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주골 성매매 여성들을 향한 혐오와 탄핵 시국 ‘창녀 혐오’를 경계한다
용주골 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이하 차차) X 계정이 일시정지되었다. 차차는 용주골 투쟁 소식과 연대 정보를 X 계정을 통해 활발히 알려왔다. 파주시의 폭압적 폐쇄정책으로 고통받는 용주골 성매매 종사들의 투쟁과 현실이 주 내용으로, 이를 통해 용주골 투쟁에 대한 인지도와 지지도를 높여 왔다. 그런데 이를 고까워하는 사람이 많았는지 이들의 집중적인 신고로 차차 계정이 중지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집중적인 신고뿐 아니라 용주골 성매매 종사자들에 대한 악성 댓글도 악랄하게 달렸다. 악플은 일정한 레토릭을 가지고 있는데 거의 ‘붙복’ 수준이다. 용주골을 떠날 수 없는 종사자들 각각의 사정은 ‘누칼협’으로 간단히 처리되고, 게으르고 사치스럽고 음탕한 X들이라 저렇게 살아간다고 온갖 저주와 혐오가 쏟아진다. 저들이 자신들의 쓰레기 감정처리장이라도 되는 듯, 저런 모욕과 증오와 저주를 받아도 되는 계급이 정해져 있기라도 한 듯, 이보다 더 잔인할 수 없는 핵 쓰레기 말, 말, 말로 저들을 베고 찌르고 쑤셔댄다.
용주골에 드나들며 만난 어떤 여성도 저런 모욕을 당할 이유가 없다. 강제 철거를 앞두고 맨몸으로 젊은 남자들과 맞서야 하는 급박한 싸움판에서도, 저들은 인간의 품성을 잃지 않았다. 어떤 여성은 학교에서 돌아올 아이의 돌봄을 걱정하면서, 얼마 전 자녀와 찍은 사진인지를 옆 동료에게 보여주며 흐뭇하게 번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어떤 여성은 자기들의 딱한 사정은 잊었는지 추운 밖에서 핫팩도 없이 뻗치고 서서 노려보고 있는 용역을 걱정했다. 저들을 모욕하는 이들에게 묻는다. 너는 누구를 돌보기 위해 네 삶을 헌신해 봤느냐. 너는 너를 해칠 수도 있는 타인을 연민하는 자비심을 가져본 적이 있느냐. 장담하건대, 용주골에 있는 어떤 여성도 그 더러운 입을 터는 너보다 선하고 인간다운 사람이다.
비난받는 사람의 사정을 알지도 못하면서 증오를 쏘아대는 사람의 영혼이 사실 얼마나 곪아있는지 나는 안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모르는 상황이나 타인의 사정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 보편에 반하여 저렇게 댓글 창을 쓰레기처리장으로 만들어 버리는 자들은, 자기가 아는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노력만으로 열심히 살아 지금의 모든 것을 누린다고 생각하는 오만방자한 자이거나, ‘창녀 혐오’가 가부장이 짙게 드리운 여성 혐오의 본질이라는 걸 모른체 하는 가부장의 부역자이거나, 나보다 못한 약자라도 짓밟아야 분이 풀릴 정도로 자기 내면의 혐오가 극에 달한 병자다. 참으로 딱하다.
‘쿠팡 뛰라’는 쉬운 비난이 숨기고 있는 성매매 여성 혐오와 이들이 포착하지 못하는 노동 착취와 노동시장 붕괴
저 딱한 인사들의 성매매 여성 혐오의 주된 댓글 레토릭 중 하나는 ‘차라리 쿠팡 가서 일하라’다. 쿠팡이 그렇게 만만한 일인가. 그리고 저 비난엔 쿠팡 노동이 성 노동보다 낫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성노동은 노동이 아니라는 반노동론은 케케묵은 신성한 노동론에 근거한 것일 텐데, 정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의 시대착오적 발언이다.
