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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진 Apr 06. 2023

미국 초등학교 1학년 온라인 수학

 - 우당탕당 미국 초딩 1학년 사이버 개학 둘째 주 - 


10 프레임 (Ten Frame) 이용하기



2020년 9월 3일 목요일


  오늘 아침 온라인 라이브 수업에서 아이들은 비교적 수업에 집중을 잘하는 것 같았다. 실시간 온라인 라이브 수업이라 산만할 법도 한데, 신기하게 아이들은 2주 차에 접어드니 꽤 잘 적응하고 있었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도 나누고 장난도 치고 운동장에서 함께 뛰어놀고 싶을 텐데, 서로를 향한 그리움을 꾹 참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이 기특하면서도 짠했다.      


  아이의 초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온라인 수업은 크게 2가지가 있다. 먼저, 선생님들이 혼자 카메라를 바라보며 수업하는 것을 촬영하여 웹사이트에 올린 것을 보면서 학습하는 '비디오 수업'이 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모두 실시간으로 구글 미팅 앱을 통해 온라인 접속을 하여 이루어지는 '라이브 수업'이다.    

  

  매일 8시부터 8시 40분까지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친다. 1학년 과정이기 때문에 가장 쉬운 덧셈 방법으로 ‘ten frame'을 그려서 계산하는 법을 알려준다. 이를테면 위 다섯 칸, 아래 다섯 칸을 그려서 10을 만드는 프레임이다.


  간단한 연산은 손가락으로 할 수 있지만, 더 큰 숫자의 경우 아이들은 손가락만으로는 숫자를 세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다섯 개의 네모 칸을 연속으로 그려 10칸을 만들어서 그 안에 동그라미를 그려 계속 더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연산을 처음 배우는 아이들의 이해를 돕기에는 매우 유용한 방법이다. 



   주판으로 셈을 배운 아이들은 암산을 할 때 머릿속에서 주판알을 연상하고, 손가락으로 셈을 배운 아이들은 머릿속으로 열 개의 손가락 위에 또 다른 손가락을 연상한다. 사실 나는 어려서부터 오목놀이와 화투놀이(일명 민화투와 고스톱) 그리고 원카드(우노카드) 놀이를 자주 해서 빠른 셈을 익혔다. 10 프레임 연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방법을 자주 사용하다 보면 머릿속에 네모칸 10개와 그 안에 동그란 바둑알 같은 것들이 그려진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는 아시아 아이들이 셈이 빠르고 수학을 잘하는 편이다. 그래서 미국에 사는 한국엄마들이 간혹 우스개 소리로 아시아에서 왔다고 하면 다들 수학 천재인 줄로 착각해서 스트레스받는다는 말을 한다. 실제로 한국아이들도 우수하지만, 수학이 월등하게 뛰어난 아이들은 중국아이들과 인도아이들이 많다. 


  아이의 반에서도 수학뿐만 아니라 학업이 전반적으로 우수한 아이는 중국아이를 비롯해 다른 아시아권 출신 학생들이 비교적 많다. 아마도 교육열 때문인 듯하다. 그리고 동유럽계 미국인과 유태계 미국인들도 교육열이 높아 그 자녀들 역시 학업이 우수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채팅창에 하나둘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It's too easy. "

  "A more challenging problem!"

  

  그러자 아이도 키보드를 꺼내더니 채팅 창에 "It's boring."이라고 타이핑을 하기 시작했다. 화들짝 놀란 나는 바로 마우스를 잡아 아이를 제지하고 아이가 타이핑한 글자들을 지웠다.      


  “안돼! 그건 열심히 가르치는 선생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네가 조금 지루할 수는 있겠지만, 다른 친구들은 그게 재미있을 수도 있고 새로울 수도 있어.”     


  다행히 아이의 마이크가 꺼진 상태로 수업을 진행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내가 아이를 훈계하는 소리는 온라인 너머로 전달되지는 않았다. 그러자 아이는 조금 시무룩해졌다.     




미국 공립 초등학교 1학년 프로그램



"Thank you!"

"Good bye!"

"See you next time!"


  온라인 라이브 수업이 끝나고 작별인사를 나눈 아이들이 하나둘 모니터에서 사라지자, 이별이 아쉬웠던 아이는 전에 몬테소리 스쿨에서 같은 반 친구였던 Ilan(일란)과 짧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자 선생님도 함께 두 아이의 대화에 동참했다.


   두 아이는 선생님과 전에 다니던 학교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둘은 이전 학교에서도 절친이었고, 같은 동네, 같은 커뮤니티에 산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몬테소리 학교에 못 가서 이 학교로 오게 되었다는, 정말 하지 않아도 될 말을 아이는 솔직하게 웃으면서 하고 있었다. 호기심 많고 말도 많은 이 아이는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이런저런 수다를 떠는 것이겠지만, 듣고 있는 나로서는 많이 민망했다.     

