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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진 Oct 21. 2023

팬데믹에 대처하는 미국 유치원생

- 미국 사립학교 학습지 살펴보기 - 


미국 공교육 준비는 독서의 일상화!


  

   2019년 11월 초, 중국발 코비드 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기 바로 직전이었다. 아이가 막 5살이 되던 그 해 여름방학에는 바쁜 일이 생겨 매년 가던 한국을 못 갔었다. 그래서인지 양가 부모님께서 아이가 보고 싶다며 꼭 한 번 오라고 연락을 주셨다. 오랫동안 요양병원에 계신 시어머님도 건강이 더 나빠지셔서 그나마 기억이 남아 있을 때 막내 손자를 꼭 한 번 보여드려야 하지 않나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래서 아이 할머니의 건강이 위독하시어 11월 한 달간 미국 추수감사절 휴가 한 주를 끼고 한국에 다녀와야 한다고 학교 교장선생님과 킨더 담임선생님 그리고 오피스에 공식 레터를 보냈다. 레터를 전달하면서 12월 첫째 주까지 학교 수업을 빠져야 하니 아이 학습 진도에 필요한 숙제나 학습지를 내 달라고 부탁했는데, 이미 아이는 진도를 다 뺐고 더 할 것도 없으니 책이나 읽히라며 잘 다녀오라는 인사만 받았다.


   아이가 몬테소리 사립학교에서 킨더 과정을 다닐 때까지만 하더라도 학교에서 뭘 배우는지,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지, 집에서 뭘 시켜야 하는지 잘 몰랐다. 집에서 하는 거라곤 저녁마다 1시간씩 아이와 함께 한글책 한 권과 영어책 한 권씩을 읽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었다. 평일이든 주말이든 우리는 매일 저녁 책을 함께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일상이고 세상 공부였다. 



(좌) 매직 트리하우스 오리지널 시리즈 (1, 2학년 수준)             /              (우) 매직 트리하우스 멀린 미션 시리즈 (2, 3학년 수준)



   아이가 다섯 살이 되어 프리스쿨 과정에서 킨더 과정으로 입학하자마자 학교에서는 아이에게 매직트리하우스 챕터북을 읽히기 시작했다. 아이는 매직트리하우스 외에도 드래곤 마스터스라는 챕터북을 무척 좋아했는데, 선생님은 아이의 어휘력이 좋아서 매직트리하우스 외에도 아이가 원하는 책이라면 아무 거나 읽고 싶은 대로 다 읽어도 된다고 제안을 했다. 이렇게 책 읽기 외에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만큼 독서가 아이들에게 무척 중요하다는 의미다. 

      

드래곤 마스터스 시리즈 (1, 2학년 수준)




수학 공부? 언어가 먼저, 숫자 세기부터 차근차근



   아이는 아기 때부터 평소 엄마와의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수를 세는 말을 익혔다. 예를 들어 "데이비드, 과자 몇 개 먹고 싶어? 이 통에는 1개가 있고, 저 통에는 2개가 있어. 네가 원하는 과자통을 골라."라고 하면 말 못 하는 아이는 눈을 크게 굴리며 당연히 2개가 담긴 과자통을 골라서 먹었다. 숫자를 모르는 아기들도 많고 적음은 안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말을 떼면서부터 수를 세면서 과자나 딸기를 먹거나 뒤뜰에서 조약돌을 가지고 놀 때도 수를 세면서 놀기도 했다. 뒷마당에 잔디와 나무도 있고 정원 주변으로 자갈까지 깔아놓아서 아이가 생활 속에서 직접 자연을 접하며 수 세기 놀이를 하기엔 좋은 환경이었다. 

 




   그런데 뒷마당이 없더라도 집안에서 수 세기 놀이를 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사과나 포도알을 이용해도 되고, 위의 사진에서처럼 그림 카드를 이용해서 숫자 세기 놀이도 해도 된다. 그 후 아이는 2살 무렵엔 일, 이, 삼, 사 외에 하나, 둘, 셋, 넷이라는 수 세기를 놀면서 익혔고, 자연스럽게 1에서 10까지 읽고 구분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우리는 가정에서 모든 대화를 영어가 아닌 한국말로 하기 때문에 아이와 이루어지는 모든 의사소통은 한국어가 기준이었다. 그러다가 아이가 3살 때 몬테소리 사립학교의 프리킨더 과정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영어를 배웠는데, 1년 후 4세가 된 아이는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고, 학교에서 네 자리 덧셈과 뺄셈을 해 오더니 나중엔 곱셈을 해 오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아이가 처음에 영어를 잘 못할 때는 셈을 잘하는 줄 몰랐는데, 아이가 영어를 알아듣고 유창하게 말을 하면서 수학적 이해가 빠르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그 후 아이는 선생님이 가르치는 대로 스펀지처럼 쏙쏙 받아들였고, 매일 새로운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몬테소리 학교 프리스쿨 과정에 있던 3살 데이비드의 숫자 공부 - (좌) 모래 위에 숫자 쓰기, (우) 숫자 판 채워 넣기


   그런데 개인적인 견해로, 타고난 영재가 아닌 이상 곱셈과 나눗셈은 일반 4세 아이에게는 좀 이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학교에서 하는 건 그대로 두고, 집에서 아이와 함께 Hundred board와 Thousand board를 직접 만들어서 1부터 100, 그리고 그 이상의 천 단위의 숫자를 읽는 방법만 알려주곤 했다. 



