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열한 공방전, 홈스쿨링 VS 온라인 수업 VS 대면수업 -
2020년 지난해 여름방학은 코비드19 펜데믹으로 인해 특별했다. 3월 중순부터 미국 전역의 공립학교가 문을 닫았고, 미국 역사상 최초로, 어쩌면 세계 역사상 거의 최초일 수도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수업이 진행되었기에 여름방학조차도 그저 전염병으로부터의 도피, 사회적 거리두기의 연장선이었다.
펜데믹 선언이 되었더라도 5살 킨더 아이에게 여름방학은 내내 신나는 나날이었다. 펜데믹 상황이 가정에서의 아이양육을 더 힘들게는 만들었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아빠와 친해질 기회가 생겼기 때문에 나름 의미는 있었다. 아이는 엄마와 매일 집 뒤뜰에서 수영을 했고, 만들고, 오리고, 그리고, 붙이고, 책을 읽고, 텔레비전을 봤다. 그러다가 해질 무렵 수영장에 그늘이 지면 또 물속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여름방학이 하루하루 지나갔다.
아이는 친한 친구 둘과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나서 함께 놀았고, 가끔 몬테소리 학교에서 같은 반이었던 베스트 프렌드 게빈과 쥼(zoom) 미팅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6살도 안된 5살의 어린 킨더 아이가 친구와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영상 속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것은 여전히 어색하고 힘든 일이었다. 곧 7살이 될 게빈이 1년이나 어린 선우보다는 좀 더 성숙했지만, 역시 쥼 미팅으로 플레이를 하기에는 둘 모두 여전히 어리고 미숙했다.
그 와중에 아이는 1학년 학습지를 거의 완벽하게 끝냈고, 책도 많이 읽었으며, 밀려 있던 다른 몇 가지 스템(stem) 교육 학습지와 어린이용 지오그래피(geography) 책을 끝냈다. 그리고 혹시 내가 홈스쿨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아이를 위한 학습지와 챕터 북들 그리고 여러가지 책들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이 사진들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미국 학부모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학습지들을 몇 가지 뽑아본 것이니, 혹시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란다.
그런데 이때까지도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아이를 위한 글쓰기 교육이었다. 문제집만 잘 풀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었다. 미리 언급하지만, 나중에 아이가 다닐 공립학교 글쓰기 교육은 정말 프로그램이 좋다. 아이의 글쓰기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음을 하루하루가 다르게 체감하고 있는 중이다.
2020년 7월말, 몬테소리 스쿨에서 다음 학기 등록을 할 것인지 최종 판단을 내리라는 이메일과 학교 서류들을 집으로 보내왔다. 펜데믹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남편은 별 고민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는 신념이 확고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별로 혜택도 없는 사립학교 온라인 수업은 비싼 학비만 낭비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고민이 많았다.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고 홈스쿨링을 하게 된다면 집안일은 물론 아이의 교육과 육아까지 하루 24시간 온전히 떠맡아야 한다. 전면 재택근무를 하게 된 남편이 내게 맡겨진 일을 조금이라도 분담하지 않는다면 나는 정말 사면초가에 빠지게 될 일이었다. 매일 규칙적으로 글도 써야 하고, 새로 시작한 공부도 다음 한 학기동안 마쳐야 했다. 대체 내 일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나? 하루 종일 아빠보다는 엄마 옆에만 찰싹 붙어있는 아이를 어떻게 떼어내고 내 일을 한단 말인가.
몬테소리 스쿨에 연락을 하니 온라인 수업은 제공하지 않고 100프로 대면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신 한 반에 수용해야 할 아이들 수를 줄이고, 실내에서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며, 방역을 더 강화하고, 더 이상 학교 안으로 부모들을 포함하여 외부인은 전혀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여행을 다녀오거나 다른 주에서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여 건강에 이상이 있는 학생은 무조건 2주간 격리를 시키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도 나는 안심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다른 아이들의 부모들이 재택근무를 하지 않고 사업을 하거나 직장에 나간다면 결코 그 아이들도 안전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이 때까지도 공립학교는 대면수업이냐 온라인수업이냐를 두고 공방전을 벌이고 있었다. 만약 공립학교에서마저 대면수업을 하겠다고 하면 우리 부부는 정말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홈스쿨링을 해야 할 판이었다. 그런데 나는 정말 아이를 학교에는 보낼 자신이 없었다. 우리 부부는 둘 다 재택근무를 하는데 아이만 사지로 보내놓고 어찌 안심하며 아이를 기다릴 수 있겠는가.
