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음식 취향

엄마의 강요

by 목여름

초등학교 때부터 다니던 동네의 작은 떡볶이집이 있다.

원래 트럭에서 장사를 하시는 노점상이었는데, 주변 상인들의 신고로 한달간 가게를 접으셨다 다시 열었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로 기억한다. 그래서 가게 상표명이 트럭 떡볶이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거기서 떡볶이를 사먹었다.

난 그 집 떡볶이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줄 알았다.

중학교 때 학원에서 학원 건물 밑에 층에 있는 떡볶이 집 쿠폰을 주었다. 맛이 없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적당히 달짝지근한 맛, 길지 않아서 먹기에 불편함이 없는 떡, 가끔 너무 맵거나 때로는 싱거웠던 트럭 떡볶이와는 달랐다.

엄마는 어느 식당에 가서도 불평불만이 많았다. 가장 민망했던 점은, 본인의 부정적인 말들과 식당 또는 종업원에 대한 평가를 그 장소 모든 곳에 흩뿌린다는 점이었다. 가뜩이나 목소리가 컸고, 너무 목소리가 커서 주변 사람들이 우리 테이블을 쳐다볼때면 나는 너무 민망했다. 지금도 그렇다.

요즘에서야 알게 된 사실로, 나는 취향을 엄마에게 많이 강요 받은 것 같다. 내가 엄마의 큰 목소리를 제어하지 못하는 것처럼, 무례함을 어찌 하지 못하는 것처럼 주는대로 먹고 살았다.

엄마가 싫어하고 못 먹는 음식은 잘 먹지 못했다. 아주 예외로는 치즈나 돈까스 같은 것들이 있는데, 치즈는 주식이 아니기에 엄마가 시키지 않으면 그만이고, 돈까스 같은 음식도 다른 메뉴를 시키면 된다.

하지만 연어, 가자미, 참치 등의 생선같이 아예 메인요리로 나오는 것은 먹지 못했다. 홍어, 선지, 콩국수 같이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들의 대표도 엄마가 싫어하면 먹지 못했다.

한편, 회는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하지만 나는 회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회를 처음 먹었을 때, 어떤 남자 어른이ㅡ누군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ㅡ내게 초장을 듬뿍 묻혀서 주었고, 시고 매콤한 맛은 어린 나에게 이질적이고 고통스러웠다. 나는 입에 넣고 울었다. 엄마는 나를 소리를 지르며 휴지에 뱉게 했다.

과연 기호와 취향은 후천적인 것일까? 이러한 고민이 요 근래에 스며든다. 만약 엄마가 편식을 하지 않아서 갖가지 음식을 내게 주었다면, 회에 초장을 묻히지 않았다면 나는 가리는 것 없이 음식들을 잘 먹었을까?

언젠가부터 내가 편식을 하면 엄마는 1. 남자라는 이유로, 2 다른 이가 보면 욕한다는 이유로 3. 그냥 본인이 한 음식이니까 (추측) 라는 이유로 음식을 먹게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쯤까지는 싫어하는 음식을 억지로 먹다가 구역질이 나거나 울음을 터뜨린 적도 있고, 그럴 때마다 등짝을 맞았다. 서러웠다.

얼죽아도 마찬가지다. 비염때문에 한의원에 가서 약을 다려 먹은 적이 있다. 풍채가 남달랐던 한의사는 내가 태음인이라고 말했고, 엄마도 그렇단다. 태음인은 몸에 열이 많아서 물을 많이 마시고, 계속해서 그 열을 잠재워야 좋다고 했다. 난 차가운 마실거리를 좋아했다. 마시는 것 자체도 좋아한다.

하지만 엄마는 내가 찬물을 먹는다고 뭐라했다. 식당에서 그런 종류의 꾸지람을 듣는데 "물은 차가워야 해." 라고 옆에서 말해서 내가 다 머쓱했다. 물보다 엄마가 차가웠다. 난 차가운 것이 좋은데, 그런 엄마는 싫었다.

항상 그렇게 본인의 취향이나 사고를 강요하셨다. 나는 그냥 그런대로 살아왔다. 난 또 그게 맞는 줄 알았다. 멍청해서.

하지만 그건 아주 아주 약하지만 짖궃은 폭력이었다. 삶에서 식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나도 이것저것 먹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은데, 왜 어떤 음식은 맛없게 느껴지는 것인가. 가리지 않고 먹는 것도 참 복이다.

다 써놓고 보니 굉장히 엄마 탓을 해놓은 것 같은데,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도 내가 싫어할 때도 있다. 뭐 익숙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아무튼 온전히 엄마의 탓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지만 영향이 조금도 없다고는 못하겠다.

엄마를 비롯해 내 기호와 취향에 영향을 사람들과 사건들을 탓 할 생각은 없다. 내 지금 입맛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도전할 기회를 얻었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사색하게 만들었으니까.

맛있는 게 최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하늘에 떠 있는 구름 그 옆에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