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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현 Jul 09. 2015

습작 #3 - 보존의 법칙

기대는 언제나 실망을 가져온다.

남들과 다른 20대였다. 군대를 가지 않게 되었고, 졸업도 하기 전에 일을 시작했다. 일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생소해하는 'e스포츠 전문기자'였다. 23살에 시작한 일은 32살을 꽉 채울 때까지 내 삶의 전부가 되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내 20대에 유일하게 없었던 것 하나는 취업을 위한 치열한 준비와 경쟁이었다.


33살을 맞이하며 백수의 길을 선택한 내 앞에 취업이라는 새로운 스트레스가 생겼다. 돈이라도 아껴서 썼다면 좋았을텐데, 수중에 돈이 떨어져가니 취업 스트레스를 느낀다. 사실 별로 걱정하진 않았다. 마음 한 구석에는 '돌아갈 곳이 있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그 곳에 돌아가지 않기로 마음을 먹자 다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애초 목표했던 공부 및 잔여 인생 준비의 기간은 1년이었다. 하지만 7개월에 접어들며 일을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현실은 내 생각과 달랐다.


오늘 기대했던 잡지사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았다. 면접 분위기도 좋았고, 좋은 이야기도 들었기에 내심 기대했는데 연락이 오지 않으니 실망스럽다. 최소한 직업, 업무와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까임'을 겪지 않고 살아왔는데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지금에서야 그것을 겪고 있다. 하긴, 내 20대는 취업에 한에서 워낙 평탄했지. 덕분에 나는 10년의 e스포츠 기자 경력 외에 딱히 내세울 것 없는 스펙을 갖게 됐지만.


보존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나보다 싶다. 인생에 있어서 직업을 찾는 것은 누구나 겪어야 할 관문인데, 그것을 거의 겪어보지 않았으니 이제라도 겪으라는 신의 계시인가. 


크게 절망하지는 않았다. 길은 분명이 또 있을 것이다. 차근차근 준비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뜻하지 않은 곳에 길이 있을 것이며, 뜻이 있는 곳에도 길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살짝 실망했지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공부-운동-노래, 초심 잃지 말고 갑시다. 그래도 내일은 놀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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