글로벌 약탈 자본이 거의 모든 자본시장을 잠식하며 노동자를 고사시키고, 대부분의 노동이 플랫폼화되어 고용되었으나 고용되지 않는 괴상한 노동시장에서 죽지 못해 일하며 살아가는 노동자들이 태반이다. 점점 더 악랄하고 교묘하게 착취당하는 노동 중에 대체 누구의 어떤 노동이 더 낳고 바람직하다는 것인가. 그리고 쿠팡으로 노동자들이 몰리는 이유를 정말 몰라서 하는 말인가.
한국 사회에서 멀쩡한 남자조차도 번듯하기는커녕 그냥저냥 먹고살 만한 일자리조차 사라진 지 오래다. 여성들의 저임금 불안정 비정규 노동이 노동 유사 이래 달라진 적이 단 한 번도 없건만, 남성들의 비정규직화를 이제 와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대두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렇다면 노동시장 성차별이 세계 넘버원인 한국에서 지적 물질적 자본도, 건강한 몸도, 최소한의 방패막이 되어 줄 가족도 없는 여자들의 사정은 어떻겠는가.
그동안 저계급 남성들에게 쓸만한 고용을 창출해 준 중공업 대기업조차, 반도체 건 이차전지 건, 모든 제조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느라 혈안이 되어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아는가. 쿠팡 이 괜찮은 일자리여서가 아니라, 그나마 진입 장벽이 낮아서 어쩔 수 없이 끄들려 들어간다는 것이다. 게다 AI나 로봇 등으로 노동시장에 벼락이 떨어지고 있다. 쿠팡 노동조차 로봇보다 노동자에게 주는 임금이 더 쌀 동안만 유효하게 고용을 창출할 것이 불 보듯 뻔한 판국에, 어떻게 저렇게 철없는 말을 창피한 지도 모르고 지껄이는가.
주지하듯 쿠팡은 미국 주식 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지난해 31조의 매출을 냈고 최저가 로켓배송으로 유통업계 서열을 1위로 바꾼 성장 몰두형 기업이다. 글로벌 약탈 자본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동자를 쥐어짜서 이윤을 추구하는 무서운 기업이라는 말이다. 노동자 해고는 손쉽고, 컨베이어 벨트에 적응할 수 없는 노동자는 명함을 내밀 수도 없는 노동집약적 기업이다.
쿠팡에서 누구나 일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숨 가쁘게 돌려대는 고강도 노동을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이 있는 사람들만 겨우 살아남는다. 저 기업이 얼마나 노동자를 악랄하게 부려먹는지는 일하다 쓰러져 죽은 많은 쿠팡 노동자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그런데도 일다운 일을 하라며 쿠팡을 끌어다 대는 무지한 사람들...
이에 대한 반론은 뜻밖에도 쿠팡물류지회의 입장문으로 쓰레기 입들에 재갈을 물렸다. 이들은 4년간 21명이 일하다 죽고 올해만 6명이 사망한 쿠팡 노동이 “정상적이고 윤리적으로 정당한 일”로 여겨져 동원되는 것에 반대하며, “이윤이 최우선시되고 일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무시당한다는 점에서 쿠팡 노동자와 성노동자의 처지는 다르지 않다”고 연대감을 표명했다. ‘구팡 뛰라’고 거품 물고 욕 한 입들은 그 입을 다물어야 하지 않겠나.
‘창녀 혐오’를 뚫고 나온 ‘노래방 도우미’의 집회장 발언
용주골 여성들은 비롯해 성매매 종사자 여성들은 자신들을 드러내지 못한다. 한마디라도 할라치면 천 마디 만 마디의 독화살이 온몸을 관통할 것이기에 숨죽이고 산다. 지난 11월 25일에서 28일까지 강행했던 파주시 강제 철거를 JTBC에서 취재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이 있다. 뭐 대단히 용주골 여성들의 편을 들어준 것도 아닌 중립적 보도였다. 이 보도를 본 딸애가 어마어마하게 달린 악성 쓰레기 댓글까지 봤는지 얼굴이 길어져 울먹였다. “사람들 정말 너무한다. 어떻게 이렇게 잔인하냐...”
