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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진 Oct 22. 2023

팬데믹이 남긴 상처,
스스로 삶을 마감한 9살 아이

-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우리 아이들 -


2020년 11월 10일 화요일



  3년 전 초등학교 1학년이던 아이는 구글 미팅 앱으로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었다. 맞은편에 앉아 아이가 온라인 수업에 잘 참여하고 있는지 지켜보며 글을 쓰고 있던 나는 방금전 학교 교장선생님이 보낸 이메일을 확인했다. 이메일을 읽자마자 나는 먹은 것도 없는데 주먹만한 돌덩이가 턱 하니 명치를 막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곧바로 휴대폰 텍스트에 또다른 알림 신호가 떴다. 9살,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그 짧은 삶을 마감했다는 내용이었다. 


  온라인 수업을 하던 아이의 담임선생님도 그 소식을 접했는지 순식간에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커다란 모니터 안으로 보이는 그녀의 얼굴 표정을 통해 그 먹먹한 마음이 내게 바로 전달되는 듯했다. 두 아들을 키워 막 대학에 보낸 담임 선생님도, 얼마 전 6살이 된 초등 1학년 아이를 키우고 있던 나도 아마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담임 선생님의 눈에 눈물이 맺혔고 코끝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선생님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음을 아이들은 알아차렸을까? 


Dear School Families:  친애하는 학교 가족 여러분, 


It is with deep sympathy that I inform you of the recent passing of one of our students. It is never easy to lose a valuable life, especially at a young age and we will truly remember this student as part of our School Family. Out of respect for this child's family, we will not be releasing the identity of the student at this time. 

최근 우리 학생 중 한 명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드리게 되어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특히 어린 나이에 소중한 생명을 잃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우리는 이 학생을 학교 가족의 일원으로 진심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이 아이의 가족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현재로서는 학생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을 것입니다.


Please monitor any signs of grief of behavioral changes in your child as this loss may affect them in unexpected ways as well as keep your lines of communication open with them. It is important to be honest with your child and allow him/her to express feelings of disbelief, anger and/or grief. Reassure your child that there is always someone with whom they can talk with and that these feelings are normal. If you believe that your child is struggling with grief, the following services are available.  

자녀의 행동 변화에 대한 슬픔의 징후가 있는지 모니터링하십시오. 이러한 상실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자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자녀와 의사소통의 통로를 열어 두십시오. 자녀에게 솔직하게 대하고 자녀가 불신, 분노, 슬픔의 감정을 표현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감정들은 정상적이고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항상 있다는 것을 자녀에게 알려 안심시키십시오. 귀하의 자녀가 슬픔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다음과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Mobile Crisis Response Team :  모바일 위기대응팀 :

This Team can provide free assistance 24 hours a day, 7 days a week in-person or virtual counseling. 이 팀은 하루 24시간, 주 7일 직접 방문 또는 가상 상담으로 무료 지원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Crisis Response Counseling : 위기대응 상담 :

Call the school. CCSD Crisis Response counselors will be available for in-person appointments at School or virtual appointments on Thursday, November 12th and Friday, November 13th. Please call the office to schedule. 학교에 전화하세요. CCSD 위기 대응 상담사는 11월 12일 목요일과 11월 13일 금요일에 학교에서 직접 약속을 잡거나 가상 약속을 통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일정을 잡으려면 사무실로 전화하세요.


If you have any concerns or questions about your child, please contact the school.

Thank you.

자녀에 대해 우려 사항이나 질문이 있는 경우 학교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며칠 후 PTA (Parents and Teachers Association) 관계자로부터 또 다른 이메일을 받았다. 아이의 장례를 치룰 형편이 못되는 그 가족을 위해 도네이션 사이트가 열렸다는 내용이었다. 그 아이가 어떤 상황에 처해졌는지 굳이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세계적인 펜데믹으로 어른, 아이 할 것없이 모두 힘들고 우울한 상황이었다. 부모의 경제적 어려움은 바로 그 가족 전체의 위기로 이어진다. 그 위기로 부모가 정신적인 고통을 겪게 되면 여리고 약한 우리 아이들은 그 이상으로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그날 밤 나는 아이를 재우고 나와 랩탑을 켜고 도네이션 사이트에 들어갔다. 손등으로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했다.  


  펜데믹 이래로 몇년 간 많은 일이 있었기에 그 아이의 죽음이 까마득하게 느껴질 줄 알았다. 그런데 이리 또 눈물이 나고 마음이 아픈 걸 보니 그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모양이다. 자식을 키우는 엄마라 그런지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지난 5월 초등학교 3학년을 졸업하고 8월에 4학년이 된 내 아이는 이제 9살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스트레스를 전이시키지 말자. 아이들은 자신의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에 아직 많이 미숙하다. 그러니 우리 어른들이 미숙한 아이들을 보듬어주고 사랑해주고 잘 이끌어주어야 한다. 그런데 만약 우리 어른들도 힘이 들면, 그때는 아이들을 괴롭힐 것이 아니라 주저하지 말고 학교에, 이웃에, 사회에, 국가에 도움을 청하자. 그래야 우리가 살 수 있다. 그래야 우리의 작고 어린 아이들이 살 수 있다. 그렇게 작고 어린, 고작 9살 난 아이가 자살을 선택하기까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사랑하자, 우리 자신을. 사랑하자, 우리 아이를. 사랑하자, 우리 모두를. 마음 속으로 나는 계속 이 말들을 되뇌고 또 되뇌었다. 그렇게 밤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이 밝아왔다.




