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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진 Mar 03. 2022

온라인 개학 첫날의 풍경

- 접속 폭주, 시스템 에러, 집구석 쿼런틴에 아이도 스트레스받는 중

(1) 접속 폭주로 인한 시스템 에러      
    

<2020년 8월 24일 월요일>     


  드디어 사이버 개학 첫날이 되었다. 혼란에 또 혼란.      

캔버스는 카운티 교육구가 사용하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 중 하나이다.

  우려했던 대로 온라인 교육 시스템은 학생들의 접속 폭주로 인해 오전에 에러가 발생했다. 이 지역 교육구에 속한 대부분의 초중고 공립학교가 CCSD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교육 시스템 중 하나인 캔버스를 이용하는데, 첫날 대혼란으로 캔버스 플랫폼을 통한 실시간 온라인 수업 접속을 할 수가 없었다. 



카운티 교육구에서 제공하는 학생의 이메일 계정은 구글 클래스룸과 연동되어 있어 편리하다.

   아이의 담임선생님은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구글 이메일 계정과 클래스 도조 앱으로 실시간 라이브 수업을 위한 구글 Meet 링크를 보내주었다. 그런데 그 구글 미팅조차도 중간에 접속이 끊어지는 문제가 발생했고, 아이들을 위한 교육자료가 올라가 있는 온라인 교육 시스템에도 문제가 생겨서 과제를 수행할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첫날은 패닉 그 자체였다. 

    

  그런데 시행착오 없는 성공이 어디 흔한 일인가. 온라인 접속 폭주로 인한 시스템 에러가 있었음에도 나와 남편은 미국 공립교육의 팬데믹 시국에 대한 대처가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클래스도조를 통해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포인트를 주고, 학부모와 소통하며, 학생 스스로 포트폴리오 활동을 하도록 격려한다.

  공립학교에서는 사립학교에서 제공하는 것만큼 학습 진도가 빠르지 않고, 아이의 개별 수준을 고려한 맞춤 교육을 완벽하게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80%의 다수 학생을 위해 준비한 온라인 교육 플랫폼과 시스템은 정말 칭찬할 만했다.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도 나와 함께 아이의 온라인 수업을 지켜보더니, 웬만한 유명 주립대학에서도 이만한 좋은 시스템의 온라인 교육을 제공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네바다 주립대에서 공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아이 아빠는 몇 년 전부터 STEM/STEAM 교육 프로그램에도 관심이 있어서 아이의 온라인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나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클락 카운티 교육구

   어쩌면 우리가 네바다주의 공교육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 이 정도 성과에 놀랐을 수도 있다. 또한,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원래 이 지역에서는 나름 좋은 교육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는 평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원래 상황이 어떻든지 간에 이번에 우리 가족이 체험한 공립학교 온라인 교육 시스템은 정말 훌륭했다. 아직 만 6살 어린 나이의 1학년인 데다가 온라인 수업 경험이 없어서 부모가 옆에서 계속 도와주어야 하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훌륭한 온라인 교육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이는 첫 수업시간에 조금 까칠한 반응을 보였다. 새 학교, 새 선생님, 새 친구들, 그리고 어색한 온라인 수업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별로 말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I am David. I don't know why I need to talk now. I don't want it."     


  아이들에게 돌아가면서 각자 소개를 하라는 선생님의 말에 아이는 불만에 가득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순간 나는 얼굴이 화끈해지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 저 아이도 나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있구나. 온라인 수업이 싫구나. 학교에 가고 싶구나. 그래, 내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겠다. 나부터 웃는 모습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야겠다. 이렇게 결심하고 나는 아이가 좋아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나온 논픽션 아동도서 중에서 개구리 책을 골라왔다.      


  “헤이, 데이비드~ 우리 개구리 책 읽으면서 개구리 한 번 그려볼까? 개구리 그려서 내일 친구들한테 보여주는 건 어때? 재미있겠지? 네가 직접 개구리 그림을 그려서 그 개구리 이름이 뭔지 보여주고 알려주면 친구들이 흥미 있어하지 않을까?”      


    


2) 집구석 쿼런틴, 아이도 부모만큼 스트레스를 받는 중    

<2020년 8월 25일 화요일>   

  

  오늘도 혼란의 대연속! 다행스러운 것은 오늘 아이가 그래도 라이브 수업시간에 말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는 데이비드예요. 학교 첫날 정말 익사이티드 했어요. 그리고 어제 수업 끝나고 개구리를 그렸는데, 보여줄게요.”     


  다행히 아이는 친구들에게 보여줄 것이 있어서 즐거웠던 모양이다. 어제 엄마와 같이 그린 개구리 그림 여러 장을 보여주면서 개구리 이름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아이들 대부분이 온라인 라이브 수업에 적응을 못 한 상태라서 아이가 카메라 가까이에 그림을 대고 그 이미지가 컴퓨터 모니터에 제대로 보이는지 확인하면서 발표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곧 흥미를 잃었다. 그 와중에 선생님은 밝은 목소리고 첫날 기분이 어땠냐, 학교의 어떤 것들이 기대되느냐 이런 질문을 하며 수업을 즐겁게 이끌어 나가려고 했으나, 아이에게는 그다지 큰 위안이 되지 않았다. 즐거운 학교생활을 소개해 주기 위한 것은 알겠지만, 학교도 못 가고 어색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서 마우스로 클릭을 하고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생전 처음 쳐 보는 키보드 타이핑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아이들을 무척 짜증 나게 했다.      

미국 공립초등학교 온라인 라이브 수업

  이 온라인 수업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공립학교에서는 일제히 테크/코딩 클래스를 특별 수업으로 배정했다. 매주 1시간씩 테크 클래스가 진행되었고, 타이핑 연습과 코딩을 이용한 교육 게임 만들기가 과제로 주어졌다. 그래서 월요일 첫날부터 아이들은 키보드 타이핑 연습을 해야만 했다. 


   여섯 살, 일곱 살 아이들이 자판을 외워가며 타이핑 연습을 하기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가. 곧 익숙해질 테지만, 그래도 연필로 자유롭게 글씨를 쓰고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려야 할 아이들이 키보드로 글자를 치고, 마우스로 이상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사실이 무척 마음이 아팠다. 활발하게 운동장을, 잔디밭을, 공원을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집에 콕 처박혀 컴퓨터 앞에 앉아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키보드로 공부를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라스베가스 도심과 주택가를 벗어나 외곽으로 가면 이런 사막 풍경이 펼쳐진다. 

  뜨거운 여름, 주변이 모두 이글거리는 사막 지대인 네바다에서는 한낮에 공원 산책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니 새벽 일찍 산책을 하거나 저녁 늦게 공원에 나가서 놀아야 한다. 평일 한낮에 아이의 온라인 수업이 끝나고 공원을 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오후 늦게 뒷마당에 나무 그늘이 생기면 뒤뜰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던가, 주말에 아침 일찍 일어나 시원할 때 동네 산책로를 한 바퀴 돌거나, 집 앞 공원 잔디밭에 가서 원반을 던지고 놀면서 아이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로 했다.      


   미안하다, 아가. 어른들이 아름다운 지구를 너희에게 남겨주어야 하는데, 이렇게 방사능에, 바이러스에, 쓰레기에, 더러운 온실가스에 오염된 지구를 너희에게 안겨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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