(좌) 시중에 판매 중인 Hundred Board                                   (우)  아이가 직접 써서 만든 홈메이드 숫자 판




   그 후 5세가 되어 킨더 과정에 입학한 아이는 네 자리 곱셈도 해 오고 나눗셈까지 해왔다. 그래서 이상하다 싶어 구구단을 시켜보니 잘하지는 못했다. 다만 학교에서 곱셈과 나눗셈의 개념 및 원리를 배우면서 3, 6, 9, 12의 순서로 3씩 건너뛰는 방식으로 곱셈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킨더 아이에게 덧셈과 뺄셈 연산만 복습을 시켰고, 꾸준히 한글과 영어로 숫자 읽는 방법만 알려주었다. 이때부터 아이는 두 언어로 one(일, 하나), ten(십, 열), hundred(백), thousant(천), ten-thousand(만), hundred-thousand(십만), million(백만)까지 유창하게 읽을 줄 알게 되었다.  지금도 나는 아이에게 수학보다는 언어 발달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언어가 잘 발달된 아이는 나중에 수리 능력도 잘 발달한다. 

   






2020년 3월, 팬데믹 이후 미국 유치원생의 홈스쿨링



   2019년 12월 7일 한국 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오자마자 12월 8일 중국 우한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환자가 나왔고 그 원인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것이 밝혀졌다. 2020년 1월에는 한국에서도 코비드 19가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리고 2020년 3월 코비드 19는 미국 뉴욕과 캘리포니아 주는 물론, 네바다 주와 미국 전체에 급속도로 확산되어 학교는 문을 닫았다. 


   그 후 학교에서는 온라인 수업을 한다고 매일 45분씩 줌 미팅으로 라이브 수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두 주에 한 번씩 꽤 많은 양의 학습 유인물을 과제로 내주었고, 각 학생의 레벨에 맞게 phonics (포닉스) 학습지 책을 따로 주면서 매일 규칙적으로 시키라고 했다. 


Pre-K와 Kinder 과정의 학생들을 위한 포닉스 워크북 시리즈



   Pre-K와 킨더 과정의 학생들은 위의 프라이머리 포닉스 워크북 중 하나를 받았으며, 킨더 과정에서 학습 진행이 비교적 빠른 학생이나 초등학교 과정에 있는 학생들은 아래의 Explode The Code 포닉스 워크북 중 하나를 받았다. 일반적으로 학습지 레벨을 의미하는 숫자 1, 2, 3, 4는 학년을 의미하는데, 레벨 1은 킨더에서 1학년, 레벨 2는 1학년에서 2학년, 레벨 3은 2학년에서 3학년 과정을, 레벨 4는 3학년에서 4학년 과정을 의미한다.



(좌) 1, 2, 3 학년용 포닉스 워크북 시리즈                                (우) 4, 5, 6 학년용 포닉스 워크북 시리즈


   나는 선생님이 나눠준 종이 유인물을 하루 분량씩 고루고루 쪼개어 스테이플러로 찍고 매일 규칙적으로 아이에게 풀게 했다. 그리고 당시 킨더 과정에 다니고 있던 아이는 꾸준히 이중언어를 구사하고 있는 덕분에 언어 발달이 비교적 빨라서 레벨 4의 워크북을 받아 집에서 매일 2 페이지씩 공부했다. 위의 학습지 중 오른쪽 사진의 레벨 5, 6, 7, 8의 워크북 시리즈는 일반적으로 4학년에서 6학년 학생들을 위한 것인데, 언어 이해가 빠르고 독서량이 많은 2, 3학년 학생들도 충분히 풀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아이는 오전 10시부터 하루 45분의 라이브 수업을 받았고, 좀 쉬었다가 다시 45분 동안 학습 유인물과 포닉스 워크북을 하고 점심을 먹었다. 점심식사 후에는 아이가 원하는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선생님이 파일로 보내 준 20분짜리 비디오를 보면서 지오그래피와 STEM 학습을 했다. 그 후 45분 정도는 학교에 가지 않는 동안 집에서 시키려고 사놓은 STEM 워크북과 지오그래피 워크북을 했다. 


아마존 사이트에 올려진 리뷰를 읽고 선택한 (좌) 킨더 과정의 STEM 워크북과  (우) 1,2학년 과정의 Geography 워크북



   다행히 아이는 수월하게 잘 따라왔다. 그리고 팬데믹 동안 집에서 홈스쿨링을 시키면서 새롭게 안 사실은, 아이가 몬테소리 스쿨을 다니는 동안 다양한 교과목에 걸쳐 이미 1, 2학년 과정을 다 뗀 상태라는 것이었다. 어쩐지 워크북을 빠르게 소화해 낸다 싶었다. 특히 아이는 위의 STEM 워크북과 Geography 워크북을 굉장히 재미있어해서 이 두 워크북을 한 달도 채 안되어 모두 끝냈다. 책이 그렇게 두껍지 않고, 재미있는 내용과 그림이 알기 쉽고 적절하게 잘 어우러진 워크북이었다.  그렇게 4월이 지나고 5월이 되었다. 


   2020년 5월, 펜데믹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가고 있는 이 상황에서 나는 다섯 살 아이와 3개월의 긴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8월부터 정식으로 초등학교 1학년이 될 아이를 위한, 미국 초등학교 준비는 다음 화에서 이야기해 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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