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차터스쿨 온라인 수업 후기
미국의 교육은 유치원(킨더, Kindergarten)과 1~12학년까지를 총칭하여 K-12 학제 시스템이다. 학교마다 Pre-K (프리킨더) 과정이 있으나, 실제 의무교육은 일반적으로 유치원과정부터이다. 학년 구분 체제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로 구분되는 한국과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초등학교 (Elementary school) 6년 과정 : K-5학년
중학교 (Middle school) 3년 과정 : 6-8학년
고등학교 (High school) 4년 과정 : 9-12학년
미국에서 학교는 크게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로 구분되나, 이 두 학교의 장단점을 상호보완한 매그넷 스쿨과 차터스쿨이 있다.
– 미국 공립학교는 정부(Federal)나 주(State)에서 집행하는 세금으로 운영되며, 각 카운티의 교육 당국(카운티 스쿨 디스트릭트 즉, CCSD, 교육청 또는 교육부 개념)에서 관리한다. 특정 지역 안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그 학군에 속한 공립학교에 입학할 수 있으며, 제도적으로는 다른 학군의 공립학교에는 입학할 수 없다. 초등학교 2학년 때는 학생들에게 gifted and talented test를 볼 기회를 제공하며, 이 테스트에 통과하면 학생들은 3학년 때부터 영재교육의 하나인 GATE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gifted test 결과가 99.9% 이상인 학생들은 따로 카운티 교육 당국에서 교육심리학자를 보내 Highly gifted test, 즉 아이큐 145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고도 영재 테스트를 보게 하는데, 이 테스트에 통과된 학생들은 카운티 교육 당국에서 개별 관리를 하기도 한다.
- 미국의 매그넷 스쿨은 한국의 특목고, 과고, 외고, 예고 등과 비슷한 성격의 공립학교로, 국가 정부나 주 정부에서 집행하는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각 카운티 교육 당국의 행정 시스템에 의존한다. 그 지역 내 학생들은 누구나 다 갈 수 있는 일반 공립학교와는 달리, 매그넷 스쿨은 학군과는 상관없이 Highly gifted 학생으로 판명되거나 특정 분야에 우수한 능력 및 재능이 있으면 서류전형과 시험을 통해 누구나 입학할 수 있다. 매그넷 스쿨은 과학이나 수학, 컴퓨터, 예술, 커뮤니케이션 등 특정 분야에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학교이다.
– 미국의 차터스쿨은 학교 재단과 지역사회 그리고 학부모가 정부와 협약(charter)을 해서 운영되는 학교이다. 차터스쿨은 학생들의 학비를 받지 않고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다는 점에서는 공립학교와 비슷하지만, 교과과정과 예산집행에서는 교육부의 간섭없이 자율적으로 수행한다는 점에서 사립학교와 비슷하다. 차터스쿨은 학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 공립학교와는 달리 외국어, 스포츠, 공연 및 순수예술 등 특정 분야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차터스쿨 자체 내에서도 영재교육인 GATE 프로그램을 제공하지만, 주 정부 산하의 카운티 교육당국에서 차터스쿨의 교육 시스템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큐 145 이상 99.9% 이상의 Highly gifted 학생들을 위한 관리는 따로 하지 않는다.
– 사립학교는 private school이라는 말 그대로 개인이나 사립재단 또는 종교 단체에 의해 설립된 학교로, 국가나 주 정부의 지원 없이 학생들의 등록금과 기부금 등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사립학교는 각 카운티 교육 당국(교육부, 교육청)의 관리가 아닌, 학교 재단에 의해 독립된 자체 교육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학비가 비싼 만큼 학교 시설이 좋고 캠퍼스가 넓어서 풋볼 경기장이나 수영장, 체육관, 도서관, 연극 공연장, 오케스트라 연습관, 기숙사 등 소규모 대학 캠퍼스처럼 다양한 시설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사립학교는 교사 1인당 10명 이내의 학생들이 배정되기 때문에 교사 1인당 20명 이상의 학생들이 배정되는 공립학교나 매그넷스쿨, 차터스쿨과 종종 비교되기도 한다.
2020년 가을학기, 네바다 주에서는 사립학교가 8월 10일에 가장 먼저 개학을 하여 face-to-face 수업, 즉 대면수업을 시작했고, 다음으로 차터 스쿨이 8월 17일에 개학하여 온라인 교육을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공립학교는 가장 늦은 8월 24일에 대망의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있었다.
사립학교만 빼고 대부분 공립학교와 차터 스쿨이 온라인 교육으로 새 학기를 시작하는데, 과연 우리 아이들이 온라인 교육 시스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이는 펜데믹 시대 아이들을 키우는 모든 부모의 고민거리일 것이다. 사실 이때만 해도 나 역시 아이가 온라인 교육에 잘 적응할지 장담할 수 없었다. 지난 3년간 사립학교에 잘 다니다가, 펜데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공립학교로 옮겨야 하는 상황인데 이를 아이가 잘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겪어봐야 알 수 있는 문제였다.
