기 중에도 테스트 결과와 중간 성적표가 집으로 날아왔다. 물론 미국 초등학생의 성적은 항상 퍼센티지로 나오고 등수는 없다. 예를 들면, Reading Test나 MAP 테스트에서 아이의 성적은 99%로 표시되었는데, 이는 아이의 성적이 상위 1% 안쪽이라는 의미이다. 이 백분율은 미국 전체 학교 중에서 이 테스트를 본 모든 학생들의 점수를 기준으로 그 학년에서 몇 퍼센트에 해당되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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