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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진 Sep 30. 2023

둔한 게 좋을까, 예민한 게 좋을까?




 난 어릴 적부터 예민하단 이야기를 듣곤 했다.

예민하다는 것이 좋지 않은 것일까?

사람들은 각자 예민한 포인트가 다른 것 같다.


예를 들어, 시각에 예민한 사람들은 야간에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의 라이트가 더 불편할 수 있고, 나같이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은 추운 날씨가 남들보다 더 불편하게 느껴진다.


나는 우리 제부 같이 성격이 좋고 겸손한 사람은 예민한 부분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10년 넘게 제부를 봐 왔지만, 늘 예쁘고 겸손한 말만 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행동만 하는 한결같은 사람이다.

같이 있으면, 안에 있는 선량한 마음이 주변에 선한 기운을 내뿜는다.


궁금해서 동생에게 물어보니, 이런 제부도 예민한 포인트가 있다고 했다.

소리에 예민하고, 똑같은 의미의 말이라도 상대방의 말투가 거친 것에는 조금 예민한 편인 듯했다.


 사촌동생도 무딘 성격 탓에 거의 출산에 임박해서야 병원에 도착했는데, 이런 동생도 소리에는 민감해서 방에서 째깍째깍 시계 소리가 나면 시계를 다 떼서 어디다 감춰버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예민하다'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이렇다.

1. 무엇인가를 느끼는 능력이나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빠르고 뛰어나다.

2.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감각이 지나치게 날카롭다.


 

 어떤 외부의 자극이나 감각을 민감하게 보고 느끼며,

그것에 대해 지혜롭고 현명하게 생각하면 아주 좋다.


 그런데 예민한 감각을 그대로 방치한 채 생각 없이 살다 보면 그것은 제 멋대로 이러한 자극은 좋고, 저러한 자극은 싫다가 되어버려 어떤 자극들에 대해 날카롭게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것 같다.


 이럴 경우 오감에 예민한 것은 자신과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든다. 남들이 보고 듣고 느끼지 못하는 부분까지 늘 신경 쓰고 그것을 함께 있는 상황에서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예를 들면, 나는 거슬린다고 느끼지 못했던 냄새나 소리에 함께 있는 예민한 사람이 그런 것들에 대해 언급하는 순간 느끼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신경이 쓰게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둔한 사람은 어떤가? 둔한 사람이 자신의 기질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다른 사람의 입장에 대해 잘 신경 쓰지 못할 수 있다. 눈치 빠르게 상대방이 무얼 원하는지 알아채기 힘들어 센스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일에 관해서는 예민하게 바라보고 통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일상의 사소한 것들에는 둔하게 반응하는 것이 좋은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기질상 예민한 사람은 대부분 모든 면에 예민하고, 둔한 사람은 대부분의 것에 둔하다. 최악의 상황은 오감에 예민한 사람이 밖을 민감하게 보느라, 자신을 들여다보기 힘든 경우인 것 같다.


  예민한 어떤 사람이 일처리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한다고 했을 때, 타인의 일처리 방식을 예민한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고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반면 조금 무딘 사람은 그 정도면 괜찮은 것 같다고 한다고 했을 때,

무엇이 좋은 것인가?


  나의 지인 중 한 분은 시력이 엄청 좋아 다른 사람의 모공 하나까지 다 보인다고 이야기하셨다. 이야기를 들은 직후 그분이 나를 보는 것이 약간(?)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다행히 그 지인분은 수녀님이셨다.

 다행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수녀님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본질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아실 테니 내 모공을 훤히 들여다보셔도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제부에게 그동안 궁금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물어봤다. 제부는 다른 사람들의 단점이 잘 보이지 않는 편인지, 싫은 부분이 있어도 남들보다 더 둔하게 느껴지는지 물어봤다.

제부의 대답은 "조금 둔하긴 하지만, 저도 장단점이 다 보이고 똑같이 싫어요."였다.

