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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진 Jan 21. 2022

미국 공립학교 개학 일주일 전!

공립학교 학생 고유 ID와 이메일 계정 받기

(1) 공립학교 학생의 이메일 계정과 고유 ID 받기




  네바다 주 퍼블릭 스쿨 온라인 수업 개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2020년 8월 17일 월요일이 되자 CCSD (클락 카운티 스쿨 디스트릭트)에서 하루에도 두통씩이메일과 전화 음성메시지가 오기 시작했다.


  온라인 수업을 진행할 준비를 해야 하니 학생들이 집에서 사용할 크롬북(학생용 랩탑)을 각 학교에 신청하고, 학생 개인의 고유 ID 번호이메일 계정을 부여받아 CCSD의 온라인 교육 시스템 CANVAS에 접속하라고 했다.     


   학교 교장선생님의 월요일 뉴스도 곧이어 도착했다. 학생 이메일과 패스워드, 그리고 다양한 온라인 교육 시스템이 제공되니 확인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드디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혼란의 연속이었다.  이때부터 일주일간, 아니 24일 첫 온라인 수업을 받고도 그 시스템에 적응할 때까지 혼란은 지속되었다.      


  그 와중에 아이의 담임선생님과 구글 미팅으로 첫 만남을 가졌다. 온라인 수업 관련 선생님의 프레젠테이션이 길게 이어졌고, 나는 그 미팅에 집중하고 싶었으나 아이와 아이 아빠가 산만하게 이것저것 방해하는 바람에 자세히 듣지 못해서 조금 짜증스러웠다.


  두 사람 덕분에 나는 혼자서 일주일간 컴퓨터를 붙들고 얼마나 헤맸는지 모른다. 선생님의 이메일을 받은 후 오리엔테이션 동영상을 보면서 매뉴얼에서 시키는 대로 아이의 이름과 고유 ID 넘버가 결합된 계정을 만들어 교육청 시스템에 접속하기를 여러 차례, 결국 실패를 거듭하다가 학교 담당자에게 연락을 했다.


  학교 컴퓨터 시스템 담당자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나는 아이가 사립학교를 다니다가 이번에 공립학교로 처음 전학을 왔다는 전후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그 담당자는 원래 킨더 과정에 처음 입학할 때 담임선생님에게 학생 전체의 아이디 넘버와 이메일 계정을 일괄적으로 넘긴다고 했다. 그런데 전학생의 경우는 학교 측에서 교육청에 문의를 해서 새로운 이메일 계정을 받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게 담당자의 설명이었다.  


   이 혼란스러운 과정과 절차를 거친 후 나는 결국 아이의 고유 학생 ID 넘버와 교육청 온라인 교육 시스템에 접속할 아이의 이메일 계정을 받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제 막 6살이 된 아이는 선생님을 처음 만난 날, 잘 쓰지 않던 일기를 썼다.  다행히 아이는 선생님을 좋아했다.     


"오늘 나는 구글 미팅에서 미스 멜라니라는 새 담임선생님을 만났어요. 정말 정말 흥분되었어요. 나는 우리 선생님이 좋아요."


 

            

(2) 온라인 교육을 반대하는 미국 엄마들


  

  코비드 19 바이러스의 세계 대확산으로 2020년 3월 14일(?) 네바다의 학교는 쿼런틴에 들어갔다. 아이가 다니던 몬테소리 사립학교도 전면적인 학교 폐쇄 후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혼란스러운 온라인 교육을 시작했다.     


코비드로 사망한 시신들을 옮기는 모습

     2020년 1월부터 세계를 강타하기 시작한 코비드 19는 결코 가볍게 볼 전염병이 아니었다. 초반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중증으로 치달았으며 며칠 지나지 않아 생명까지 잃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코비드가 퍼지기 시작한 중국은 물론, 최강대국 미국조차도 그 넘쳐나는 시신을 거둘 여력이 없어서 뉴욕과 캘리포니아에서는 병원 앞 도로마다 수많은 냉장트럭을 세워두고 시신을 쌓고 있었다.  