 

   아이는 프리스쿨부터 킨더까지 2년 넘게 다니던 이전 학교를 무척 그리워하고 있었지만, 아이 아빠와 나는 사실 새로 전학한 공립학교 온라인 교육 시스템에 만족하던 중이었다. 2020년 3월 팬데믹 선언 후, 네바다 전역의 공립학교가 문을 닫고 주 정부 산하 교육부와 공립학교 선생님들이 몇 달에 걸쳐 힘들게 시행착오를 거치며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준비한 결과였다. 물론 학교마다 교육 프로그램이 다르고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 부부는 정말 90% 이상 만족하고 있었다.     


   네바다 주립대에 근무하는 남편도 당시 팬데믹의 영향으로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사실 대학에서도 이렇게 체계적이고 훌륭한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제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감탄하던 중이었다. 공학자의 관점에서는 백 퍼센트 만족이라는데, 그렇다면 인문학자, 교육학자의 관점에서는 어떨까.   


  

▶ Math  - 전반적으로 쉬운 편에 속한다. 그런데 다양한 방식으로 수를 계산할 수 있음을 아이들에게 체계적으로 알려주어서 좋다. 


▶ Phonics – 각각의 알파벳 글자가 어떻게 소리 나는지 그 원리를 알려주는 것으로, 특히 책을 막 읽기 시작하는 저학년 아이들을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이다. 이 기본 원리를 제대로 깨우치지 못하면, 아이들이 평소 사용하고 있는 말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문자로, 글로 제시되었을 때 제대로 읽지 못하게 된다. 


▶ Reading and comprehension – 읽는 텍스트 자체는 비교적 간단하고 수준이 높지 않지만, 아이들에게 생각을 요구하는 문제들이 나온다.


▶ Writing – 만 7세 기준인 한국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의 평균 수준과 비교하면 미국 공립 초등학교에서 요구하는 글쓰기 기준이 조금 낮을 수 있다. 왜냐하면 미국 초등학교 1학년은 만 6세 기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구되는 문장 쓰기 수준은 낮을 수 있지만, 이 역시 생각을 요구하는 문제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결코 쉽지는 않다. 


▶ Language - 어휘력을 확장하고 문법을 익히는 문제를 낸다. grammar 수업이다.


▶ Social Studies & Health – 나는 이 과목이 아주 맘에 든다. 요즘 아이들이 꼭 익혀야 할 인터넷 생활 수칙과 식생활 및 건강 관련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Tech - 온라인 수업이 장기간 진행될 예정이라 아주 정성 들여 컴퓨터 사용법을 가르친다. 키보드 타자(typing)하는 훈련도 하고, 코딩 수업도 체계적으로 알려주어서 아이가 무척 좋아했다. 학습 동영상을 찍어서 웹사이트에 올리는 과제와 코딩게임 만들기도 숙제로 내주기도 한다.


▶ Library - 아이들에게 책을 읽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기본적인 도서관 예절과 책을 어떻게 검색하고 찾는지를 가르친 후, 학생들이 직접 책을 빌리고 반납하도록 훈련한다. 본격적인 수업에서는 책 제목, 작가 이름, 삽화 작가 이름, 출판사, 출판 연도, 목차, 소제목, 텍스트, 인덱스 등 책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도 소개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 fiction과 nonfiction을 구분하고, chapter/paragraph/picture/diagram 등이 무엇인지, main sentence와 key word가 무엇인지 찾는 훈련도 시킨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책은 분명 마음의 양식, 지식의 창고다. 


▶ Music - 노래를 듣고 부르고 장단을 맞추며 이것저것 두드리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음감도 익히는 즐거운 음악 시간, 당연히 아이가 좋아하는 시간이다. 


▶ Art – 지그재그로 산을 그리고, 나선형 커브 선으로 구름을 그리거나 강을 그리고, 수평선으로 들판이나 바다를 표현하고, 수직선으로 나무를 그리며, 대각선으로 나뭇가지를 그리라고 하면서 아이들에게 구도 잡는 방법과 그에 맞는 어휘를 알려준다. 연륜이 있어 보이는 미술 선생님이라서 그런지 45분의 온라인 수업이 힘들 수도 있음에도 나름대로 수업 기술이 체계적이고 아이들에게 매주 새로운 그림과 기법을 소개해 주어서 좋았다. 