역시 제부 또한 똑같이 느끼고 있었지만 이해하는 폭이 큰 것이었다. 제부의 배려는 '아는'데서 나오는 배려가 맞았다. 예민하게 바라보고 상대방이 무엇이 필요한지 눈치채고 도와주지만, 똑같은 것을 조금 더 좋게 생각하는 그런 마음을 가진 것이다. 어쩌면 더 예민하게 상대방의 입장을 느끼고 배려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동생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제부가 먼저 엄청 맞추고 노력하는 것이 느껴지니 고마운 마음에 자신도 조금씩 바뀌게 되더라고.


 결국 예민하고 둔한 것은 그냥 본인이 타고난 기질이라 바뀌기가 힘들다. 자신이 예민한지 둔한지, 어느 부분이 예민한지 자신을 아는 것이 먼저이고, 그 부분을 어떻게 하면 더 발전시키고 보완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렇다, 나는 예민한 기질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런데 상황 상황마다 가장 중요한 본질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 보는 연습을 시작한 후로는 사소한 것들이 조금은 덜 거슬리고, 그냥 지나치려고 노력한다.

내가 생각하는 둔하게 살 필요가 있다는 이런 식이다.


1. 예를 들어, 날씨가 추워서 불편할지라도 굳이 춥다는 말을 반복해서 표현할 필요는 없다.

 필요도 없는 말이고, 상황을 좋게 만드는 말도 아니다. 나의 예민한 감각들에 대해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는 없다. 꼭 필요한 순간에만 표현하자.


2. 예민한 감각으로 불편할지라도, 그 상황에 더 중요한 것들과 좋은 것들이 많다.

 어떤 사람이 후각이 예민해 어떤 냄새가 난다고 했을 때, 그것을 살짝 피하면 그만이지 그것에 대해 신경 쓸 일은 아니다. 타는 냄새가 나서 불이 날 것 같을 때 도움을 준다면 좋다. 굳이 기분 좋게 만들 수 있는 상황과 이야기들 속에서 오점을 찾아낼 필요는 없다.


3. 다른 사람들의 말에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중요하지 않은 말이라면 깊이 생각하고 멋대로 판단을 내릴 필요조차 없다. 사람의 말이란 내면에 있는 것들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므로, 상황은 그 사람 안에 있던 것이 흘러나오는 촉매제 역할을 했을 뿐이다.

내가 그 사람에게 촉매제 역할을 했을 수는 있어도, 그 안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더 크게는 타인이 나에게 하는 말들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한다.


4. 제3의 눈(부처님 미간에 있는 눈 같은 것이라 함)이라고 하는 감각을 발달시켜 본질을 꿰뚫어 보는 능력을 키운다. 그러려면 독서를 많이 하거나 지혜가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어떤 상황이나 말속에서, '저 사람이 많이 힘들구나.', '이 분은 사랑이 필요하구나.', 등의 연민과 사랑을 느낄 수 있다면 듣고 보는데서 느껴지는 것들이 누그러지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사소한 것들을 흘려보내기 위해서는 사랑과 지혜가 필요하다.


5. 어느 순간이나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함을 항상 기억하자.

밖을 보는 자는 깨닫지 못하는 것들을, 내면을 보는 사람을 깨닫는다. 내 안을 들여다보며 나를 잘 알게 되면, 다른 사람도 이해하게 된다. 항상 중심은 '나'에게 있고, '내'가 어떻게 하면 더 성장할 수 있고, '내'가 그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고, '내'가 이 상황을 어떻게 더 현명하게 바꿔나갈 수 있는지 등등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열심히 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결국 선한 영향력을 주는 것 같다.



 예민한 게 나쁘고 둔한 게 좋다고 단정 짓기보다 내가 가진 기질을 잘 알고, 성장하는 것.

지금의 내 수준으로는 이 정도 해석이 나온다.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깨닫게 된다면 나는 또 어떻게 해석할지 생각해 보며 마무리 :)


 







가을날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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