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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 Dec 11. 2024

건물주 배만 불려주는 파주시 용주골 집결지 예산

파주시 집결지 예산 뜯어보니 '건물주 38억 vs 집결지 종사자들 1억'


파주시가 약 6억여 원의 시민 혈세를 털어 만든 용주골 집결지 거점 건물이 간판을 내걸었다. 야간에 불을 훤히 밝힌 간판에는 ‘집결지 폐쇄 합동 거점시설’이라고 쓰여있고, ‘비우고, 채우고, 나누고’라는 맥락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로고가 박혀 있다. 파주시청뿐 아니라 파주 경찰서 로고가 간판에 함께 내걸린 까닭은 집결지 여성들을 숨도 못 쉬게 감시해 단속하겠다는 무도한 공권력의 표명이다.      



저 거점 건물이 생기게 된 배경과 과정을 살펴보면 파주시의 막가파식 행정에 놀라게 된다. 용주골 내 건축물들은 재개발이 추진되는 구역에 들어가 있어 거래가 멈춘 지 오래다. 재개발의 난맥상이 그렇듯이 이 지역의 재개발도 속도를 내지 못하며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시세를 부동산업체에 문의해보면, 토지면적과 건축물의 가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많이 쳐줘야 2억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파주시는 이 건축물을 4억5천이라는 고가에 사들였다. 게다 1억5천이라는 리모델링 비용까지 산입하면 6억이라는 시민의 혈세가 거점 건물에 쏟아 부어진 것이다.  

    

거점 건물 매입가의 고가 논란은 법원경매시스템에 들어가 인근 지역 낙찰가를 살펴봐도 단박에 알 수 있다. 경매 유사 건물을 아무리 뒤져봐도 4억5천이라는 금액은 터무니없이 고평가된 가격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파주시는 시민의 혈세로 한 건물주의 배를 불려준 것이다. 건물주는 수십 년에서 수년에 이르기까지 집결지 임대수익으로 막대한 이득을 얻은 것도 모자라 고가의 건물 매도라는 어마어마한 보너스를 받은 것이다.    

  

파주시가 용주골에서 하겠다는 도시재생은 시가 주도하든 민간이 주도하든 재생을 일으키는 지역민들에게 그 수혜가 골고루 돌아가게 행하는 것이 기본적인 행정 원칙이다. 하지만 파주시는 오직 건물주의 배만 불려주는 파행적 예산 집행으로 지역 민심을 이반하고 있다. 건물주가 2배도 넘는 차익을 얻었던 반면, 이 건물의 임차인도 집결지 종사자도 단 한 푼의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쫓겨났다.   

   


그럼 도대체 4억5천이라는 높은 매입가는 어떻게 산정되었을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 지난  5월 경 파주시 여성가족과에 건축물 매입가의 근거에 대해 정보공개 요청을 했다. 시민의 알 권리에 약 2주간이나 늑장을 부리며 겨우 건네준 답변은 건물주와의 ‘협의 매수’였다. 


‘협의’가 무엇인가. 한마디로 건물주가 달라는 대로 주었다는 뜻 아닌가. 시의 예산으로 거점 건물을 매입하면서 감정평가 절차도 없이 ‘협의 매수’로 급박하고 방만하게 처리한 배경이 무엇인가. 건물을 빨리 매입해 감시탑을 세우려는 의도 말고 달리 해석할 길이 있는가. 건물을 매입해 집결지의 점령군처럼 군림하려는 행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25년 파주시가 집결지 정비로 편성한 예산은 약 58억이다. 지난해 17억에서 3배도 넘게 증액된 금액인데 이 중 38억이 건물 매입비다. 8동을 더 사들여 위 거점 건물처럼 곳곳에 감시 초소를 세우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건물을 사들여 시민의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파주시의 선전은 리모델링 상황만 봐도 얼마나 허위인지 알 수 있다. 

     

집결지 건물의 내부 구조는 여러 개의 방으로 구획되어 있어 대대적 리모델링을 단행하지 않는 한 쓸모 있는 시민의 공간으로 쓰이기 난망하다. 지난 11월 말경 리모델링이 한창인 거점 건물 내부로 들어가 봤을 때, 칸칸이 구획된 방들을 건드리지도 못한 채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대충 외양만 그럴듯하게 가장해 전시하고, 사들인 건물에 대한 구체적 장기적 활용계획도 없이 단지 이를 통해 집결지 여성들을 통제하려는 권위주의적 발상이 아닌가. 소중하게 쓰여야 할 시민의 세금이 눈 녹듯 녹아내리고 있는 현장이었다.   

   

이 외에도 집결지 정비 예산에는 과거 북파공작원으로 구성된 단체에 외주를 준 집결지 내부 경비(말이 경비지 감시고, 하는 일도 없다) 금액이 3억이 넘고, 저 허울뿐인 거점 건물에서 한다는 문화 재생과 운영비용이 약 1억, 불법건축물이라며 사람 살고 있는 집을 부수는데 드는 비용이 약 4억이다. 반면 파주시청이 ‘피해자’ 운운하며 집결지 여성들에게 편성한 조례 지원금은 고작 3억7천여만 원이다. 여기서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예산이 다 쓰인다는 뜻이 아니다.      



조례 지원금의 집행률이 30%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약 1억여 원이라는 금액이 대여섯 명의 여성들에게 지급된다고 보아야 한다. 58억의 예산 중 고작 1억여 원이 집결지 여성들에게 돌아가도록 편성된 예산이 함의하는 바는, 파주시의 집결지 정비 정책에 집결지 여성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음을 의미한다.  

    

받을 수 없는 지원금(탈성매매를 전제해 설계된 지원금은 성매매 적발 시 받은 돈을 모두 토해내야 하는 줬다 뺐는 식의 약탈적 지원금이다)을 만들어놓고 강요하며 대내외에는 집결지 여성 ‘피해자’를 구출하고 있다는 기만적 프로파간다를 펼치고 있는 파주시 집결지 예산 편성과 정책에 분노를 금치 못하겠다. 파주시의회는 부정의하고 방만하게 세워진 집결지 정비 예산을 삭감하고, 파주시는 집결지 여성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지원 예산을 다시 수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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