미국에서 5번째로 큰 교육구 학생 자살 증가



   라스베가스 클락 카운티 교육구는 미국에서 다섯번째로 큰 지역 교육구이다. 펜데믹 전년도에는 이 지역구에서 9명의 학생이 자살을 했지만, 펜데믹 후 9개월 동안 19명의 학생이 자살을 했다. 카운티 교육구는 사망과 원격 학습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2020년 3월에서 6월 석달 간 6명의 학생이 자살을 했고, 같은해 7월부터 12월 5개월간 12명의 학생이 더 사망했다는 것은 분명 심각한 문제였다. 따라서 Clark 카운티 이사회는 학생들의 사회적, 정서적 건강을 언급하면서 2021년 1월 14일 회의에서 원격 학습이 아닌, 대면 학습을 위해 학생들을 학교로 다시 데려오기로 만장일치로 투표했다.


  2020년 3월 이후 네바다 주의 학부모들은 연방정부와 주정부를 대상으로 우리 아이의 미래를 위해 대면 수업(classes in person / face-to-face learning)을 할 것인가 아니면 원격교육(distance learning / online learning)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할 것인가를 두고 거센 논쟁을 해 왔다. 이런 논쟁은 비단 네바다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뉴욕에서도, 캘리포니아에서도, 유타에서도, 미국 전체가 이러한 논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팬데믹 선언 이후 텅 빈 미국 학교 교실>

   2021년 1월 봄 학기부터 학교를 개방할 것인가 아니면 원격교육을 지속할 것인가를 두고 네바다 클락카운티 교육당국(CCSD)은 학부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나는 지난해 10월에 일찌감치 설문조사에 응했고, 당연히 전면 원격교육을 원한다고 의견을 남겼다. 

 

   1월이면 한창 독감이 기승을 부리는 시기이기도 하거니와 코비드 19 환자 및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일 따위는 절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부모는 둘 다 재택근무 중인데 6살 아이를 전염병이 창궐하는 바깥으로 어찌 내보낼 수 있겠는가.               


   네바다 클락 카운티 교육당국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학부모들에게 제기된 옵션은 3가지다.     

 

  선택 1 - 일주일에 2일 대면 수업, 3일 원격교육

  선택 2 - 농촌학교와 소규모 도시학교는 풀타임 대면 수업

  선택 3 - 주 5일 전면 원격 교육          


<수업교재를 받으러 4주에 한 번 학교 가는 날>

   나의 선택은 세번째 옵션인 주 5일 전면 원격교육이었다. 아이는 현재 온라인 교육에 잘 적응하고 있었고, 온라인 라이브 수업이 끝난 후 두어 명의 친구들과 온라인에 남아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슬라이드를 만들어 서로 주고받고 그림도 그리면서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나름 교우 활동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업교재를 받으러 4주에 한 번 학교에 가는 것도 이제는 전혀 이상하지 않았고, 아이도 이러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2020년 11월 10일까지 행해진 설문조사 결과는 내 관점에서 본다면 의외였다. 아무리 개인의 행복과 자유가 중시되는 미국이라고 해도, 당연히 주 5일 전면 원격교육을 선택한 비율이 높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약 59퍼센트가 주 2일 등교에 주 3일 원격교육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택했고, 41퍼센트가 주 5일 전면 원격교육을 선택했다. 이렇게 약 60%의 부모가 학교 대면수업을 원했다.      


  그러던 중 11월 이후 팬데믹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고 설문조사 마감은 11월 20일로 연장되었다. 네바다 클락카운티 교육당국 이사회에서도 현재 미 전역은 물론 네바다 주민의 건강 데이터가 좋지 않기 때문에 결정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왜냐하면 팬데믹 상황의 악화는 고려하지 않고 원격교육이 실망스러운 일부 학부모들이나, 집에서 한 학기 이상 온라인 수업을 받으면서 거의 고립되다시피 지내고 있는 아이들을 돌보기가 어려운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학부모들이 어쩔 수 없이 하이브리드 교육을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원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혼자 노는 아이>

   어쩔 수 없이 2021년 1월 봄 학기에도 많은 공립학교들이 문을 열지 못하고 전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이 클락카운티의 아이들 스무 명 이상이 죽음을 선택했고, 그중 가장 나이가 어린 9살 아이는 바로 내 아이가 다니는 공립학교 3학년 학생이었다. 충격이었다. 이 소식을 접하자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졌다. 내 아이가 원격교육 환경에 적응을 잘하고 있다고 해서 다른 아이들도 모두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는 순간이었다.                



  결국 네바다 클락카운티 교육당국은 2021년 3월 1일부터 공립학교의 하이브리드 교육을 시행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일주일에 두 번, 그것도 하루 3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는 등교이지만, 하이브리드 교육은 전염병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키면서 아이들의 심리적 고립 상태를 해소시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학교로 복귀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처럼 100% 온라인 수업을 선택하는 학부모들도 많을 것이다. 하이브리드 교육 옵션은 불가피한 사정으로 일주일에 두 번이라도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밖에 없는 가정을 위한 선택이다.      


<하이브리드 교육 플랜 설명회>

https://www.fox5vegas.com/coronavirus/ccsd-superintendent-talks-challenges-of-hybrid-learning/article_6ab4a5f2-b6aa-11ea-aad0-2be3592ef183.html          





  팬데믹의 영향으로 형편이 어렵게 된 가정의 아이들은 부모들의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내면화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학교에도 못 가고 집에서만 고립되어 자신의 상황을 비관만 하다가 괴로워서 죽음을 선택하는 아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극단적인 경우,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 가정에서 부모의 학대나 형제간의 다툼과 분노 폭발로 비극적인 상황에 처하는 경우도 있다. 이 시대의 가장 큰 피해자는 누가 뭐라 해도 우리 아이들임에 틀림없다. (https://www.bbc.com/korean/521705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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