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년동안 엄마로서 살아오면서 참으로 치열하게 살았다. 내가 예전에 이 정도로 열심히 살았더라면 무엇이 됐든 엄청 큰 성취를 이뤄냈을 거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지나가는 말로 흘리곤 했다. 사실 예전에도 외국어도 여러개 배웠고, 취미 활동도 열정적으로 하고, 불같은 연애도 하고, 직장에서도 성실하다고 인정도 받았으니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는데, 애를 키워보니 예전 일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였다.
아기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젖을 아기 입에 물려 주어야 하고, 조금 크면 이유식을 해서 떠먹여 주어야 하고, 끊임없이 기저귀를 갈아주어야 하며, 목욕을 시켜줘야 하고, 옷을 갈아입혀 줘야 하고, 재워줘야 한다. 그러다 아기가 기어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끊임없이 흘리고, 묻히고, 부수고 다닌다. 나는 뒤를 쫓아다니며 항상 그 뒤치닥거리를 해야 했다. 그리고 어른에게는 말할 필요도 없이 너무나 당연한 것들을 일일이 가르쳐 줘야 했다. 식사 예절을 알려주고, 말을 트이게 하고, 똥오줌을 가리게 하고, 노래를 불러줘야 하고, 위험한 것은 손대지 말라고 신신당부 해야 한다. 기본 집안일에 더불어 아기까지 돌보면 어찌나 할일이 많은지 어머님 은혜라는 노래에 나오는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라는 구절이 사무치게 공감이 갈 정도였다.
더군다나 요즘 엄마들은 더더욱 고달프다. 직장일까지 해야 하니까. 어린이집이나 돌보미 아줌마에게 맡겨놓으면 다 해결될 것 같지만 막상 해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남이 엄마처럼 돌봐주기는 어렵다. 최대한 맡긴다고 해도 결국 엄마밖에 할 수 없는 몫은 여전히 남는다. 나 같은 경우는 생계형 직장인 맞벌이로 넋나간 사람처럼 지내다가 결국 백기를 들고 집안에 들어앉았다. 나 하나 집에 들어앉으니 집안에 평화가 찾아왔다.
다들 집에서 놀면 안 심심하냐고 하는데, 진짜 심심할 틈이 하나도 없다. 하루종일 종종거리며 집안을 종횡무진하고 다닌다. 일어나자마자 배고프다고 합창하는 아이들 아침 챙기고, 빨래 세탁기에 돌리고, 이부정리하고, 설거지 하고나면, 애들이 같이 인형놀이 하자고, 숨바꼭질 하자고 칭얼댄다. 그렇게 한두시간 놀아주고 점심 준비. 재료 없으면 장도 보고, 부지런히 반찬을 한다. 점심 먹고 나면 또 설거지. 둘째 낮잠 재우고, 빨래 널고, 널부러진 장난감 제자리 넣어주고,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지만 매일 나오는 집안 먼지 뭉치들 청소기로 밀어주고, 아이들이 뭘 먹다 흘렸는지 바닥이 찐득찐득하니 물걸레질 하고, 애들 한번은 바깥바람 쐬어줘야 할것 같아 내키지 않지만 공원이나 산책을 다녀온다. 출출해진 아이들은 간식 달라고 아우성이라 같이 간식 먹고 나면 어느덧 어둑어둑 해진다. 애들 씻기고, 머리 감기고, 급히 저녁 준비를 한다. 저녁을 먹고나면 저녁 설거지. 빨래 개고, 아이들 책 좀 읽어주고, 양치 시키고, 잠을 재운다. 하루 해가 짧다.