▶ P.E – 체육을 온라인 수업으로 어떻게 진행할 수 있을까 우려했는데, 나름 재미있게 잘 진행되었다. 어린이를 위한 요가, 스트레칭, 댄스 등 재미있는 음악을 곁들인 동영상을 소개하면서 그대로 따라 하는 시간도 있고, 스톱워치를 맞춰놓고 누가 가장 빨리 수행하는지, 누가 가장 오래 버티는지 짧게 게임을 하는 시간도 있었다. 펜데믹의 영향으로 가정에 머무는 아이들이 자칫 운동 부족이 될까 봐 방과 후에도  아이들의 체력 단련을 위해 열심히 잘하는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2020년 9월 당시, 아이가 온라인 교육을 통해 듣고 있는 미국 공립학교 1학년 과목은 이랬다. 수학, 읽기, 쓰기, 발음하기, 언어, 사회/건강 과목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진행되고, 컴퓨터기술, 도서관이용, 음악, 미술, 체육은 일주일에 각각 1회씩 진행된다. 




미국 공립학교에서 이중언어 아동의 영어 능력은? 



 자, 그러면 내 솔직한 느낌을 한 번 적어보자. 


   미국 공립학교에서 진행되는 수학 진도는 비교적 느리고 쉽다. 그러나 다양한 방법을 체계적으로 알려준다. 더욱이 첫 주는 킨더 때 배운 것을 복습하고 있는 단계라서 더 쉽다. 본격 1학년 과정으로 넘어가면 50까지 혹은 100까지의 수를 익히고 좀 더 어려운 연산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1학년 과정도 그리 어렵진 않다. 


  당시 1학년이었던 아이는 만 6세, 한국나이 7세로 유치원생에 해당되었다. 만 3살부터 만 5살까지 2년 넘게 몬테소리 사립학교에 다니면서 수학은 2, 3학년 과정까지 거의 마친 상태였다. 일반적으로 미국 사립학교는 아이들 개개인의 학습능력을 고려하여 학습진도를 맞추기 때문에, 미국 공립학교에 비해 학습 진도가 1년에서 1년 반 정도 빠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중국, 인도, 한국 아이들이 수학을 잘하는 편에 속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는 높은 "교육열"의 결과이다. 이것이 좋다, 나쁘다, 적절하다, 적절하지 않다고 단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저학년 때 아이들의 학습결과는 부모의 '교육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읽기쓰기 수준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높은 편이다.   나는 한국에서 대학생들에게 교양국어와 교양문학 그리고 국어국문학 전공과목을 가르쳤던지라, 초등교육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런데 한국인 부모 밑에서 서너 살까지 한국말을 주로 듣고 배우면서 성장한 이중언어 아이의 입장에서, 미국 공립교육의 읽기와 이해 그리고 쓰기 수준은 비교적 높을 수 있다. 왜냐하면, 일단 영어 원어민 부모를 둔 전형적인 미국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의 풍부한 어휘력을 쉽게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특별한 지적, 언어적 능력을 타고난 아이가 아니라면, 이중언어 아이들은 적어도 킨더, 1학년까지는 일단 어휘력이 좀 부족한 상태에서 읽기, 쓰기 수업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가정의 아이들조차도 책 읽기와 글 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미국에서도 많은 아이들이 읽기 및 쓰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Learning Center라고 하여 일명 ‘학원’을 다니거나 개인 튜터를 고용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초등 교육을 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현재 한국 초등학교 1학년의 국어, 문학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정확하게 비교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미국 초등 1학년 과정에서 배우는 것처럼, 한국의 아이들도 1학년 때부터 문학에 나타나는 등장인물과 배경, 그리고 사건에 대해서 이렇게 구체적으로 배우고 있는지 궁금하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는 언어능력이 좋은 편에 속한다. 몬테소리 학교에 다닐 때 담당 선생님이 아이가 이중언어를 하기 때문에 언어습득이 빠른 것 같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그래서인지 3살까지 한국말만 하던 아이가 몬테소리 학교를 다니면서 빠르게 영어를 습득했다. 그 후 공립학교 1학년을 시작하고 첫 주 금요일에 선생님이 개인 미팅으로 아이와 대화를 나누면서 아이의 학습 능력을 테스트했다. 어휘력은 1~44단계까지 중에 최고 등급 44단계를 통과해서 1학년 전체 아이들 중 최고라고 했고, 읽기 실력도 두꺼운 챕터북을 읽는 정도라서 novel 읽기 소그룹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뛰어난 어휘력과 읽기 실력에 비해 말하기 실력은 이에 미치지 못해서 선생님이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후 고맙게도 선생님은 아이의 이중언어 환경을 파악하고, 학기 중에 온라인 수업이 끝나고 4개월 정도를 매일 구글 미팅을 통해 30분에서 45분 정도 아이와 대화를 나누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일반적으로 이중언어 혹은 다중언어 환경에서 자란 아동의 말하기는 일반 미국인 가정의 아이들에 비해 빠르거나 유창하지는 않지만, 언어에 대한 이해력과 수용이 비교적 빠르다. 그래서 말하기 실력보다는, 읽기와 쓰기 그리고 문자 이해가 뛰어난 경우가 꽤 있다. 일반적으로 책을 좋아하고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중언어 아동들은 초등학교 2, 3학년이 되면서 말하기의 유창성도 함께 발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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