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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빔 Jan 29. 2020

3. 떨리는 첫 수업

나만이래?

발레를 배우기 전 내 목표는 이러했다.

'턴(turn)'까지만 배워보자! 턴을 배우는 것까지만 수업을 들어보고 발레를 계속할지 말지 고민해보자!

언제 배울 수 있는 건지 알지도 못하면서 참 당당하고 무지했다.


첫 수업.

낯선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구석의 구석자리로 가 앉아, 사람들이 하는 동작을 따라 했다. 앞으로 몸을 숙이는 스트레칭을 할 때 숙여지지 않아 앞 거울과 눈이 마주치는 사람이 나요, 바닥으로 엎드려야 하는 와중에  산처럼 우뚝 솟아있는 사람도 나다. 다리를 벌리며 무릎을 굽히는 동작인 쁠리에를 처음 시도할 땐 부끄러워 잘 따라 하지도 못했다.


수업 듣는 사람들 중에 당연 최고! 최고로 못했다. 하하


기록은 남기고 싶었나 보다. 수업 첫 학기의 나(한가운데)


첫 수업 당시 힘들고 부끄러웠지만 그 동작이 새롭고 재밌었다. 수업 듣기 전에 익힌 팔 동작과 발동작의 명칭이 이해하는 데에 엄청난 도움을 주어 제대로 흥미를 느낀 것 같다. 오죽하면 까먹기 싫어서 수업 끝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노트에 동작을 그렸을까. 틈나면 발레 클립 쳐다보고, 그날그날 배웠던 동작 집에서 복습해보고, 자기 전에 유연성 늘리겠다고 스트레칭하고... 의지박약인 주제에 이렇게 열심히 했던 걸 보니 정말 사랑에 빠졌었나 보다.


그냥 사랑(?) 임을 깨닫고 나니 운동하며 마주하는 거울 속에는 다른 사람들이 아닌 내가 보였다. 앞에서 보여주는 선생님의 동작 한번, 내가 따라 하고 있는 동작 한번 번갈아보면서 잘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열심히 비교하기 바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에게만 집중하면 매주 조금씩 늘어가는 것이 느껴졌고 뿌듯했다.


발레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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