파주시청의 용주골 강제 철거 후 며칠 지나지 않아 대한민국 최대 빌런인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했다. 실상 용주골은 인권이 짓밟히는 유사 계엄 상황을 수시로 겪고 있는 판이라, 그곳의 여성들은 마을의 계엄에 국가적 계엄까지 덮쳐 마음이 더 쪼그라들었을 것이다.
강제 철거 시 들이닥치는 많게는 백여 명의 젊은 남자 용역과 방패로 무장한 용병의 얼굴을 한 경찰들, 무시무시한 철거 장비를 든 철거 인부들, 냉혹한 얼굴로 할 일을 할 뿐이라며 공권력 폭력을 공무 집행이라 을러대는 파주시청 공무원들, 이들의 방약무인이 용주골 여성들과 이들과 함께 싸우는 연대 시민들에게 무도한 계엄과 크게 다르겠는가.
국가적 최대 리스크인 윤석열의 계엄으로 다들 너무 놀라고 분개했겠지만, 이 와중에도 쓰레기는 쓰레기의 일을 하고 있었다. 남초 커뮤니티 여성 혐오성 오물 댓글 테러는 물론이고, 하다못해 일부 대학의 ‘에타’에도 정신 못 차리는 여성 혐오 쓰레기 댓글이 달렸다 사라졌다.
여성 혐오의 화룡점정인 성매매 여성 혐오는 말할 것도 없었다. 김건희를 비판하려면 그가 저지른 주가 조작 등의 범죄와 국정 농단을 성토하면 될 일이다. 이와 무관한 접대부 운운하며 이 일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들을 한꺼번에 싸잡아 ‘창녀 혐오’로 멍석말이하려는 작태는 무엇인가.
이는 엄중한 국가위기 상태를 빌미로 여성 혐오를 물타기 해 여성들을 겁박하고 모욕하려는 못난 남성들의 저열한 자기혐오일 뿐이다. 이 지긋지긋한 여성 혐오의 오물 투하를 뚫고 자기 말을 하겠다고 대중 앞에 나선 성노동자 여성이 있었으니, 바로 부산 ‘노래방 도우미 여성’이다.
그는 윤석열 탄핵을 지지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 ‘노래방 도우미’가 어디 나와서 말을 하냐는 대중의 손가락질에 굴하지 않고 당당히 나섰다. 마이크를 쥔 그는 “.. 우리가 이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난 다음에도 계속해서 정치와 우리 주변의 소외된 시민들에게 관심을 가져 주십시오”라면서, “저기 쿠팡에서는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파주 용주골에선 재개발의 명목으로 창녀들의 삶의 터전이 파괴당하고 있습니다 ...”라며 쿠팡 노동자와 용주골 종사자들을 언급했다. 탄핵에 나선 시민들의 마음이 단지 정치권력의 이양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우리 사회에서 억압당하는 약자에 대한 관심과 연대감으로 이어지길 간절히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이 저지른 계엄 사태에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5.18 광주항쟁을 떠올렸을 것이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는 집회장의 젊은 여성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그런데 5.18 광주 항쟁에 소설의 ‘선주’로 상징되는 젊은 여성뿐 아니라 성매매 여성들도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전남도청을 가득 메운 시위대열 한 귀퉁이에서 그들도 계엄군과 싸웠다. 공장의 여공들도,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던 여학생들도 계엄군에 맞서기 위해 짠 스크럼 대열에 있었다.
그러다 많은 여성들이 계엄군에 잡혀가 성폭행당했다. 수치를 성폭행 피해자들에게 돌렸던 역사의 부정의를 바로잡기 위해 소녀에서 노인 여성이 된 성폭행 피해자들이 이제 싸움에 나서고 있다. 성폭행당한 여성들 중 성매매 종사자들은 그때도 지금도 자신도 피해자라는 말을 꺼낼 수조차 없을 것이다. 역설하건대 수치는 가해자의 몫이다. 아무리 짓밟아도 그들의 ‘마음은 지지 않는다’. 시국도 어수선한데 (성매매)여성 혐오를 난발하며 경거망동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