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또 뭐해먹나 막막하다면

인류의 공통 고민에 대한 답

by 이주리

'오늘은 또 뭐해먹나' 고민 많으시죠?

우리 식구 백반집을 운영하는 주부들은 매일 머리 쥐어짜며 하는 고민이지요. 아이들 없을 때는 거의 외식에, 인스턴트에, 배달 시켜서 진짜 대충 먹었는데, 아이들이 한몫 먹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신경이 많이 쓰여요. 돈도 돈이고, 애들은 또 잘 챙겨 먹이고 싶잖아요.


그런데 현실은 직장에서 깨질대로 깨져서 집에 터덜터덜 들어오면 말할 힘도 없는데 체력은 칼질할 힘도 없는 저질체력이라 쓰러질 것 같고요. 남편도 동병상련. 새끼들은 배고프다고 합창을 하는 이 상황에 저도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 많이 했습니다. 나름 주부 7년차라고 몇가지 도움이 되실까 하여 적어 봅니다. (다른 고수분들 댓글 환영합니다 ^^)


1. 급식소 식단을 그대로 해본다.

아이들 다니는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서 매달 초에 한달 식단표가 프린트 되어서 오잖아요. 그걸 냉장고에 붙여놓고 그대로 해요. 전문 영양사가 짠 식단이라 영양이 골고루 되어있고, 나름 궁합도 맞고, 제철 재료도 들어가 있어서 '참, 이런 메뉴가 있었네' 싶은 것도 놓치지 않게 해줘요.

한달 식단표는 인터넷에서도 볼 수 있는데요. 생각나는 초등학교 이름 검색해서 홈페이지 가면 급식정보에 한달 식단이 다 나와요.


2. 장보기를 다른 사람에게 미룬다.

주로 저희 남편에게 시킵니다. "자기가 알아서 장 좀 봐오세요."하면 저희 남편은 신나라 하면서 장을 보러 갑니다.(애 보기보다 마트 장보기를 좋아하는 우리 남편!) 사람마다 취향과 습관이 있어서 마트에 가면 각자 눈에 띄는 물건이 다른데요. 저희 남편은 정말 예상치 못했던 신기한 재료들을 어떻게 찾았는지 잘 사서 옵니다. 프랑스 사람이라 그런지 올리브나 아스파라거스, 방울양배추, 샐러드 소스 같은 것도 사오고, 뜬금없이 잡채가 먹고 싶다며 잡채 재료를 사오기도 하고, 제 눈에는 잘 안띄는 온갖 종류의 햄도 잘 골라와요.

제가 장보러 갈 때는 저희 아이들을 꼭 데리고 갑니다. "너희들 먹고 싶은거 골라와!" 그러면 7살 첫째는 우동, 콩나물, 쌈무, 과자 같은 걸 골라오고, 3살 둘째는 뒤뚱뒤뚱 걸어다니면서 자기 눈높이에 있는 집히는 거 다 가져옵니다. 둘째는 주로 야채를 골라오는데, 연근, 마, 배추 이런걸 무거운데 낑낑대며 가져와서 바구니에 넣어요. (그러고보니 아이 눈높이에 주로 그런 야채들이 있는 모양이네요) 그러면 저는 그대로 들고 가서 계산.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집에 들고가서 어떻게든 요리를 해냅니다. 모르면 인터넷에 물어서 그까이거 대충 뚝딱 해서 내놓습니다.


3. 영감을 주는 곳에서 장을 본다.

마트가 식상해서 장보는게 지긋지긋할 때가 있지요. 마치 회사에서 비품 떨어지면 채워놓는, 그런 기계적인 일을 하는 것 같은 느낌. 그럴 때는 시골장을 가요. 마침 저희가 사는 곳이 시골이라 읍내에 5일장이 서는데요. 거기 가면 서프라이즈가 넘쳐요. 그날 새벽에 잡은 팔딱팔딱 뛰는 생선, 오징어, 꽃게부터 시작해서 금방 나온 메밀묵, 손두부 등등. 입맛 없고 지쳐 있다가도 제철 싱싱한 재료들을 만나면 이렇게 해먹으면 맛있겠다 하면서 군침이 돌아요.


