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뉴스에 심란한 마음으로 신혼집에 들어섰다. 처음으로 와 보는 신혼집이었다. 모든게 처음이었다. 부엌 살림도, 부부 침대도 처음이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여독을 풀겸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잠을 청했다. 남편은 내 몸 속에 생명이 있다는 사실을 지나치게 의식했다. 날더러 누워 있기만 하고, 무조건 안정을 취하라고 여러번 얘기했다. 나는 아무런 증상도 없는데, 배도 안나왔고, 아직 달라진게 하나도 없는데 너무 임산부 취급을 하니 속이 상했다. 게다가 남편은 신성한 아기 앞에서 성욕을 드러내면 왠지 안될 것 같다며 나를 아예 건드리지도 않았다. (그렇게 임신기간 열달 내내 금욕을 했다!)
신혼여행은 안 다녀왔지만 그래도 해외 출장은 다녀왔으니, 결혼하고는 처음으로 친정에 가서 인사를 드리러 갔다. 우리 엄마는 귀한 사위가 왔다며 음식 이것저것 많이도 차려 놓으셨다. 입에 안맞는 음식이지만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어보라며 사위에게 연신 권하셨다. 결혼하기 전에는 그렇게 구박하고 반대하더니, 내 식구가 되고나니 사위 대접이 각별했다. 밥상을 물리고, 엄마가 과일상을 내왔다. 나는 과일을 냉큼 받아먹으며 별 생각없이 “참, 엄마, 아빠, 이제 할머니, 할아버지 된데이.”라며 무심하게 남의 말 하듯이 임신 소식을 전했다. 그때 우리 엄마 반응은 “애를 왜 이렇게 빨리 가졌어? 신혼 좀 즐기다 가지지, 으이구, 뭐 암튼 축하한다.”, 우리 아빠는 대뜸 밥상에서 일어나 겉옷을 주섬주섬 입고 갑자기 밖으로 나가셨다. 예상 못한 아버지 반응에 남은 사람들은 어쩔줄 몰라 하고 있는데, 한참 후에 아빠가 들어오시더니 “이제 홀몸이 아니니 몸가짐에 신경써라. 태교도 신경쓰고.” 하셨다. 아빠한테서 슬쩍 담배 냄새가 났다. 아빠가 담배 끊은지 몇년 되었는데 내 임신 소식에 담배에 다시 손이 갔나보다. 아빠는 담배를 피우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명절에 만난 친척들에게 임신 소식을 전하니 말로는 “축하한다”라고는 하는데 표정은 영 얼떨떨했다. 내가 사촌들 중에서는 가장 처음으로 결혼하고, 임신을 했기 때문일거다. 꼬꼬마 같던 조카가 어느새 커서 애엄마가 된다니, 다들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에 어지간히 당혹스러웠던 모양이다. 심지어 우리 큰엄마는 날더러 “넌 이제 죽었다”는 말까지 했다. 그때는 조카가 임신을 했는데 축하는 못해줄망정,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가 있나 싶었는데, 막상 애를 낳고보니 처음 일년동안은 너무 힘이 들어서 '너는 죽었다'던 말만이 진실이라는 생각도 했다. 친구들은 임신 소식을 듣고는 다들 신기하다고만 했다. 친구들은 아무도 결혼을 안했고, 애도 없었으니, 임신이라는 말자체가 그저 어색해 할 뿐이었다.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결혼 많이 안했고, 결혼해도 애 안 낳은 친구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