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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종문 Jun 10. 2023

인삼수경재배의 시작

인삼수경재배기술의 시

인삼수경재배의 시작



요즘 1년생 또는 2년생 인삼을 수경으로 재배한 새싹삼을 많이 접하게 된다.


나는 2012년부터 수경인삼을 재배하고 있다.


재배기술은 2011년부터 준비해서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에서 [청정 수삼 및 인삼 엽 생산 방법]이라는 특허를 기술이전을 받아서 확립했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수경으로 인삼을 재배해 왔고 이번에 상품화된 인삼을 출시하게 되었다.


우려되는 점은 우리가 수경 재배한 인삼이 새싹삼과 동일하게 인식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나도 여러 경로를 통해 이야기를 했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냥 인삼이고 그 이상의 관심은 없다.


그래서 새싹삼과 수경인삼의 공통적인 재배방법인 인삼수경재배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확인해보려고 한다.



우리가 농촌진흥청에 기술이전을 받은 특허는  2가지다.


[청정 수삼 및 인삼 엽 생산 방법]과 [인삼의 세대촉진 및 개화조절 방법]이라는 것으로 2008년 6월 27일 출원이 되어 2010년 5월 14일과 6월 1일에 등록이 완료된 기술이다.


2011년 "청정인삼 연중 고속생산기술 개발 및 산업화"에 기여한 공로로 장관표창을 받을 정도로 큰 성과를 얻은 기술이었다.


2011년 등록완료되기 전에 전국 26곳에 기술이전이 되고 24,930m 2가 재배될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이 기술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경으로 1년생 인삼을 2년생으로 재배하고, 2년생 인삼을 3년생으로, 3년생 인삼을 4년생으로 재배하는 기존 인삼재배방법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인삼수경재배기술은 연작장해로 인삼 품질저하, 많은 식물보호제 살포로 인한 낮은 친환경 생산율, 높은 생산비와 낮은 기계화율로 인한 재배면적 감소 등 인삼산업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 기술이 개발되어 빠르게 산업화되면서 발생했다.


인삼은 농산물 중에 [인삼산업법]이라는 별도의 법령이 있는 작물이다.


[인삼산업법]에는 인삼을 재배하는 방법에 대한 기준이 정해져 있고, 이 기준을 따르지 않으면 인삼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


2011년 7월 25일 인삼산업법 개정공포가 이루어지고 2012년 1월 인삼수경재배방법 고시가 이루어질 때까지 인삼수경재배기술은 [인삼산업법]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날짜에서 보는 것과 같이 특허 등록완료 전까지 기술이전을 받은 곳은 공식적으로 인삼을 재배하고도 인삼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친환경 농업 육성법]에서 수경재배 인삼을 무농약 농산물로 인증할 수 있게 했고, 2010년 10월 28일 식약처에서 인삼의 잎, 줄기를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인삼산업법]이 가지는 규제들은 그 이전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산업화하던 곳들을 힘들게 했다.


인삼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건강기능식품공전에 "4년 근 이상"이라는 제한이 풀려야 하는데 이 부분은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08년 기술이 개발되고 빠르게 확산되어 산업화되던 수경인삼재배기술이 확산을 멈춘 이유도 이런 제도적인 제한도 큰 역할을 했다.


물론 제도적 제한만 이 기술의 확산을 멈추게 한 것은 아니다.


수경인삼재배기술은 1년생 인삼을 2년생 인삼으로 만들고, 2년생 인삼을 3년 생 인삼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기존의 토경에서 재배하는 인삼재배방법만큼이나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기술이전을 받은 많은 곳이 여러 가지 이유로 재배에 실패를 하면서 이 기술의 확산이 멈추게 된 것이다.


현재는 이 기술에서 파생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삼의 성장과정에서 출아단계 다음인 전엽단계까지만 기르고 판매하는 새싹삼이 인삼 수경재배의 전부인 것처럼 소비자에게 알려져 있다.


한마디로 무를 키우는데 무새싹까지만 키우고 무는 키우지 않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은 새싹삼은 재배측면에서 기술적인 난이도가 높지 않고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한 단계까지만 재배해 대중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것으로 판단한다.


최근에 많이 보이는 새싹삼 업체들을 보면 단기적으로는 이 결정도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국내 인삼산업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상기후로 여름의 고온현상이 길어지며 토경으로 인삼을 재배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연작장해로 인삼을 재배할 곳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여러 가지 통계가 우리나라 인삼산업의 위기를 경고한 지 오래다.


수경인삼재배기술이 개발된 것도 이런 국내 인삼산업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본다.


인삼을 전엽단계까지만 재배하는 새싹삼에 집중하도록 한 결정은 이런 노력의 의미를 많이 퇴색시켰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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