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의 첫사랑> 가사 탐미
일할 때, 운동할 때처럼 특정 상황에 유독 꽂히는 노래가 있다. 얼마 전에는 복싱 1분 쉬는 시간에 갑자기 ‘로맨스도 뭣도 아닌 나의 부동의 첫사랑~’ 이라는 노래 가사가 꽂혀서 계속 가사를 들었다.
평소에 이 노래 구리다고 생각했는데 사람 일 참 모를 일이다.
너에게는 알 수 없는 멋진 향기가 났었지
지나칠 수 없는 마음을 대사 한 줄 없지만
말하고 싶었는데
창가에 비친 너의 얼굴은 나만을 위한 등장이었는지
단 한 번의 명장면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지
예전에 어떤 사람이 첫사랑은 처음 좋아한 사람, 처음 만난 사람, 처음 고백한 사람이 아니라 마음 속에 그냥 어떤 감정이 느껴지고 채워지는 사람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마음 속에 사랑의 정의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알 수 없는 아우라가 있다. 나에게 첫사랑 이야기를 해준 사람은, 첫사랑이라고 본인이 정의한 사람 이름을 떠올렸을 때 이상하게 애틋한 기분이 든댔나, 그 사람 뒷 모습 오랜만에 봤는데 어쩌고 저쩌고 했던 것 같다.
이후에 어떤 사람은 잘 모르는 사람인데 이상하게 보는 순간 언젠가 그 사람 이름을 부르면서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이 계속 가슴 속에 차올랐던 사람 이야기를 하면서, 그 사람이 자기 사랑이 됐다고 했던 것 같다
이 노래 가사도 가만히 들어보니까 너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다는 표현이 있다.
그 외에도 그 사람에게는 향기가 난다는 묘사, 창가에 비친 걸로 그 사람의 얼굴을 보는 거, 너를 향한 노래가 생겼다는 마음, 그 사람의 미소를 빛내주고 싶다는 마음, 웃기라도 해준다면 이상한 애가 되어도 좋다는 그런 게 재밌다.
다음 편이 기대되지 않는 예상 가능한 엔딩만 남은
로맨스도 뭣도 아닌 나의 부동의 첫사랑
역시 듣다 보면 공감가는 찌질이 원탑 10cm
나한테 첫사랑은 뭔지 생각해봤는데, 비밀이다.
10cm 처럼 저작권료 주면 푼다.
입금되면 지금부터 더 생각해봐야 하거든.
아직 ‘부동의’ 첫사랑 씩은 안 온 것 같긴 하다.
첫사랑 하면 영화 <노트북>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나는 거기에 얹어 영화 <비포 선라이즈>가 떠오르기도 한다.
첫사랑은 뭣 모를 때 찾아오는 것 같지만 뭐를 알 때 찾아오기도 한다.
누가 나보고 속편을 보면 이 둘 결혼하고 나면 파국 엔딩이라고 보지 말라 해서 그런 줄 알고 살았는데,
막상 내가 보니 파국이 아닌 것 같다.
흘려보내지 않은 기억이 추억이 되고,
아프게 놔두지 않은 추억이 아름답게 변한다.
흘려보내지 않은 기회가 우연을 인연으로 만들고,
인연을 통해 사랑을 배우는 것 같다.
나중에 인생을 돌아봤을 때 남는 게 추억과 사랑 뿐이라는데 꽉 쥐어서 흘러가는 게 있을지언정 남은 것들만 봐도 꽤나 좋은 인생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너를 향한 노래가 생겼어 이젠 웃으며 부를 수 있어
그저 흐릿한 조명처럼
너의 미소를 빛내줄 수만 있다면
예고편이 공개되지 않고 뻔한 엔딩도 맺지 못했지만 나의 마음속 언제나 항상 빛나고 있는
부동의 첫사랑
이런 빛나는 사랑의 처음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