3. 계란 반판 계란말이, 꼼수 계란장조림

저희 집은 계란은 한판 단위로 사는데요. 냉장고(라고 쓰고 반찬진열장이라고 읽습니다)에 반찬이 진열된 것이 별로 없다 싶으면 바로 계란 요리에 들어갑니다. 한번 할 때 반판을 합니다. 저희집 식구가 네명이고, 코로나 이후로 하루 세끼를 먹고 있어서 반판 해놔도 두끼면 끝납니다.

계란말이는 다들 잘하시겠지만, 일단 계란 반판 다깨서 풀어놓고, 소금이나 새우젓국물로 간하고, 야채 있으면 가위로 오려서 넣고, 후라이팬에 기름 살짝 묻혀서 약한 불로 얇게 부쳐서 돌돌 말면 됩니다. 대단한 기술이 필요 없고, 가장 중요한 건 인내심입니다. 약한 불로 천천히 하면 되거든요. 계란말이 할 때는 '무념무상'이 중요합니다. 옆에서 아이들이 울고, 떼쓰고, 싸울지언정 동요되지 말고 후라이팬 앞을 꿋꿋이 지키며 둘둘 말기만 하면 됩니다.

계란장조림도 마찬가지로 계란 반판 기준입니다. 큰 냄비에 찬물 받아서 계란 반판 조심해서 넣어서 삶아요. 물 끓고 7분이면 됩니다. 삶는동안에 큰 볼에 찬 물과 얼음 동동 뛰어놓고 대기합니다. 다 삶아지면 체로 계란 꺼내서 얼음물에 퐁당 넣어놔요. 다른거 하다가 계란이 식었으면 계란을 깝니다. 얼음물에 넣어놓으면 껍질이 매끈하게 잘 까져요. 깐 계란은 반찬통에 넣어놓고 간장을 대충 뿌립니다. 그리고 커피포트에 물 끓여서 반찬통에 계란 반쯤 잠길 정도로 부어요. 젓가락으로 뒤적뒤적하면 계란에 간장물이 입혀지고 계란장조림 끝. 냉장고에 쪽파나 대파, 꽈리고추 같은거 있으면 가위로 잘 오려서 그 위에 올리기도 해요.

5. 뭣이든 채칼로 긁어제낀다 - 부침개, 샐러드, 비빔밥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저질체력이라 불을 안쓰는 요리를 추구합니다. (오늘 저녁에도 남편이 김치부침개 먹고 싶다길래 하나 굽고 힘없어서 못하겠다며 남편에게 패스. 그 길로 남편이 계속 구웠죠 ㅎㅎ 저는 식탁에 앉아 받아먹으면서 또 연신 맛있다며 감탄만 했네요) 불 쓰면 후라이팬, 냄비, 뒤집개, 각종 양념 다 나와서 설거지 산더미 되고 힘들거든요.

아무튼 최대한 불을 안쓸려고 야채는 생으로도 먹을 수 있는 야채를 선호하는데요. 쪽파, 양파, 대파, 상추, 깻잎, 양배추, 배추, 오이, 당근 같은 것들이요. 이런 야채를 가위로 잘 오리거나 채칼로 긁어서(팔에 힘이 없어 칼질 못함) 반찬통에 차곡차곡 넣어놔요.

그래서 3가지 방법으로 주로 먹는데요. 1. 야채에 마요네즈 섞어서 샐러드, 2. 밥에 야채 올리고 고추장, 참기름 조합으로 비빔밥, 3. 부침가루에 물 타서 부침개 부치기(이건 불쓰는 거라서 큰맘먹고 합니다!)

이런 허접한 조언도 도움이 되실려나 모르겠는데, 생각보다 <현실 삼시세끼>를 기다리시는 분들이 몇명 계셔서 용기내어 올려 봤습니다. 댓글로 궁디팡팡해 주시면 앞으로 또 밤잠 덜자고 올려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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