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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현 Jul 09. 2015

가잖아, 우리는 얼마나 왔을까.

The emotional story of songs.

https://www.youtube.com/watch?v=fY9ko726VNk


언제나 이별은 그렇게 찾아온다. 일방적이고, 갑작스럽다. 슬픈 예감을 바탕으로 대비를 해보려고 해도 이별의 순간은 당혹스럽다. 


떠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남겨진 사람이 있는 법. 떠나는 사람 또한 힘들겠지만 남겨진 사람의 공허함과 두려움은 인간이 느끼는 가장 큰 상실감이 아닐 수 없다. 떠나가는 자와 남겨지는 자가 각자 견뎌내야만 하는 것이 이별이 아닌가 한다.


말하진 않았지만 사실 난 내일 아침이 두려워

이별 직후에 찾아오는 가장 큰 걱정은 두려움이었다. 마지막 만남을 가졌던 그 카페를 나와 정처 없이 걸었던 그 때, 길을 잃은 듯이 발길 닿는대로 걸으며 들었던 생각은 '앞으로 어떻게 하지'였다. 내 핸드폰에는 아직도 따끈따끈한 그녀와의 카톡 메시지가 남아 있는데, 그녀의 이름은 여전히 애칭으로 저장되어 있는데. 저녁이면 잘자라고 전화하고, 다음 날 아침에는 일어났냐고 물어봐야 하는데, 너무도 익숙한 그 일을 하지 못한다는 두려움이 이별을 실감하게 했다.


그댈 모른다고 없던 일이라고
나를 속여 가는 게 두려워

두려움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부정하는 것이었다. 핸드폰에서 그녀의 연락처를 지웠다. 카카오톡 친구창에 여전히 남아 있는 그녀의 이름을 숨겼다. 차마 차단까지는 하지 못했다. 혹시라도 그녀의 마음이 바뀌어 연락이 올까봐. 


그래도 그녀와 관련된 흔적들을 최대한 빠르게 지워갔다. 영화 맨인블랙에 나오는 '뉴럴라이저'로 기억을 지우듯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웠다. 그리고 끊임 없이 세뇌했다. 없던 일이라고. 33년 내 인생에 단 몇 주일 뿐이었다고.


벌써 꽤 시간이 흐른 이야기다. 그 시간 이후 우리는 각자의 길로 가고 있다.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가는구나'라고 되뇌였던 나는 이내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 이별의 시작점으로부터 우리는 얼마나 멀리 왔을까. 우리의 시간과 공간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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