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젖부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주리 Apr 04. 2022

<뒤에 올 여성들에게>를 읽고(2)

389쪽

올바른 파트너를 찾는 것이 커리어와 가정생활에서 성공하는 데 핵심이다. 학생들이 파트너가 자기 커리어를 지지해줄 것 같지 않아서 관계를 끝냈다고 말할 때, 나는 응원을 전한다.

"지금은 고통스럽겠지만 장기적으로 자신을 위해 좋은 일을 한 거예요. 가장 중요한 커리어 결정은 누구를 배우자 혹은 파트너로 삼을지 정하는 거예요."


-> 내 주위의 수많은 한국 아줌마 친구들이 떠오른다. 그들이 전업으로 있다가 일을 시작하려 할 때 남편이 갖은 이유로 가로막는 바람에 못하게 된 경우를 숱하게 본다.  내 남편은 어떤 사람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내 남편은 내 커리어를 지지해 주고자 육아와 살림을 공동 분담하기 위해서 육아휴직을 4년째 하고 있는 사람이다. (나보다 육아휴직 기간이 더 길다!) 이런 남편을 믿고 셋째를 낳기로 결심한 바가 크다.


269쪽

데이브와 나는 마침내 교사가 여성 직종이 된 까닭이 시골 지역과 도시 지역에서 달랐다는 점을 이 해하기에 이르렀다. 도시 지역에서는 여성이 처음부터 교사로 채용되었고 남성은 여교사를 감독하고 규율 문제를 관리하는 교장으로 고용되었다. 하지만 시골 지역에서 남성은 원래 농한기에 교사 일을 하는 농부들이었다. 교사가 여성 직종이 된 것은 이런 남성이 떠났기 때문이다. 주 법률이 연간 교육일수 요구를 늘리고 여름 프로그램의 수준을 유지하도록 요구하면서 교사가 남성에게 과거보다 덜 매력적인 일이 되었고, 새로 난 자리를 여성이 채웠다.

남성이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여성 직종으로 변한다는 아이디어는 새로웠다. 나는 이것을 상대적 매력도 이론이라고 불렀다. 남성이 어떤 직종을 똑같은 교육 수준을 요구하는 대체 가능 직종보다 덜 매력적이라고 여길 때, 남성이 빠져나가고 여성이 그 빈자리를 채우려고 지원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이론의 공급 측면이다.

그렇다면 수요 측면, 즉 고용주는 어떨까? 고용주가 남성에게 무슨 직종을 장악할지 결정할 권한을 주는 이유가 무엇일까? 어째서 고용주는 가장 낮은 임금으로 그 일을 가장 잘할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을까? 대답은 경제학의 바깥, 바로 사회구조에 있었다. 고용주는 최대이익 추구자(공동부문이라면 최소 비용 추구자)일지 모르지만 그들도 사회 구성원이다. 사회가 남성에게 가족 부양을 맡기기 때문에 고용주는 여성이 똑같은 일을 하는 경우보다 돈을 많이 줘야 하더라도 남성에게 직업을 먼저 선택할 권리를 준다.


-> 스물일곱 되던 해 처음 들어갔던 회사가 떠오른다. 한국 제조업체의 해외영업 자리였다. 같은 업무를 하고 있던 나하고 비슷한 스펙을 갖고 있던 남자동료가 있었다. 우리는 각자 여자친구, 남자친구가 있었고,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몇개월 후에 그 남자 동료는 대리로 승진을 했고, 나는 잘렸다(수습기간 3개월 후 정직원이 안되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 이유는 나는 여자이기 때문이고, 그 동료는 남자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여자로서 결혼을 하면 곧 아이를 낳을 몸이라 직장일에 전념을 못할 처지이고, 남자동료는 처자식을 부양해야 하므로 더더욱 직장일을 열심히 할 거라는 회사측의 판단이었다. 그러고보니 그 회사에 일하는 모든 여자는 비혼 골드미스의 형태만 하고 있었다.


