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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진 Dec 02. 2021

펜데믹에 대처하는
미국 공립학교의 개학 준비

온라인 미팅 오리엔테이션, 매주 월요일 교장선생님의 이메일 메시지


담임선생님의 이메일 



  아이의 담임이 누굴까 궁금하던 차에 며칠 후 아이의 담임선생님이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이메일을 받고는 아이와 함께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선생님의 사진을 찾아보았으나, 선생님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만 나와 있을 뿐 그 외 사진이나 다른 정보는 없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담임선생님이 운영했던 홈페이지가 검색되었다. 홈페이지 사진을 보니, 아이가 좋아하는 긴 금발 머리에 키가 크고 미소가 아름다운 여자 선생님이었다. 당시 막 6살이 된 아이는 엄마처럼 머리가 길고 항상 웃는 얼굴의 여자 선생님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몰라도 아이에게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사랑스럽다. 더 말할 것도 없이 내게도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예쁘고 사랑스럽다.

      

  나는 아이에게 얼른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선생님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활짝 웃고 있는 예쁜 선생님을 보더니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와, 우리 아들 좋겠네. 머리도 길고 웃는 모습도 예쁘고 정말 착하고 좋은 선생님일 것 같아.”     


  그러자 아이가 내 휴대폰을 가져가서 선생님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말한다.     


  “엄마, 나 선생님 허그(hug) 하고 싶어.”     


  이중언어를 하는 아이는 이렇게 한국어를 하면서도 중간중간 영어를 섞는다. 아무튼, 아이는 엄마의 전화기를 가만히 품에 안고는 좋아했다. 아직도 이렇게 아기 같은데, 막 여섯 살이 된 이 녀석이 초등학교 1학년 생활을 잘할 수 있을까 은근히 걱정도 되었다. 엄마에게 자식은 이렇듯 언제나 어리고 연약하게 보인다.     


  “이제 우리 데이비드도 유치원생이 아니라 1학년 형이니까, 자기 준비물은 스스로 잘 준비해야겠지?”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고 이메일을 보여주었다. 아이는 한글책은 더듬더듬 읽지만, 영어책은 잘 읽는다. 간혹 어려운 단어는 모를 때도 있지만, 문맥은 대체로 정확하게 이해하는 편이다. 아이는 선생님에게서 온 이메일을 눈으로 훑기 시작했다.



  선생님의 이메일은 크게 1. 선생님 자기소개, 2. 온라인 미팅으로 이루어지는 오리엔테이션 일정, 3. 학교 수업에 필요한 준비물, 4. 학생 정보 온라인 입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선생님이 학생과 가족들에게 학력, 경력, 가족, 취미생활 등 자기소개를 비교적 세세히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이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2000년을 전후로 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나의 경우를 돌이켜보더라도 당시 한국의 학교 선생님들은 자신의 개인사를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던 거로 기억된다.     



                    

  다음으로 인상적인 것은 학생 정보 온라인 입력 항목이었다. 이 사진들에서도 보이듯이 꽤 많은 항목에 아이에 관한 정보를 넣어야 한다. 



  아이가 어떻게 해야 학습에 잘 참여하는지, 아이가 어떤 상벌에 반응을 잘 보이는지, 아이를 위해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아이의 강점이 무엇인지 등 교육과 학습에 관련된 질문은 기본으로 들어가 있다. 












  그리고 다양한 문화를 가진 인종과 민족이 사는 미국이기 때문에 물어보는 내용 역시 이와 관련된 항목들도 꽤 있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아이가 기념하지 않는 국경일이 있는지, 집에서 영어 외에 사용하는 다른 언어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마지막으로, Distance Learning (온라인 교육 시스템)에 대해 학부모와 아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묻는 항목도 있다.      


  참고로 미국 공립학교에서는 학기가 끝나고 다음 학년으로 올라갈 때 아이 선생님이 누가 되었으면 좋겠는지 1, 2, 3 순위까지 정해서 알려달라는 내용의 공식적인 이메일을 보낸다. 내 아이의 경우는 다른 학교에서 전학을 왔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없이 바로 배정을 받았다.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


   

  개학을 앞두고 매주 월요일마다 교장 선생님의 훈화(?) 또는 말씀이 이메일로 전달되기 시작했다. 


  미국 공립학교에서는 교장 선생님의 역할이 매우 크다. 학교의 모든 행정과 살림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언제나 바쁘다.      

    

  한국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경험해 온 교장 선생님은 곧 은퇴를 앞둔 나이 지긋한 분들이며, 아침 조회시간에 지루한 훈화 말씀을 하거나 교장실에 근엄하게 앉아서 서류 결재를 하거나 돋보기를 끼고 책을 읽는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요즘 한국 공립학교 교장 선생님들은 예전과 다소 분위기가 다를 수도 있겠다.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었으니 말이다.     


  모든 학교가 그런 것은 아니나, 내가 사는 지역의 미국 공립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들은 비교적 젊고 활기차며 자신감 있어 보이고 매우 친절하다. 아무튼, 나는 젊고 자신감에 넘치는 친절한 교장 선생님이 마음에 들었다.    

          

  교장 선생님이 주도하는 오리엔테이션은 8월 13일에, 담임선생님의 오리엔테이션은 8월 17일에 있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우리 가족은 8월 13일에 1시간 30분 거리의 Lee Canyon의 한 부분, 마운틴 찰스턴 캠핑장에 다녀오느라 교장 선생님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지 못했다. 



     며칠 후 담임선생님으로부터 8월 17일 월요일의 오리엔테이션을 잊지 말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온라인 디스턴스 러닝 시스템 가동을 앞두고 미국 전역이, 네바다 주가, 그리고 여기 라스베가스 클락 카운티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같은 날 교장 선생님이 오리엔테이션 영상을 모두 녹화한 비디오 링크를 담아 이메일을 보냈다. 


  이만하면 공립학교 온라인 수업 시스템은 훌륭하다고 할 수 있겠다. 감탄에 또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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