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권거래소의 컴퓨터는 왜 원기둥 모양일까?

by 주리비

뉴욕 증권거래소나 월가의 오래된 사진을 보면 흥미로운 광경을 발견할 수 있어요. 거대한 원기둥 모양의 컴퓨터들이 거래소 곳곳에 놓여 있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죠. 마치 맨인블랙에 나올 것 같은 독특한 디자인은 우리가 사용하는 네모난 데스크톱이나 노트북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에요. 도대체 왜 저런 모양으로 설계된 걸까요? 월가의 컴퓨터는 왜 원통형으로 생겼을까요?



처음엔 다르지 않았어요

1980년대 초, 월가의 트레이더들은 그냥 일반적인 책상에 앉아서 전화기 하나로 일했어요. 주가 정보는 종이테이프로 나오고, 거래는 전화로 하고, 계산은 계산기로 했죠. 그런데 시장이 점점 복잡해지면서 문제가 생겼어요. 한 명의 트레이더가 동시에 여러 시장을 봐야 하게 된 거예요. 뉴욕 증권거래소, 나스닥, 채권 시장, 환율... 모든 걸 다 확인해야 했거든요. 그런데 모니터 하나로는 턱없이 부족했죠.


주식 거래에서는 몇 초, 몇 분의 차이가 엄청난 손익을 좌우해요. 그래서 트레이더들은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했죠. 수많은 주식 정보와 거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처리해야 했는데, 이 모든 정보를 한 화면에 담을 수는 없었어요. 그렇다고 모니터를 여러 개 배치해서 사용하기에는 공간의 제약이 있었죠. 시선이 분산되고 목이 아프다는 건 덤이고요. 그래서 나온 해결책이 바로 곡선형 배치였어요.


인간의 시야각을 고려한 인체공학적 설계

인간의 시야각은 정면을 보면서 좌우 120도 정도까지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볼 수 있고, 상하로는 60도 정도가 편안한 범위라고 해요. 그리고 팔을 뻗은 정도의 거리가 가장 조작하기 편했죠. 이런 인체공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모니터를 반원형, 원통형으로 배치하기 시작했어요.


설계를 바꾸자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모든 모니터를 볼 수 있었어요. 마치 영화관에서 곡면 스크린을 보는 것처럼 자연스러웠죠. 한 화면에서 다른 화면으로 시선을 옮기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었고 같은 공간에 더 많은 모니터를 배치할 수 있게 되었어요. 덕분에 거래에 사용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단축할 수 있었고 업무의 질도 향상되었죠.


현재는 여러 항공기를 동시에 모니터링해야 하는 항공 관제탑이나 발전소의 중앙제어실 등에서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결국 또 UX

컴퓨터의 배치와 인체공학적 설 게의 중심에는 인간이 있어요. 컴퓨터가 아무리 빨라져도, 화면이 아무리 좋아져도, 결국 그것을 사용하는 건 사람이거든요. 사람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효율성이 나오는 거죠.

월가의 곡선형 모니터 배치는 단순히 멋있어 보이려고 만든 게 아니라, 인간의 생리학적 특성과 심리학적 요구를 깊이 연구한 결과물이에요. 속도와 정확성이 생명인 금융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느냐였던 거죠. (물론 전문적으로 보이는 건 덤이죠!) 디자인에 있어 "인간 중심적 사고"와 "사용자 중심적 사고"가 중요한 이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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