남성 13퍼센트가 최고 소득 직종인 투자은행과 부동산 개발에 종사했다. 두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엄마가 되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모든 변수를 똑같이 두었을 때 육아를 위해 한달 이상 휴직한 여성이 30퍼센트였고(1년 이상 휴직한 여성은 12퍼센트였다), 이들은 휴직하지 않은 이들이 버는 평균 연봉의 4분의 1 조금 넘는 금액을 벌금으로 내는 형국이었다!

여성은 이제 MBA 클럽에 입장을 허가받지만 엄청난 벌금을 내지 않고는 어린아이를 기르기 위한 휴직을 허가받을 수 없었다. 휴직 후 돌아온 여성이 좀 더 가정 친화적이고 돈이 덜 벌리는 자리를 찾는다는 점도 이런 벌금을 무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휴직한 적이 있는 여성이 일에 완전히 헌신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 예를 들어 출장을 다니거나 스트레스가 많고 근무시간이 긴 자리로 승진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고용주의 인식도 이유로 작용한다.


385쪽

가르치는 학생이나 다른 사람들이 종종 내 '비밀 양념'의 레시피를 알려달라고 한다. 성공적인 커리어와 사랑하는 가족을 모두 누리는 삶을 꾸리려면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나는 예외적으로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건강(필요할 때 훌륭한 의사와 건강보험에 접근한 것을 포함해서), 지적 자원, 충분한 에너지, 적당한 경제력을 갖춘 헌신적인 부모님, 평생 가는 영적, 현실적 가치관을 심어주신 조부모님이 있었다. 이중 어느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387쪽

젊은 여성과 남성은 아이를 갖기에 가장 좋은 시점이 언제인지 묻기도 한다. 또 다른 어려운 질문이다. 가장 좋은 시점은 없다. 커리어의 관점에서 보면 알맞은 때는 결코 없다. 아이를 갖는 것은 엄마의 커리어 전진을 한동안 늦출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아빠의 커리어도 늦어질 수 있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아이를 원한다면 언제나 알맞은 시점이다. 원하는 아이를 갖는 일은 진정으로 경이로운 일이며, 내가 생각할 수 있는 한 기적에 가장 가까운 일이다.

아이를 빨리 갖는게 낫다는 말이나 나중에 갖는게 낫다는 말에 똑같이 설득력 있는 근거가 있다. 일찍 부모가 되는 게 낫다는 쪽은 임신이 좀더 쉽고 선천적 장애가 있는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를 든다. 아이가 어릴 때 더 활동적이고, 손주가 생겼을 때 더 젊고 원기 왕성할 가능성이 크기도 하다. 아이를 늦게 갖는게 낫다는 쪽은 좀더 성숙하고 경제적으로 풍적할 것이라는 점이 이유가 된다. 커리어에서도 자리 잡았을 가능성이 커서 좀 더 유연성 있게 일할 수 있도록 고용주와 협의할 여지가 클 것이다.

하지만 대개 '빨리 갖느냐, 늦게 갖느냐'는 이론적인 문제일 뿐이다. 아직 알맞은 파트너를 찾지 못했다면 파트너 없이 아이를 갖고 싶은게 아닌 한, 아이를 빨리 갖기 원하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되지 못한다. 아이를 갖는 시기보다 누구와 결혼하거나(파트너가 되거나), 비교적 어린 나이에 이런 결정을 내려도 좋을 만큼 충분히 성숙하냐가 훨씬 중요하다. 남편 제이와 나는 놀랄만큼 갈등이 적었고, 상대방과 우리의 대가족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우리가 각각 스물넷, 스물둘에 결혼했다면 우리 결혼이 성공적이었을 것이라고는 둘 다 전혀 확신할 수 없다. 사랑이 오래가는 관계를 만들기에 너무 어리고 경험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태어나면 그때도 결혼할 거에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