공립학교 온라인 개학을 며칠 앞두고 때마침 김예빈 교수가 주도하는 부모교육 미팅이 zoom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주 양육자와 아이와의 애착 형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양한 질문들이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나는 펜데믹으로 재택근무를 하는 엄마가 프리스쿨에 가지 않는 아이를 집에 데리고 있으면서 처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에 저절로 집중되었다.
<사례1>
“지인에게 4살이 조금 넘은 여자아이가 있는데,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상황이 매우 힘들다고 해서 제가 가끔 가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주고 있어요. 그 아이가 수줍음이 많긴 하지만 저와 놀기 시작하면 막상 잘 놀아요. 그런데 놀면서도 주변에 엄마가 있나 살피고 엄마가 없으면 불안해하고 엄마 옆에만 붙어 있으려고 해요. 엄마가 일하러 들어가면 계속 엄마만 찾더라고요. 제가 숫자놀이를 같이 해주고, 뭔가 새로운 걸 알려주면 잠시 저한테 붙어 있다가 다시 엄마한테 가서 매달려요. 엄마가 직장을 다녀서 일찍부터 프리스쿨을 다니긴 했지만, 원래도 집을 많이 좋아하고 집에서 잘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경우는 아이의 성향인가요? 아니면 사회성이 부족해서 그런가요?”
<사례2>
“저도 두 달 후면 곧 4살이 되는 딸아이가 있는데요. 제 아이는 집에 있으면서 화장실을 가야 할 때도, 물을 마실 때도, 놀이를 하고 싶을 때도 뭘 할 때마다 엄마를 찾고 엄마한테 항상 보고하고 물어보고 허락을 구해요. 혼자 알아서 하라고 해도 그렇게 하지 않아요. 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혼자 놀다가도 수시로 엄마를 쳐다보고 확인을 하고, 혼자 그림을 그릴 때도 그리다가 엄마를 쳐다보고 눈을 마주쳐야 하고~ 정말 모든 걸 함께해야 해요. 그래서 온종일 함께 집에 있으면 제가 마음이 답답해져요. 저도 혼자서 조용히 있을 시간이 필요한데 말이죠.”
<사례3>
“저는 킨더에 입학한 5살 남자아이가 있는데, 차터스쿨에 다녀요. 공립학교보다 일주일 먼저 개학을 해서 요즘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는데, 아무래도 온라인 수업이다 보니 아이들이 자유롭게 말을 할 기회가 많지 않아요. 아이들이 손을 들면 선생님이 일일이 기회를 줘야 대답을 할 수 있는 상황인데, 온라인 수업인 데다가 학생 수까지 많으니 아이한테 돌아오는 기회가 프리스쿨 때보다 훨씬 줄었어요. 그런데 그걸 잘 못 참더라고요. 그때마다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거나 울거나 하니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
<사례4>
“제 아이는 곧 공립학교 1학년에 입학할 예정인데, 킨더 때 다른 학교에서 3월부터 두 달간 zoom으로 온라인 수업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제 아이도 자리 차례가 돌아오지 않아서 꽤 속상해했던 것 같아요. 아이가 여러 번 손을 들고 대답하기를 기다리는데, 딱히 손을 드는 다른 아이들이 있는 것도 아닌데 선생님은 다른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기다리더라고요. 그러니 아이로서는 선생님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되어 속이 상한 거죠. 저렇게 발표를 하고 싶어 하는데 좀 시켜주지, 왜 저러나 하는 생각에 저도 좀 서운하더라고요.
그런데 몇 차례 진행되는 수업을 지켜보니, 선생님들이 왜 그러는지 알겠더라고요. 가능한 온라인 수업을 잘 못 따라오는 아이들을 먼저 시키려고 하는 게 보였어요. 제 아이는 그 학교를 오래 다니기도 했고 또 또래보다 빠른 편이라 계속 손을 들 때마다 시키면 다른 아이들에게 기회가 가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아이에게 ‘너는 책도 잘 읽고 수학 문제를 잘 풀잖아. 엄마 생각엔, 선생님이 그걸 알고 다른 아이들한테 기회를 주려고 하는 것 같으니까 네가 이해해 주겠니?”하고 자주 말해줬어요. 그런데 아이가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그래도 속은 상하는 모양이더라고요.
앞에서 주고받은 몇 가지 고민과 질문에서 이미 파악했듯이, 펜데믹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했던 홈스쿨링과 온라인 교육은 하나둘씩 문제점이 불거져 나오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여름 캠프도 온전히 열리지 못한 긴 여름방학이 지나고, 펜데믹 선언 후 약 6개월 만에 각 학교는 2020년~2021년 첫 공식 학기가 시작됨을 알렸다.
