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주골에 연대하는 시민모임 SNS에 급한 공지가 떴다. 1월 17일 파주 출판 단지에서 김경일 파주시장의 출판기념회가 열린단다. 많은 사람들이 모일 터라 이때 용주골 폭력 철거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집회를 열고자 하니 연대 참여를 요청하는 취지였다. 급한 연대 요청에도 불구하고 여러 시민들이 참여 의사를 밝혔고, 참여 시민 대부분 파주 외 지역에서 오는 입장이라 자가용 공유나 택시 공유를 모집하는 메시지가 속속 올라왔다. 용주골 연대 시민들의 연결감은 단연 최고다.
김경일 시장이 출간기념회를 여는 출판 단지 내 지혜의 숲은 작년 11월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파주 북부 시민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취지로 간담회를 가진 곳이다. 용주골 연대 시민으로서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극도의 ‘빡침’이 일어난 장소다.
시민들의 고충을 듣는 자리에 불쑥 나타난 김경일 시장은 당시 간담회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용주골 집결지를 언급하며, 그가 죽을 때까지 입길에 오를 망언을 쏟아내고 말았다. 자신의 노력으로(진실은 폭력 철거이고 용주골 건물주들의 배를 불려주는 고가의 건물 매입이었다) 용주골이 거의 다 철거되었으며, 남아 있는 사람들은 “정상이 아니다”라는 말을 해 공분을 산 것이다. 듣는 귀를 의심할 정도의 폭력적 차별적 혐오적 발언이었다. 충격이었다.
한 도시의 리더라는 자가 어떻게 남아 있는 주민을 “정상이 아니다”라는 차별적 표현으로 모욕할 수 있는가. 파주 시민인 내 입장에서는 정상이 아닌 사람은 남아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김경일 시장이며, 그가 말한 용주골 철거 거의 완료라는 발언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시민 간 혐오를 조장하고 거짓말로 대통령과 국민을 기망하는 자가 무슨 염치로 출판 기념회를 여는지, 그 위선의 현장을 확인하고 남기지 않을 수 없었다.
출판기념회장은 화기애애했다. 기념회장 밖 집회장의 추위와 달리, 난방이 가동 중인 기념회장은 따뜻했고, 부드러운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김경일 시장에게 눈도장을 찍으려는 자들이 보낸 흐드러진 화환이 화려한 파티장을 연상하게 했다. 게다 기념회를 빙자한 선거 자금을 모금하고 있는 리셉션 여성들은 곱게 꾸민 얼굴에 미소를 가득 담아 손님들을 환대하고 있었다.
기념회장 전체의 분위기가 역겨웠지만, 나는 마치 초대받은 손님인 양 책을 받아 들고 기념회장 내부로 들여갔다. 김경일에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사람들이 이리도 많았던가. 기념회장에 착석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의 줄이 길었고, 본 회 전 각계 인사들이 보낸 축하 메시지가 대형 스크린으로 송출되고 있었다. 이런 허위가 권력의 맛인가. 이런 기만과 위선으로 파주라는 도시를 지배하고 있었던가.
1시부터 모인 연대 시민들과 용주골 종사자와 주민들은 그늘진 응달에서 집회를 시작했다. 많이 풀린 날씨였지만 응달에서 1시간이 경과하자 맨바닥에 앉아 있는 엉덩이에서부터 한기가 올라왔고 손이 곱고 발이 얼기 시작했다. 폭력 철거의 피해자는 이렇게 찬 데서 얼어붙고 있는데, 폭력 철거 가해자는 저렇게 따뜻한 곳에서 희희낙락하고 있다는 것에 새삼 비애가 느껴졌다. 춥고 가난하고 권력이 없는 연대자들은 기껏해야 믹스 커피에 입을 녹일 뿐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경일 파주시장과 파주시의 불의한 행정에 대한 비판을 이어 나갔다.
나는 파주시의 자랑이라는 출판 도시에서 출판기념회를 하고 있지만, 정작 책에 대해서는 아무런 애정도 관심도 행정적 의지도 없는 김경일 시장과 파주시를 비판했다. 파주시는 운정 신도시의 건설과 함께 곳곳에 작은 도서관을 세웠다. 운정에 만도 적어도 4-5개의 도서관이 있는데, 거의 한 개 동마다 있는 꼴이라 접근성이 좋다. 반면 내가 사는 소외된 읍 면 지역에는 행정복지센터 한 귀퉁이에 도서관이 덩그러니 있을 뿐이다. 운정에 사는 시민들이 도보로 10-20분 이내에 도서관에 갈 수 있는 반면, 나는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가량 걸려야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입으로는 ‘책의 도시’, ‘출판의 도시’ 하면서, 파주시는 운정 신도시만을 위한 행정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읍 면 사람들도 세금을 내고 있으며 읍 면 사람들도 책을 읽는다. 이는 기본적으로 소외된 지역에는 돈을 쓰지 않겠다는 차별적 행정이다. 정부만 수도권을 비대하게 키우며 지방을 버리는 게 아니라, 수도권 내 지역 차별도 변방의 마을을 더욱 소외시키는 정책으로 버리고 있는 셈이다. 도서관은 일면일 뿐이다. 버려진 읍 면에는 변변한 교통 체계조차 없으며, 의료 체육 문화 등의 접근은 말할 것도 없다.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내가 느끼는 차별은 더욱 도드라진다. 파주시뿐 아니라 공공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은 희망도서라는 제도가 있다. 시민이 도서관에 희망하는 책을 신청하면 이를 반영해 구입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도서관이 구매해 대여해 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희망 도서 신청 권수가 사는 지역에 따라 다르다. 운정 신도시 큰 도서관은 한 달 3권인 반면, 읍 면의 소외된 지역은 2권만을 신청할 수 있다. 2권과 3권의 차이는 곧 예산 배정의 차이라 읍 면 지역의 희망도서 신청은 10월도 되지 않아 마감된다. 한마디로 읍 면에 사는 시민들을 대놓고 차별하는 것이다.
읍 면 시민들도 세금 낸다. 읍 면에 산다고 세금 깎아주는 것도 아니면서 왜 세금 가지고 벌이는 사업에 차별을 두는가. 파주시는 도서관 시스템부터 인근 도시 고양시에 비하면 너무 후지다. 고양시에서 몇 년 살아봐서 안다. 고양시는 지역별 희망도서 차등 신청을 두지 않으며 온라인 시스템도 파주시에 비할 바가 아니게 편리하다.
대외적으로는 ‘책의 도시’ ‘출판 도시’라고 으스대면서 실상은 도서관 내 도서 구입조차 이토록 차별적이고 짠 내가 난다. 이렇게 한심하게 도서 정책을 운영하면서 자신의 책 잔치를 그것도 출판 도시에서 버젓이 벌이며 자화자찬하고 있다. 수치는 김경일이 저질렀는데 왜 파주 시민인 내가 민망하고 부끄러운지 모르겠다.
올 지방선거를 겨냥해 선거 자금도 모으고 치적 자랑질도 하려고 낸 그의 책은 일독의 가치도 없다. 특히 용주골 관련 내용은 거짓말 일색이다. 어떤 책들은 내용이 하도 한심해 이런 걸 만들려고 나무를 해쳤나 싶을 정도로 한숨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의 책이 그렇다. 김경일 시장은 엄한 데(용주골 강제 철거에 100억 이상) 세금 쏟아붓지 말고, 시민이 책 볼 권리나 차별하지 말라. 세금이 당신 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