여러 고민들로 나는 머리가 터져나갈 지경이었다. 1학년은 반드시 공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어디든 아이를 입학시켜야 했다. 홈스쿨링을 하려면 관련 서류를 스쿨 디스트릭트 (교육부 내지는 교육청)에 다 내야하고, 수업계획서와 일정, 그리고 부모가 영어 원어민이 아닌 경우에는 일주일에 두 시간 정도는 반드시 영어 원어민 선생님과의 미팅이 필요했다. 그것까지 증명을 모두 해야만 홈스쿨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스쿨 디스트릭트 홈페이지에 들어가 홈스쿨링 조건과 제출 서류를 찾아 해석하고, 다른 사이트들을 통해 홈스쿨링 서류의 예를 찾고, 부모들의 홈스쿨링 경험담을 읽고 보면서 나는 점점 더 나락에 빠져들고 있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공립학교의 온라인 수업도 백퍼센트 믿고 맡기기에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미국 전역에서 펜데믹으로 인한 전면 온라인 수업은 정말 처음이기 때문에 얼마나 잘 수행될지는 미지수였다. 개인의 행복과 자유를 추구하는 미국 학부모들은 너무도 자명하게 학교는 오픈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었다. 공립학교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돌아가는 이상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과 성적 향상, 그리고 부모들의 일상과 근무상황까지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상황에서 나는 교육청 홈페이지에서 격렬하게 논쟁하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제발 100프로 온라인 수업으로 결정 나라고 기도하고 또 기도하고 또 빌었다.
홈스쿨링은 정말 자신이 없었다. 더욱이 미국에서는 말이다. 남편은 이참에 미국 초등학교 교사 자격증 과정을 온라인으로 들으면서 따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위해 홈스쿨링을 하는 것은 어떻겠냐고 적극 권유했다. 그러나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아이 홈스쿨링을 해가면서 미국 초등학교 교사 자격증 과정까지 듣고 수료하고 시험을 보고 하면서 내 노력을 완전히 아이에게 쏟아 붓고 싶지는 않았다. 이 문제로 아이를 재워놓고 남편과 밤마다 격렬하게 논쟁을 벌였고 나는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어서 입이 바짝바짝 타 들어갔다.
얼마 후 네바다 전체 공립학교는 전면 원격 수업을 제공한다는 결정이 났다.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 이후로 8월에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한 코비드 확진으로 개학이 계속 미뤄지고 있던 차였다. 사립학교는 선생님 대비 학생 수가 비교적 적고 학교 시설이 좋기 때문에 방역을 철저하게 한다는 전제 하에 주정부와 시 그리고 교육부의 관리 감독 아래 대면수업이 허용되었다. 우리 부부는 만약을 대비하여 아이를 몬테소리 학교에 보내지 않고, 공립학교로 전학시키기로 결정했다.
나는 집 근처 공립학교에 등록을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은 네바다에서 그래도 비교적 학군이 좋은 편에 속한다. 네바다 전체 공립학교 중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초등학교가 많기 때문에 크게 고민하지 않고 아이를 등록시켰다. 물론 학비가 비싼 사립학교 교육 수준과 진도를 따라갈 수는 없으나, 좋은 학군의 공립학교에서는 학교의 명성과 부모들의 생활수준 및 교육수준에 발맞추기 위해 나름 노력을 많이 한다. 물론 아이가 아직 공립학교 교육을 본격적으로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장담할 수는 없으나, 그저 학교 명성과 학군을 믿고 아이를 보내기로 했다. 그렇게 여름방학이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