아니나 다를까. 개학을 앞두고 미국 학교 학생들의 대거 이동이 시작되었다. 나는 처음에 사립학교의 대면수업을 원하는 가정이 대폭 줄고 공립학교나 차터스쿨의 온라인 수업을 원하는 부모들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그런데 웬걸! 내 예상은 빗나갔다.
전염병이 두려워서 대면 수업을 원하지 않는 부모들은 사립학교에서 공립학교로 아이들을 전학시켰다. 또한, 펜데믹으로 인해 실직하거나 개인 사업에 타격을 받은 부모들은 비싼 학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사립학교에서 공립학교로 아이들을 전학시켜야만 했다.
그런데 반대로 재택근무가 불가능하거나 맞벌이를 해야 하는 부모들은 아이들을 공립학교에서 사립학교로 전학시켰다. 또한, 펜데믹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부모 중에서는 공립학교의 온라인 수업과 학습 진도가 맘에 들지 않아서 사립학교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수업 옵션을 선택하기도 했다. 물론 그 비싼 학비에 맞는 질이 좋은 온라인 수업을 제공한다는 전제로 말이다.
나도 고민을 많이 했다. 사립학교에 남을 것인가 아니면 공립학교로 옮길 것인가. 펜데믹으로 인한 두려움 때문에 결국 공립학교를 선택하긴 했으나, 비싼 학비를 내는 만큼 사립학교에서 제공하는 교육의 질과 다양한 시설 및 혜택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어디든 학비가 비싼 사립학교는 교육환경이 공립학교보다 더 좋다. 교사 1명당 배정되는 학생 수가 10명 이하이며, 각 아이의 개별 학습 능력과 요구사항에 맞추어 레벨별로 교육해준다. 그래서 빠른 아이들은 그에게 맞게 학습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새로운 교육을 소개해 주고, 조금 느린 아이들은 반복 학습을 하면서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돕는다. 공교육이 70~80% 다수의 아이를 위한 교육이라면, 사교육은 상위 10%와 하위 10%의 아이들까지 모두 커버해 주는 맞춤형 교육을 한다. 그래서 많은 부모가 한 달에 천 불 넘게 교육비를 지급해가며 아이들을 사립학교나 사설 프리스쿨에 보낸다.
학비는 프리스쿨 시설과 교육환경에 따라 천 불이 넘는 곳도 있고 천 불이 안 되는 곳도 있으나, 사립학교 프리스쿨의 경우는 천 불이 넘는 곳이 대부분이다. 아이를 많이 낳는 미국의 경우 학비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의 유무 문제와 금전적/경제적인 문제로 꽤 많은 미국 부모가 아이들을 킨더에 보내기 전까지 집에 데리고 있으면서 자체 홈스쿨링을 선택하기도 하며, 일주일에 이삼일 정도 정기적으로 베이비시터나 내니를 고용하기도 한다.
네바다 주 공립학교 개학 바로 전날! 미국은 가을에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다. 그래서 이번 코비드 19 펜데믹 상황에서의 새 학기 시작은 그야말로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새롭게 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은 선생님의 얼굴을 실제로 보지도 못하고 학교 교실에도 가보지 못한 채 집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공부해야만 한다. 이전에 학교 경험을 미리 해 본 아이들은 그래도 학교란 어떤 곳이었는지 잘 알고 있지만, 한 번도 학교에 가보지 못한 어린 킨더 아이들은 온라인 학교, 일명 사이버 학교가 무척 낯설 것이다.
이렇듯 코비드19 펜데믹 상황이 전 세계의 모든 일상을 한순간에 바꿔놓았다. 어렸을 적 헐리우드 SF 영화에서나 보았던 모습이 2020년에 이르러 비로소 현실이 되었다. 세계 핵전쟁 후 밀폐된 공간 안에서 생활해야 하는 미래 인간들의 삶, 또는 이상한 좀비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전파되어 좀비 인간을 피해 조용히 숨어있거나 바이러스가 없는 안전지대로 도망가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이젠 절대 이상하지 않다.
아이들은 온라인 교육 시스템으로 보고 듣고 배우고 시험을 볼 뿐만 아니라, 온라인 미팅을 통해 친구들을 사귀고 대화를 나누고 게임을 한다.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을 돌보느라 온종일 고생한 엄마들은 아이들이 모두 자는 야심한 밤에 컴퓨터 스크린 앞에 앉아 차 한 잔이나 맥주 한 병을 가져다 놓고 친구의 얼굴을 마주 보며 속풀이와 신세한탄을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대화는 아이들 교육 문제에서 시작해서 코로나 시대의 실업 문제와 고용난으로 인한 생필품 공급문제 그리고 미래의 주식 동향까지 다양하다. 아이들의 원격수업으로 시작한 하루는 이렇게 엄마들의 원격 미팅으로 하루가 마감된다.
온라인 개학을 하루 앞두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어쨌든 내일부터 미국 공립학교에서 아이의 1학년 수업이 시작된다. 공립학교의 온라인 수업은 어떻게 진행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