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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현 Jul 09. 2015

습작 #1 - 홀로.

혼자 만의 시간 견뎌내기.

폭풍이 지나간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혼자가 익숙했던 간이  길었는데 짧았던 둘의 시간이 남긴 인상이  강했나보다. 


혼자있는 시간은 힘들다. 서울에서 머문 10년의 시간 동안 혼자서 살았던 때는 1년이었다. 그 1년 동안 나는 내 삶 최대의 실연을 경험했다. 실연 때문만은 아니었다. 작은 원룸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내게 큰 고통이었다. 서울에 처음 올라와 좁은 고시원에서 생활했던 3달 정도의 시간도 포함 해야겠다. 그 어떤 할 일 없이 좁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연애'와 '사랑'은 탈출구였다. 비록 몸은 혼자 있더라도 마음은 언제나 충만했다. 외로움이 원인이었을까. 그래서 나는 대부분의 '연애'에 집착적으로 파고 들었다. 언제나 무리하며 내 감정의 텐션을 유지했다. 연애 중인 그 상대는 내게 가족이면서 친구였다.


내 사랑은 모두 실패했다. 실패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결국 헤어졌으니 실패라고 생각한다. 집착적으로 충실하려 했던 사랑이 지나간 뒤에는 피폐함이 찾아왔다. 지금의 나 역시 그렇다. 혼자 있는 시간은 견디기 힘들다. 평일에 학원을 가고 헬스장을 가고 사람들을 만날 때는 괜찮지만 아무 약속 없이 맞이하는 주말은 막막하다.


무리했던 최근의 사랑이었지만 인상은 강렬하였다. 어렵고 힘들었지만 강한 보상이 있었다. 평생 함께 하고 싶은 누군가를 만나게 됐다고 생각했다. 그 어떤 장애물과 역경도 이겨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렇게 결심하기까지 나는 무수히 흔들렸다. 아이러니 하게도 두려움을 없애고 결심을 한 순간, 그 사랑은 떠나갔다. 탓할 수도 없다. 단지, 몇 차례의 흔들림에 조금 더 관용을 배풀어주지 못했던 그 사랑에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을 뿐이다.


딱히 방법은 없다. 한 동안은 혼자 있는 시간을 힘들어 할 수 밖에 없다. 그 기억이 떠오르면 애써 고개를 저으며 떨쳐내고, 소식이 궁금해도 핸드폰을 외면하며 다른 일에 집중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를 부르며 힘겹게 희망의 마음을 키워가려 노력하는 수 밖에. 오래 전의 일이라 기억이 잘 안나는 것 뿐, 이 행위는 내게 매우 익숙하다. 지금 시기 역시 힘겹지만 익숙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조금씩 덜어내며 오늘 하루도 잘 견딘다.
다 덜어내고 나면 새로운 것들이 채워지겠지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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