냉장트럭 안에 보관된 시신들


  이 사진은 사실 많이 순화된 모습들이다. 병원 영안실에는 코비드로 사망한 시신들이 넘쳐나서 쌓여 있었고, 냉장트럭도 모자라 길거리에까지 검은색 백에 쌓인 정체 모를 시신들이 여기저기 보일 정도였다.      


  이 상황에서 대형마트에도 안심하고 다닐 수 없었다. 인스타카트를 통해 장보기 서비스를 신청했고, 식당 방문은커녕 불안해서 음식 배달도 시키지 못해 하루 종일 긴 시간 주방 일을 하고 각종 집안일을 하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갔다.


  게다가 학교를 못 가니 슬프고 답답하다고 소리치는 다섯 살 아이와의 씨름은 엄마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모든 걸 버리고 탈출해 버릴까 하다가도 코비드의 위협 때문에 어디든 갈 수도 없다는 사실이 더 절망스러웠다.     


  설상가상으로 3월부터 5월 말 여름방학 전까지 진행된 두 달 간의 온라인 교육은 학생들은 물론 부모들에게도 모두 불만족스러웠다. 갑자기 온라인 교육을 준비해야 하는 학교와 선생님들의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으나, 학교의 노력과는 별개로 비싼 학비를 받아가면서 이 정도 온라인 교육밖에 제공하지 못한다는 안 좋은 소리만 듣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사람들은 전염병으로 죽어가도 쑥쑥 자라나는 아이들은 키워야 하니까 말이다. (2년 전의 상황을 돌아보니 참 비극적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슬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두 달간의 홈스쿨링과 온라인 교육을 통해 다섯 살 아들의 교육 수준을 새삼 잘 알게 되었고, 어떤 과목을 좋아하고 어떤 과목을 별로 안 좋아하는지, 어떤 놀이를 좋아하고, 어떤 과외 활동을 추구하는지, 어떤 학습지가 잘 맞으며, 어떤 책을 좋아하고, 어떤 유투브 방송을 즐겨 보고, 엄마와는 어떻게 놀고, 아빠와는 또 어떻게 노는지 등 다양한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오랫동안 재택근무를 하는 아빠와 하루 종일 부딪치면서 돈독한 정을 쌓아가게 된 것도 참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엄마들에게 가장 힘든 짐은 역시 24시간 완전 가동되는 아이들 돌보기가 아닐까. 그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것은 역시 “distance education” 일명 “온라인 수업”이었다.     


  2020년 3월 중순 펜데믹이 선언된 후, 킨더에 다니던 아이는 5월 여름방학이 시작될 때까지 두 달 조금 넘게 온라인 수업을 받았다. 매일 1시간씩 라이브 러닝(실시간 학습)을 하고, 오후에는 2편의 비디오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는 2주, 혹은 3주마다 선생님들이 준비해서 나눠준 학습지를 숙제로 하고 매일 30분 이상씩 책을 읽었다. 물론 혼자서 순순히 이 모든 것을 성실하게 하는 아이들은 하나도 없다. 결국 엄마의 몫이다.  

   

구글 미팅에서 진행된 공립학교 온라인 수업

   그 결과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 엄마들 사이에서 face to face 대면수업이냐 distance learning 원격수업이냐를 두고 스쿨 디스트릭트(일종의 교육청) 웹페이지에서 격렬하게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론은 온라인 수업이었다.


  공립학교는 전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고, 사립학교는 자체 방역을 철저히 하고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줄이는 조건으로 아이들을 등교시켜 대면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허락되었다.      


공립학교 1학년 미술 수업

   펜데믹 선언 후 3월 중순부터 문을 닫은 공립학교의 선생님들은 그때부터 긴 여름방학까지 카운티 스쿨 디스트릭트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수업 진행 교육을 철저하게 받기 시작했다.



  

  치열한 논쟁 속에서 2020년 8월 24일 월요일부터 네바다 주 공교육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개학 며칠 전부터 매일 CCSD(교육청)와 아이의 학교에서 이메일이 여러 통씩 전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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